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 속의 다이아몬드’라고 불리는 송로버섯에는 두 종류가 있다. 검은 송로버섯은 프랑스에서, 흰 송로버섯은 이탈리아에서 주로 생산된다. 2021년에는 이탈리아의 송로버섯 채집이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됐다. 송로버섯은 로마의 박물학자 플리니우스의 <박물지>에 ‘자연의 진기한 산물’로 기록되었으니, 오래전부터 식용한 것으로 보인다. 송로버섯은 한동안 특별하게 취급되지 않다가, 르네상스 이후에 미식 문화의 발달과 더불어 그 명성이 높아졌다. 거기에는 루이 14세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절대 왕정을 이끌었던 루이 14세는 미식가이자 대식가였다. 그는 특히 향신료와 고기, 단 음식 등을 좋아해 식탁에는 각종 육류와 어류뿐 아니라 귀한 향신료와 설탕 공예품까지 산해진미가 넘쳐났다. 미식에 관심이 많고 진기한 것을 사랑했던 그는 송로버섯을 연회에 올리게 했다. 송로버섯은 참나무류나 개암나무 뿌리 등과 공생하는 균근류이므로 채취도 쉽지 않다. 게다가 땅속에서 자라기 때문에 후각이 예민한 개나 돼지를 이용해 채취해야만 했다. 자연산이라 공급이 원활하지 않자, 루이 14세는 인공 재배를 지시했다. 그러나 그것은 현대 과학으로도 어려운 일이다. 재배할 수 없고 훈련된 개나 돼지만이 찾을 수 있으니 그 가치는 더욱 높아졌다. 궁정 만찬에 오른 송로버섯은 결국 자연물까지 지배하려 했던 태양왕의 상징이 되었고, 귀족들 사이에서도 귀한 아이템으로 고급 요리에 포함되어 지금에 이르렀다.
참고로 송로버섯은 식물이 아니다. 이전에는 버섯(균류)을 식물의 일종처럼 간주했지만, 2011년부터 국제식물학회에서 균류의 독립성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식물과 구분하여 명명하기 시작했다. 어쨌거나 맛에는 변함이 없다.
이선 한국전통문화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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