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에는 저녁때 많은 눈이 내렸다. 퇴근길 버스를 타려고 ‘진둥한둥’ 발걸음을 옮기다 눈이 다져져 빙판이 된 길에서 미끄덩하며 넘어질 뻔했다.
며칠 전, 인터넷에서 뭔가를 검색하는데 ‘발밤발밤’이란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작은 동물이 아장대는 소리가 들리는 듯한 이 말은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걷는 모양’이란다. 모양도 발음도 어감도 귀여운 이 단어에 빠진 나머지, 이렇게 잘 모르는 말이 얼마나 있는지 찾아봤다. 정작 검색하던 ‘뭔가’가 뭐였는지는 까먹었지만 재밌는 우리말들을 만났다.
‘콩켸팥켸’도 그중 하나다. ‘사물이 뒤섞여 뒤죽박죽된 것’을 이르는데 ‘콩켜팥켜’에서 왔다고 한다. 시루에 떡을 찔 때 콩의 켜와 팥의 켜가 구분되지 않는다는 뜻을 담고 있다. ‘켜’는 ‘포개어진 물건의 층’을 의미한다. ‘진둥한둥’은 ‘매우 급해서 몹시 서두르는 모양’을 나타낸다. ‘허둥지둥’ ‘허겁지겁’과 의미가 비슷한데 역시 자주 접하진 못했다.
반면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마구 해치우는 모양’을 뜻하는 ‘휘뚜루마뚜루’는 이제는 친숙해진 말이다. 옷이나 가방 등의 홍보 문구에 자주 등장한다. 아무렇게나 걸쳐도 자연스럽고 멋지다는 점을 강조하는, 패션업계의 단골 용어가 된 듯하다.
생김새도, 뜻도 비슷한 단어들이 있다. ‘조마조마’와 ‘소마소마’는 똑같이 ‘마음이 초조하고 불안한 모양’을 나타낸다. ‘진둥한둥’과 ‘진동한동’은 서두르는 모습을, ‘발밤발밤’과 ‘발맘발맘’은 한 걸음씩 천천히 걷는 모양을 뜻한다.
우리말에는 ‘사람이나 사물의 모양이나 움직임을 흉내 낸 말’이 많다. ‘의태어’ 또는 ‘꼴시늉말’ ‘꼴흉내말’ ‘짓시늉말’이라 하는데 가짓수가 많은 만큼 알면 알수록 말글살이가 풍성하고 재밌어질 것이다. 또 어떤 흔치 않은 말들이 있는지 좀 더 찾아봐야겠다.
이지순 교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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