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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 (화)

“콜라 건넬 때도 목숨 거는 곳” 트럼프 기행에 조롱받는 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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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가디언 “콜라 건네는 일도 목숨 걸고 해야”

“트럼프는 최악 공포를 증명하는 가장 설득력있는 증거”

中 환구시보 편집장 “트럼프 도박이 대가를 치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도 무단 외출, 조기 퇴원 등 돌발 행동을 일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 외신의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세계 초강대국의 위상이 최고지도자의 기행으로 손상됐다는 얘기마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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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일 백악관에 복귀해 발코니 연설을 하면서 마스크를 벗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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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일간 가디언의 마리나 하이드 칼럼니스트는 지난 6일 ‘트럼프 대통령의 정신 나간 발코니 연설 후, 우리는 숨이 턱 막혔다’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모든 최고의 약을 복용하고 다른 모든 사람을 위험에 노출시키는 남자다운 남자”라고 트럼프 대통령을 조롱했다.

지난 5일 완치 판정을 받지 않은 채 백악관으로 돌아와 발코니에 오른 뒤 보란 듯이 마스크를 벗고 거수경례까지 한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을 겨냥한 것이다.

마리나 하이드는 이에 그치지 않고 “그동안 대통령 수행원들에게 임무 중 사망은 대통령을 위해 총알을 대신 맞는 것을 의미했다”며 “하지만 이젠 (대통령에게) 다이어트 콜라를 건네는 것도 이런 의미에 포함된다”고 꼬집었다. 이어 “우리는 미국 대통령이 항상 거짓말을 하는 걸 예측하게 됐다”며 “트럼프는 최악의 공포를 증명하는 가장 설득력 있는 증거”라고 덧붙였다.

소설가 프랜신 프로즈도 같은 날 가디언에 기고한 칼럼에서 “신의 존재가 확실히 증명될 수 없지만, 신이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건 손해가 아니다”는 이른바 '파스칼의 내기(Pascal`s Wager)'를 거론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경솔함을 부각했다.

바이러스의 위험성을 정확히 모르는 사람들조차 타인에 폐를 끼칠 염려 때문에 마스크를 쓰고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은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그는 또 “우리는 고난으로부터 배우고 고난이 가르침을 준다고 믿고 있다”며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교육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 수치심, 죄책감, 책임감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 같다”고 날을 세웠다.

프랑스 공영 라디오방송 RFI는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를 방역이 아닌 정치적 관점으로 접근하고 있는 점을 다뤘다.

RFI는 지난 6일 스콧 루카스 영국 버밍엄대학 미국학 교수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의 확진은 갈 길 바쁜 미국의 코로나 방역 대응에 발목을 잡은 격”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에서 회복하면 스스로를 ‘바이러스를 물리친 용감한 남자’로 이미지화하겠지만, 미국민들은 그가 코로나 대응에 실패했다는 것을 기억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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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4일 코로나19로 입원 중인 월터 리드 군병원 앞을 차량으로 돌고 있다.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기 위해 깜짝 외출을 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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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갈등하고 있는 중국도 트럼프 대통령 비판에 열을 올렸다. 후시진(胡錫進) 환구시보 편집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확진 소식이 전해진 지난 2일 자신의 트위터에 “코로나를 가볍게 치부한 그의 도박의 대가를 치렀다. 결국 대통령과 그 가족들도 대가를 치르고 있지만 국민들이 ‘동고동락’한다고 이해하진 않을 것”이라는 게시물을 올렸다.

화춘잉(华春莹)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지난 4일 "어제 미국은 4만7000명이 넘는 코로나 확진과 사망자 600명을 보고했다"며 "이들 모두 대통령과 같은 ‘최고의’ 치료를 받을 수 있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비꼬았다.

일본 언론은 현실과 동떨어진 트럼프 대통령의 상황 인식을 엄중한 어조로 우려했다. 아사히신문은 지난 5일 사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감염은 우려할 만한 사태”라며 “많은 나라가 미국의 지도력을 의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대선은 미국이 주도해 온 국제질서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분수령”이라고 평가했다.

요미우리신문도 6일 사설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국민에게 모범을 보이는 입장이면서도 마스크 착용을 경시하는 발언을 자주 했다”며 “또 중국 책임만 강조한 채 근거 없이 미국에서는 유행이 종식될 것이라고도 했다. 중국 비판의 설득력이 약해지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근평·이민정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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