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반정부 시위대가 18일(현지 시각) 수도 방콕 도심의 승전기념비 주변에서 우의를 쓰고 우산을 든 채 집회를 벌이고 있다./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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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 직전 시위 장소를 소셜미디어에 공개한다. 최루가스 물대포를 막기 위해 고글, 헬멧, 우산을 장착한다. 소셜미디어에 각국 언어로 시위 상황을 신속 전파한다. 수개월째 이어지는 태국 반(反)정부 시위대가 지난해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반대 시위대의 시위 전술을 적극 차용하고 있다. 태국 시위대는 야당을 강제 해산시킨 정권을 향해 총리 퇴진과 왕실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16일 태국 경찰이 전날 1만명이 모였던 방콕 랏차쁘라송 교차로를 봉쇄하자 시위 주최 측은 집회 예정 시간인 오후 4시가 조금 안 된 시간에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인근 파툼완 교차로로 장소를 긴급 변경해 공지했다. 파툼완은 랏차쁘라송과 그리 멀지 않은 데다 경찰 봉쇄가 이뤄지지 않은 지역인 것이 고려됐다.
월스리트저널(WSJ)은 태국 시위대가 소셜미디어에 시위 직전 장소를 공개하는 방법으로 경찰과의 충돌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18일 보도했다. 키사나 파타나차로엔 경찰 대변인은 시위 상황을 “매우 역동적”이라고 표현했고, 로이터통신은 물 흐르듯 모여서 행진하고 철수한다는 뜻의 홍콩 ‘유수(流水·Be Water)’식 시위가 태국에서도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무기 대신 우산을 들고 나와 경찰의 물대포에 맞섰다는 점도 홍콩과 비슷하다. 16일 경찰이 방콕 시위대를 향해 물대포를 쏘자, 참가자들은 우비를 입고 우산을 펼쳐 저항했다. 2014년 ‘우산 혁명’이라고 불린 홍콩 대규모 민주화 시위 이후 우산은 홍콩 시위대의 상징이었다. 대규모 인파 속에서 ‘위험’ ‘안전’ ‘누군가 체포됨’ ‘물 필요’ 등의 수신호를 개발해 의사소통하는 점도 홍콩 시위에서 배워 활용했다. 시위 참가자 페치 랏보피치(16)는 “홍콩 시위를 통해 우리 자신을 보호하는 법을 배웠다”고 WSJ에 말했다.
시위대는 화장실이 있는 곳, 실종된 친구를 찾을 수 있는 곳 등을 알려주는 소셜미디어 계정도 만들었다. 시위 장소를 아예 소셜미디어에서 투표로 결정하기도 한다. 시위대는 최근 ‘태국에서 벌어지는 일’(WhatIsHappeningInThailand)이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세계 각국 언어로 그들의 주장을 전달한다.
[강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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