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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코로나 입원 중인 트럼프, 지지자 격려차 깜짝 외출…"미친 짓" 비판 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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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코로나19로 인해 입원 중인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의 월터 리드 군병원에서 차량을 타고 밖으로 나와 지지자들을 향해 두 손의 엄지 손가락을 세워 보이고 있다. 베데스다|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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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군병원에 입원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차량을 타고 병원 밖으로 나와 지지자들을 격려했다. 코로나19 확진자 격리 지침을 어긴 데다 차량에 동승한 경호원들을 위험에 빠트렸다는 비판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 담당 의료진은 그가 이르면 5일 퇴원해 백악관에서 치료를 이어갈 정도로 상태가 양호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치료 내역을 보면 백악관이 밝혀온 ‘경미한 증상’ 이상이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검은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타고 입원 중인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의 월터 리드 군병원 바깥으로 나왔다. 마스크를 쓰고 뒷좌석에 앉은 그는 병원 밖에 모인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든 뒤 병원으로 돌아갔다. 그는 깜짝 외출 직전 자신의 트워터에 지지자들의 영상을 리트윗하며 “매우 고맙다”면서 방문을 예고했다. 그는 별도로 올린 영상에서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면서 “매우 흥미로운 여행이었다. 나는 코로나19에 대해 많이 배웠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지지자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건재함을 과시하고 지지층 규합을 도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코로나19 환자들이 바이러스를 전파하지 못하도록 14일간 격리 조치를 해야한다는 보건 당국의 지침을 어겼다. 차량에 동승한 비밀경호국(SS) 요원 2명은 마스크를 착용하기는 했지만 밀폐된 공간에서 코로나19 환자인 그와 함께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월터 리드 군병원 비상근의인 제임스 필립스 조지 워싱턴대 재난의학과장은 트위터에 “대통령의 불필요한 차량 행사에 동승한 사람들은 모두 14일간 격리해야 한다. 그들은 아플 수도 있고, 죽을 수도 있다”면서 “정치극을 위해 그들의 삶을 위험에 빠트렸다. 이건 미친 짓”이라고 올렸다. 저드 디어 백악관 대변인은 경호 요원들이 안전 조치를 했으며, 의료진의 허용 하에 트럼프 대통령의 외출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담당 의료팀의 브라이언 가리발디 박사는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오늘처럼 상태가 계속 좋다면 우리 계획은 이르면 내일 백악관에 돌아가서 치료를 계속 받을 수 있도록 퇴원시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숀 콘리 대통령 주치의는 트럼프 대통령이 확진 판정 후 두차례 혈중 산소포화도가 떨어졌으며 산소 보충을 받았다고 뒤늦게 시인했다. 지난 2일 오전 트럼프 대통령이 고열과 함께 산소포화도가 일시적으로 94% 밑으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일반인의 산소포화도는 95~100% 수준이며, 산소포화도가 떨어지는 현상은 코로나19 환자들이 일반적으로 겪는 증상이다. 이때 트럼프 대통령은 2ℓ의 산소를 공급받았다고 콘리 주치의는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 아침에도 산소포화도가 떨어져 산소 보충을 돕는 스테로이드제인 ‘덱사메타손’을 복용했다. 블룸버그 등 미국 언론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이 약물이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이 있을 수 있는 점을 들어 “중태이거나 심각한” 코로나19 환자에게만 투여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가이드라인도 산소 보충을 필요로 하지 않는 정도의 환자에게는 이 약물의 사용을 권고하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투여받기 시작한 ‘렘데시비르’ 역시 NIH가 경증 코로나19 환자에게는 권하지 않는 치료제다. 트럼프 대통령의 증상이 ‘경미한 증상’ 이상이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콘리 주치의는 트럼프 대통령의 산소포화도가 90% 이하로 떨어진 적이 있는지, 폐렴 증상이나 폐 손상 징후가 있는지 등에 대해선 답변을 피했다.

대선을 한달 앞두고 코로나19에 걸린 트럼프 대통령이 감염 사실과 몸 상태를 감추려고 한 정황도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일 신속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지만 정밀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이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그는 이날 밤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호프 힉스 보좌관의 감염 사실을 알리면서 자신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검사를 받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지만 이때 이미 신속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콘리 주치의가 기자회견에서 그의 상태가 양호하다고 강조한 직후 한 소식통이 한때 그가 우려스러운 상태였고, 앞으로 48시간이 중요하다고 말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격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보도를 보고 병실에서 한 참모에게 전화를 걸어 욕설을 섞어가며 “어떤 빌어먹을 놈이 그런 말을 했냐?”라고 따져물었다는 것이다. 이 발언의 주인공은 마크 메도스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밝혀졌다.

트럼프 대통령 부부의 감염 시기와 경로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CNN방송은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지난달 26일 백악관에서 열린 에이미 코니 배럿 연방대법관 후보자 지명식이 백악관과 공화당 인사들의 집단 발병 근원지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백악관 직원 2명이 약 3주 전에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대법관 후보자 지명식 이전에도 백악관 내에서 환자가 발생했던 것이다.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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