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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민족갈등’ 아제르바이잔-아르메니아 무력 충돌…전면전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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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메니아계 많이 살고있는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서 충돌

이틀째 일가족 등 138명 사상

소련 붕괴 전부터 수십년 갈등

각각 터키·러시아와 밀접한 관계

이슬람-기독교 종교도 달라

자칫 국제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


한겨레

아르메니아계가 지배하는 아제르바이잔 내 나고르노카라바흐에서 아제르바이잔 군의 차량이 불타고 있는 모습이라고 아르메니아 국방부가 27일(현지시각) 공개한 동영상 중 일부. 이날 나고르노카라바흐에서 아제르바이잔 군과 아르메니아 분리주의 세력이 충돌했으며, 양국 간 전면전 위기로 치닫고 있다. 나고르노카라바흐/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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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시아 흑해와 카스피해 사이에 있는 아제르바이잔 군과 이 나라의 아르메니아계 분리주의 세력이 무력충돌을 벌여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의 전면전으로 번질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기독교 국가 아르메니아는 러시아와, 이슬람 국가 아제르바이잔은 같은 튀르크족인 터키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자칫 국제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아제르바이잔 내 아르메니아계가 지배하는 나고르노카라바흐에서 27일 아제르바이잔 군과 분리주의 세력인 ‘아르차흐공화국’ 세력이 충돌해 적어도 23명의 군인과 민간인이 숨지고 100여명이 다쳤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이 보도했다. 분리주의 세력은 16명의 군인과 민간인 2명이 아제르바이잔의 공격을 받아 숨지고 100여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아제르바이잔 정부도 분리주의 세력이 쏜 포탄으로 일가족 5명이 숨졌다고 발표했다. 두 진영은 계엄령과 주민동원령을 내리고 28일에도 무력충돌을 이어가 이날 오전 15명이 또 숨졌다고 아르차흐공화국 쪽이 밝혔다.

자키르 해새노프 아제르바이잔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터키군의 지원을 받아 잃어버린 영토를 회복하는 ‘신성한 임무’를 수행하겠다고 말한 바 있지만, 이번 충돌을 어느 쪽에서 먼저 도발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양쪽은 상대편이 먼저 도발해 대응했을 뿐이라며 상당한 전과를 올렸다고 주장했다. 아르메니아 국방부 대변인은 “아르차흐공화국이 아제르바이잔 군인 200명을 살해했고 30문의 대포와 20대의 드론을 파괴했다”고 발표했다. 아제르바이잔 정부는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의 전략적으로 중요한 산을 자국 군인들이 점령했다고 밝혔다.

니콜 파시냔 아르메니아 총리는 27일 대국민 연설에서 “아제르바이잔의 권위주의 정권이 다시 한번 아르메니아 국민에게 전쟁을 선포했다”고 주장했다. 파시냔 총리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우리의 신성한 조국을 지킬 준비를 하라”고 촉구했다.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은 이날 텔레비전 연설에서 “우리의 명분은 정의롭고 우리는 승리할 것”이라며 “나고르노카라바흐는 아제르바이잔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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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가 깊은 두 민족 간 갈등은 옛소련 체제 아래서는 비교적 잠잠했다. 나고르노카라바흐는 소련을 구성하는 여러 공화국 중 아제르바이잔공화국 소속이되 아르메니아계가 자치권을 행사했다. 하지만 소련 붕괴 직전인 1988년 2월 중순 아르메니아계 주민들이 아르메니아공화국 소속으로 바꿀 것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자, 이 지역을 대표하는 인민대의원들이 아르메니아와 통일을 결의했다. 소련 정부는 이 요구를 거부하며 그해 11월 자치권을 박탈했다. 아제르바이잔이 소련에서 독립한 1991년 말 이 지역의 아르메니아인들은 아르메니아와의 통일을 선언했고, 이는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의 전쟁을 촉발했다. 1994년 5월까지 이어진 전쟁 끝에 나고르노카라바흐를 아르메니아계가 지배하는 걸 주요 내용으로 한 휴전협정이 맺어졌다. 2017년 아르차흐공화국으로 이름을 바꾼 분리주의 세력을 국가로 인정한 나라는 세계에서 아르메니아뿐이다.

두 진영의 충돌이 확대되자 국제사회는 자제를 촉구했다. 유럽연합(EU)과 프랑스·독일은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했고, 이란은 대화를 중재하겠다고 나섰다. 러시아도 적대행위 중단을 촉구했다. 하지만 터키는 아제르바이잔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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