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통령 후보 토론회 96분 격돌
코로나 대응-무역전쟁 등 주제…한치 양보없이 팽팽한 정책대결
‘대통령 유고시 대응 방안’ 질문엔 “첫 흑인 후보” “이길 것” 엉뚱한 답변
토론후 여론조사 “해리스 승리” 59%, 대통령 2차 토론은 비대면 화상 진행
트럼프 “바이든만 보호… 불참할 것”
투명 칸막이 설치하고 토론집중 7일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부통령 TV토론회에 참석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오른쪽)과 야당 민주당의 부통령 후보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 코로나19 감염 방지를 위해 투명 칸막이를 사이에 두고 마주한 두 사람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코로나19 대응, 대중 정책, 감세 등 경제 정책을 놓고 뜨거운 설전을 주고받았다. 솔트레이크시티=AP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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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61)과 야당 민주당의 부통령 후보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56)이 7일 서부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부통령 TV토론에서 격돌했다. 인신공격과 끼어들기가 난무해 ‘난장판’이란 혹평을 받았던 지난달 29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74)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78)의 1차 TV토론과 달리 둘은 정중한 태도를 유지하면서도 상대방을 향한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이날 토론은 올해 대선에서 누가 이기든 70대 대통령이 등장하는 만큼 유사시 대통령직을 수행할 부통령의 자질을 검증하는 시험대라는 점, 두 사람이 각각 2024년 대선에서 각 당의 대선 후보를 노리는 ‘잠룡’이라는 점에서 이전 부통령 후보 토론 때보다 훨씬 많은 관심을 모았다. 수전 페이지 USA투데이 워싱턴지국장의 사회로 약 96분간 진행된 토론에서 두 후보의 앞에는 투명 아크릴 칸막이(플렉시 글라스)가 설치됐다. 양측의 거리도 대선후보 1차 토론 때의 7피트(약 2.1m)에서 12피트(약 3.6m)로 멀어졌다.
공격 포문은 해리스 후보가 열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비판하며 “역대 미 정부 사상 최악의 실패다. 이 정부는 이 때문에 재선될 권리를 박탈당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백신을 맞으라면 안 맞겠다”고 비판했다. 펜스 부통령은 “백신에 대한 신뢰도를 지속적으로 깎아내리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 국민 목숨을 갖고 정치놀음을 하는 것을 중단하라”고 받아쳤다.
해리스 후보가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졌다”고 비판하자 펜스 부통령은 “바이든은 싸워본 적조차 없다. 그는 수십 년간 중국 공산당의 치어리더였다”고 맞섰다. 해리스 후보가 “바이든이 당선되면 취임 첫날 트럼프 대통령의 세금 법안을 철회할 것”이라고 하자 펜스 부통령은 “바이든은 세금을 올리고, 2조 달러의 그린뉴딜 정책에 미 경제를 묻어 버리려 한다”고 맹비난했다.
대외정책과 관련해 해리스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탈퇴한 것을 놓고 “동맹 및 친구 국가들과 함께 맺은 협정을 걷어찼다. 그는 (우방과의) 관계라는 게 무엇인지, 약속을 지키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한다”고 질타했다. 펜스 부통령은 “중동정책에서 성과를 냈으며 우리의 요구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더 많은 방위비를 내고 있다”고 맞섰다.
두 후보는 ‘양당 대선 후보가 모두 고령이다. 대통령 유고 시 권력 승계 등에 대해 대선 후보와 대화해 봤느냐’는 민감한 질문에는 약속이라도 한 듯 동문서답으로 답을 피했다. 펜스 부통령은 “우리가 이길 것”이라고 했고, 해리스 후보는 “나는 첫 흑인이자 아시아계 여성 부통령 후보”라고 딴청을 피웠다. CNN이 토론 직후 유권자 609명을 대상으로 한 전화 조사에서 ‘해리스 후보가 이겼다’는 답이 59%로 펜스 부통령(38%)을 크게 앞섰다.
15일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후보의 2차 TV토론은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 등으로 인해 화상으로 진행된다고 미 대통령선거토론위원회(CPD) 측이 8일 밝혔다. 바이든 측은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에서 완치되지 않는 이상 2차 토론이 비대면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화상 토론을 받아들일 수 없다.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CPD가 바이든을 보호하려 한다”고 거세게 반발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조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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