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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가장 중요한 정치 이벤트인 첫 TV토론이 30일 오전 10시(한국시간)에 개최된다. 미국 선거에서 TV토론은 미식축구리그 결승전인 '슈퍼볼'만큼 온 국민이 관심을 갖는 초대형 이벤트다.
특히 올해 선거는 결과를 섣불리 예측하기 힘든 접전이라는 점에서 미국인뿐 아니라 세계의 이목이 쏠려 있다. 첫 토론은 경합주 중 하나인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의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에서 열리며 1시간30분 동안 미리 정해진 6개 주제에 대해 15분씩 토론하는 형식이다. 한국에서도 미국 주요 언론사 홈페이지나 유튜브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시청할 수 있다.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벌써 며칠째 별다른 일정 없이 TV토론 준비에 올인해왔다. 여유를 부리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역시 28일(현지시간)부터는 일정을 줄여가며 토론 준비에 본격 착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힐러리 클린턴 후보와의 TV토론에서 보여줬듯이 상대방 발언에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쏟아내는 스타일이다. 집권 기간 내내 쉬지 않은 지역 방문 유세와 언론 브리핑을 통해 '입담'은 더 세졌다는 평가다. 언론의 '팩트체크'로 무수한 거짓말이 드러나곤 하지만 이번 토론에서도 특유의 과장법을 고수할 전망이다. 이번 토론 사회자인 크리스 월리스 폭스뉴스 앵커는 실시간 팩트체크는 사회자 몫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47년간 정계에 몸담았고 올해 초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수차례 TV토론을 경험한 바이든 후보도 종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벼르고 있다. 당내 경선에선 자신이 수세적 입장이었던 반면 이번엔 '도전자'로 나서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이든 후보는 당황하면 심하게 말을 더듬거나 숫자를 틀리게 말하는 등 이른바 '말실수(gaffe)'로 여러 차례 도마에 오른 바 있다.
6개 주제별로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후보가 자신에게 부여된 시간을 '방어'에 치중하도록 정신 건강이나 가족 문제, 민주당의 좌편향 공약 등을 집중 공격할 전망이다. 특히 첫 번째 주제인 개인 이력 분야에서 바이든 후보 아들인 헌터가 과거 우크라이나 에너지 기업 경영에 참여했던 이력을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 부통령이라는 부친의 후광으로 아들이 경제적 이익을 얻었다는 공세를 펴며 토론 초반부터 바이든 후보의 멘탈을 흔들려는 의도다.
대법관 지명 문제는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리한 소재가 될 수 있다. 과거 민주당도 대선이 있는 해에 대법관 후보를 지명했다는 선례를 들면서 오히려 민주당의 이중성을 공격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캠프는 '트럼프의 게임에 말려들면 안 된다'는 전략을 세웠다고 이날 폴리티코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과장된 수치를 늘어놓더라도 바이든 후보가 일일이 팩트체크를 하느라 소중한 시간을 허비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이 아들 헌터나 바이든 후보 형제들에 대해 공격하더라도 흥분하지 말고 여유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바이든 후보는 수차례 예행연습에서도 이 부분에 집중했다고 한다.
그 대신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응 실패를 집중 제기한다는 전략이다. 20만명에 달한 미국인 희생자 숫자를 거론하며 사망자를 애도하는 것 자체로 트럼프 대통령을 흔들 수 있다는 얘기다. 또 트럼프 대통령을 '분열적 리더십'으로 몰아붙이면서 자신은 통합을 꾀하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세금 회피 기록이 뉴욕타임스(NYT)에 의해 드러난 것도 바이든 후보에게는 뜻밖의 호재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나는 수백만 달러 세금을 냈고 다른 사람들처럼 세액공제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변명했다. 하지만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국가안보 문제"라며 "대통령이 누구에게 빚을 졌는지 명확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 금융기관 등에 진 개인적 채무가 외교안보 정책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 대선에서 TV토론은 1960년 존 F 케네디와 리처드 닉슨 간 대결 때 시작됐다. 시청자가 무려 7000만명에 달할 정도로 화제가 됐고, 젊은 케네디가 선거 흐름을 역전하는 결정적 모멘텀이 됐다. 이 밖에 1984년 로널드 레이건, 1992년 빌 클린턴 등이 TV토론으로 당선에 큰 도움을 받았다는 평가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TV토론 영향력은 줄어들었다는 분석도 있다. 4년 전 첫 TV토론 시청자는 8400만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지만 당시 퓨리서치센터 조사에 따르면 토론 이후 후보자를 정했다는 응답자는 10% 수준에 그쳤다. 이날 몬머스대가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74%가 첫 토론을 시청하겠다고 답했으나, 방송 이후 지지 대상을 바꿀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응답은 겨우 3%에 그쳤다. 이미 대다수 유권자가 표심을 결정한 상황이기 때문에 자신이 찍으려는 후보가 '결정적 실수'를 하지 않는 한 지지 의사를 오히려 확고히 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란 얘기다.
[워싱턴 = 신헌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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