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은 피해자, 코로나19 특수 상황 고려해 달라"
김영훈(맨 오른쪽) 고려대 의료원장을 비롯한 대학병원장들이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위기상황에서 의대생들의 국가고시 미응시 문제'관련 사과성명을 발표하기 앞서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동섭 연세대 의료원장, 김연수 서울대 병원장, 김영모 인하대 의료원장, 김영훈 고려대 의료원장. .배우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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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고대 의료원장은 9일 의대 본과 4학년 학생들의 국가고시(국시) 응시 기회를 달라며 "만일 기회가 주어진다면 의대생들이 사과 내지는 감사 인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주요 대학 병원장들의 대국민 사과를 두고 의대생들이 반발해 비판 여론이 일자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또 본과 4학년 학생들의 국시 재허용이 불발될 경우 "시뮬레이션을 해보니 의료시스템이 마비가 올 정도로 상상하기 힘들다"며 국시 재허용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김 의료원장은 이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국민들이 (국시 재허용 문제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의료계 전체 또는 우리가 당장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인식을 같이 해달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여러가지 형평성과 맞지 않지만 이번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특수한 상황이니 올해 만큼은 강하게 질책해 달라"며 "아마 (국시 응시 기회가 주어지면) 학생들이 사과 이상의 어떤 것도 한다고 본다"고 자세를 낮췄다.
"20일까지 국시 재허용돼야 의료 공백 막는다"
의료 공백을 막으려면 20일까지는 국시 재허용이 결정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불발될 경우 내년에 3,000여명의 의료 인력 공백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원장은 "공보의 750명, 군의관 750명, 인턴 1,500명의 의사 배출이 안 된다"며 "특히 간호 인력에 과중한 부담이 생길 수 있고, 의료 현장의 인력 수련에도 심각한 영향을 준다"고 지적했다.
인턴 공백이 의료 인력 누수 현상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심각한 중증 환자들을 다루는 과들은 인턴이 빠지면 레지던트만으로 운영이 어려우니 과를 바꾸거나 휴직을 할 수도 있다"며 "기피과를 더 피하는 이런 현상들이 도미노로 생길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의대생들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센 가운데, 오히려 의대생들은 피해자라며 감쌌다. 김 원장은 "(집단휴진 결정 과정에서) 선배로서 의견들을 잘 모으고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빠르게 결정하는 역할을 못한 저희 잘못"이라고 말했다.
의대생들의 국시 응시 기회 거부에 대해선 "'떼를 쓰듯이 의대생들이 시험을 안 보겠다고 하는데 왜 기회를 주느냐'는 지적은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개인의 문제를 떠나 이것이 가져올 파급 효과를 고려해 달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서라도 국시 재허용 기회를 달라고 했다. 김 원장은 "내년에 2ㆍ3차 유행이 올 가능성이 있는데 여기에도 대비를 해야 한다"며 "현실 인식을 지키고 싶다"고 말했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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