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 시민들과 교민들이 미테구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구청의 철거명령에 항의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베를린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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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수도 베를린 미테구(區) 거리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의 철거가 13일(현지시간) 보류됐다. 일본군 위안부를 상징하는 소녀상에 대해 일본의 요구를 받고 철거 명령을 내렸지만, 각계의 반발이 확산되자 소녀상을 당분간 그대로 둔 채 합의점을 모색하기로 한 것이다.
이날 베를린 미테구청은 보도자료를 내고 현지 시민단체 코리아협의회(Korea Verband)가 미테구의 소녀상 철거 명령에 대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냈다면서 “법원이 ‘평화의 소녀상’에 대한 기본적인 평가를 할 수 있을 때까지 소녀상은 당분간 그대로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코리아협의회는 지난달 28일 베를린 미테구청의 허가를 얻어 독일의 공공 장소에서는 처음으로 미테구에 소녀상을 설치했다. 하지만 지난 7일 미테구청은 14일까지 자진 철거하지 않으면 강제로 소녀상을 철거하겠다고 코리아협의회에 통보했다. 소녀상 제막식 이후 일본 측이 반발하며 전방위적인 외교전을 벌인 결과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이 직접 독일 정부에 전화를 걸어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슈테판 폰 다쎌 구청장은 보도자료에서 “우리는 복잡한 논쟁의 모든 당사자 입장과 우리의 입장을 철저히 따지는 데 시간을 사용할 것”이라며 “코리아협의회의 이익과 일본 측 간의 이익이 공정하게 다룰 수 있는 절충안을 마련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관련된 모두가 공존할 수 있는 방법으로 기념물을 설계하는 것을 환영한다”면서 “미테구는 시간과 장소, 이유를 불문하고 무력 충돌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성폭력을 규탄한다”고 말했다.
보도자료가 나오기에 앞서 다쎌 구청장은 이날 오후 미테구청 앞에서 열린 소녀상 철거 반대 집회에 예고 없이 나타나 가처분 신청으로 시간이 생겼다면서 “조화로운 해결책을 논의하자”고 말했다. 이날 베를린 시민 300여 명은 소녀상 앞에서 철거 명령을 내린 미테구청 앞까지 30여분 간 행진하고 집회를 열어 철거 명령의 철회를 요구했다. 녹색당 소속인 그는 집회 현장에서 “며칠 동안에 소녀상과 관련된 역사를 배우게 됐다”면서 “시민 참여가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다쎌 구청장은 일본 정부보다는 베를린에 사는 일본인들과 독일 연방정부, 베를린 주정부로부터 엄청난 압박을 받았고 그것이 철거를 결정하는 이유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역구청으로서 우리의 임무는 평화로운 공존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라며 “평화를 되살릴 방법을 찾아보자”고 제안했다.
미테구청의 이런 입장 변화는 현지 시민단체와 시민들은 물론 녹색당 내부 반발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녹색당, 좌파당과 함께 베를린 좌파 연립정부를 구성 중인 사회민주당에서도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베를린의 소녀상은 비문을 수정해 존치하는 방향으로 타협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앞서 미테구는 소녀상의 비문이 한국 측 입장에서 일본을 겨냥하고 있다며 철거 명령의 근거를 들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의 보편적 가치를 더 강조하기 위해 국제적인 전쟁 여성 피해 문제에 대한 내용이 추가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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