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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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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일의 입] 차기 대통령, 다음 서울시장 알아맞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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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로 시절이 힘들고 어렵다. 그런데도 올해 가을 하늘은 더 청명하고 높고 푸른 것 같다. 추석 연휴 동안 방역대책을 확실히 지키면서 많은 분들이 대화의 시간을 갖게 마련이다. 어떤 대화든 후반부로 가면 차기 대통령과 다음 서울시장, 그 자리를 노리는 후보들, 또 국민들이 생각하는 ‘대통령감’ ‘서울시장감’에 대한 얘기를 나누게 된다.

먼저 분명하게 말할 게 있다. 누가 됐든 차기 대통령과 다음 서울시장 선거에 대해 확실하게 말하는 사람을 믿지 말라는 것이다. 선거는 절대 알 수 없다. 대통령 선거는 1년 5개월, 서울시장 선거는 6개월 남았다. 지지율과 여론이 수없이 뒤집힐 수 있다. 심지어 선거 한 달, 선거 1~2주 남기고 판세가 역전된다. 따라서 지금 말씀 드리는 것은 순전히 확률이 지극히 낮은 예측일 뿐이다. 마치 1년 5개월 뒤, 6개월 뒤 날씨를 미리 예보해드리는 것이나 비슷하다.

먼저 서울시장 후보를 보면 여권 서울시장 후보로는 박주민, 박영선, 추미애, 그리고 임종석, 우상호 같은 인물이 본인의 의사 여부와 관련 없이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야권에서는 안철수, 조은희, 박형준, 윤희숙, 민영삼, 나경원, 권영세, 박진, 김용태, 홍정욱, 지상욱, 김선동, 김세연, 오신환, 김동연, 염재호, 그리고 김택진, 이재웅 같은 이름까지 나온다. 거론 인사는 야권이 많다. 아직은 혼란스럽다. 추석 연휴가 끝나면 여든 야든 서울시장 후보군에 대해 좀 더 정리되고 구체적인 얘기가 나올 것이다.

대통령 후보를 흔히 ‘잠룡’이라 부른다. 먼저 여권의 잠룡을 보겠다. 오랜 지지율과 정치적 무게감으로 보면, 이낙연 민주당 대표→이재명 경기지사→정세균 국무총리→김경수 경남지사→김부겸 전 의원 등을 순서대로 들 수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이 순서를 다음과 같이 바꿔서 말씀 드리고 싶다. 김경수 경남지사→이재명 경기지사→이낙연 당대표→정세균 국무총리→김부겸 전 의원 순이다.

우리가 김경수 지사를 맨 앞에 놓는 이유는 문재인 대통령과 친문 세력의 마음에는 김 지사가 1등이기 때문이다. 김 지사는 친문의 핵심 중 핵심이고, 여권 차기 잠룡 중 가장 젊고, 노무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이었다. 그는 친노·친문의 ‘적통(嫡統) 적자(嫡子)’다. 대통령이 되려면 대중적 인기도 중요하고 국민적 지지율도 중요하지만, 일단 집권 여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을 이겨야 한다. 후보가 돼야만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수 있다. 여당의 대통령 후보를 결정할 때 일반 여론보다 중요한 것은 당내 지지율, 그중에 친문 핵심 지지율이다. 이점에서 김경수 지사가 제일 유리하다고 보는 것이다. 다만 김경수 지사는 ‘드루킹 사건’ 연루 혐의로 기소돼 있는데 오는 11월6일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만약 항소심에서 대선 출마의 장애가 걷히게 된다면 그 순간 대선 판도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둘째는 이재명 경기지사다. 주변에 어떤 분들은 차기 대통령은 무조건 이재명이 될 것이라고 호언장담하는 얘기를 가끔 들을 수 있다. 그만큼 이재명 지사의 돌파력, 정치력, 그리고 끈질긴 생명력을 높게 평가하는 것이다. 형수에게 상스러운 욕설을 했다는 스캔들, 부인이 문재인 대통령을 공격했다는 ‘혜경궁 김씨’ 스캔들, 배우 김부선씨와 연인 사이였다는 스캔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올해 7월 대법원 판결까지 받았던 스캔들 같은 역경을 헤치고 왔다. ‘기본 소득’, ‘기본 주택’ 같은 아이디어로 중앙정부를 선제 제압하는 솜씨는 지지자들을 열광케 했다. 그는 국가 아젠다를 선점하는 ‘이슈 메이커’이자, 일단 전투가 벌어지면 물러서지 않는 ‘싸움닭’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줬다.

다음 이낙연 민주당 대표다. 자칭 ‘흙수저 출신’이다. 전남 영광에서 풍족하지 못한 농부 집안에서 태어났다. 호남 명문인 광주제일고, 서울대 법대를 나왔고, 이어서 20년간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와 동경특파원이라는 ‘엘리트 스팩’을 갖췄다. DJ에게 발탁돼 정계에 입문한 뒤 내리 4선 의원을 했고, 전남지사에 당선됐으며, 문재인 정권 들어와 첫 국무총리면서 1987년 이후 최장수 총리가 됐다. 이처럼 화려한 이력서도 드물 것이다. 좋은 머리에 어울리게 ‘깨알 메모’ ‘꼼꼼 낙연’이란 별명을 갖고 있다. 민감한 공격을 기름 장어처럼 비껴갈 때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식의 특유의 화법 때문에 ‘엄중 낙연’이란 말도 들었다. 그러나 그가 친문의 진골성골은 아니라는 점, 그리고 호남출신이라는 점, 이 두 가지 요인이 정치 공학적으로 어떻게 얽히고설키게 될지 그게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시간은 많다.

야권에서는 누가 대선 반열에 올라 있을까. 일단 지지율만 놓고 보면 윤석열, 홍준표, 안철수, 세 사람이 나란히 3% 대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윤석열 검찰총장은 10% 가까운 지지율 보이다가 6%p가 빠져나간 형국이다. 윤 총장이 본격적으로 대선 의지를 밝힌다면 폭발적으로 지지율이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있지만, 반대로 검찰총장으로서 윤석열의 대국민 이미지와 정치인으로서 윤석열의 가능성은 전혀 별개라는 시각도 있다. 최재형 감사원장을 야권의 대선 후보로 내세워야 한다는 여론도 있다. 물론 이것은 인터넷 댓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앞으로 최 원장이 국민의 신망을 쌓아간다면 유력 주자가 될 수 있다는 말이 이제는 농담이 아니라 진지하게 고려되고 있다고 봐야한다.

또 유승민 전 미래통합당 의원, 원희룡 제주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같은 후보도 잊으면 안 된다.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 김태호 무소속 의원, 황교안 전 통합당 대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홍정욱 올가니카 회장 등의 이름도 오르내린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여권에 맞설 수 있는 구심적 역할을 할 인사가 눈에 띄지 않는 것도 현실이다. 언론인 김대중은 추석 전 칼럼에서 이렇게 말했다. "야당은 국민이 보수 야당을 꼰대로 본다며 어정쩡하게 중간 어디쯤에 서서 어디로 갈지 방향감각을 상실한 채 머뭇거리고 있다.(…) 탈원전, 기본소득, 부동산, 공수처, 대북, 이런 주요 노선에 대해 ‘우리가 집권하면 이렇게 하겠다’고 대안적 공약을 천명했으면 좋겠다. “대통령님 어디에 계십니까?” 하고 물을 것이 아니라, “야당 지금 어디 계십니까?” 하고 묻고 싶은 심정이다."

그렇다. 지금 국민들은 야권을 이끌어갈 ‘인물’을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니다. 먼저 야당에서 대한민국의 나아갈 방향을 제대로 제시해주길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그 길을 제시하는 인물이 자연스럽게 정권 교체를 이끌 수 있는 야권의 구심점 인물이 될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김광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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