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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사설] 원전, 경제성도 제대로 따져보면 ‘좌초자산’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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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경북 경주시 양남면에 있는 월성원전 1호기. 경주/이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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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의 월성 1호기 감사 결과를 두고 보수언론과 친원전단체들이 ‘탈원전정책 흔들기’에 여념이 없다. 심지어 건설이 중단된 신한울 3·4호기 사업을 재개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한다. 감사원은 경제성 평가에 일부 문제가 있을 뿐 안전성과 지역 수용성 등은 감사를 하지 않아 폐쇄 결정의 타당성을 판단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는데, 이를 근거로 원전 건설을 재개하자는 것은 억지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전세계적 에너지 전환 정책에 따라 원자력 발전의 경제성이 급속히 낮아지면서 석탄 발전과 같은 ‘좌초자산’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보수언론과 친원전단체들이 금과옥조로 내세우는 원자력 발전의 경제성조차 제대로 따져보면 과장됐다는 얘기다.

태양광과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는 그 비중이 늘어나면서 ‘규모의 경제’로 발전단가가 낮아지는 추세다. 영국의 금융 싱크탱크인 ‘카본 트래커 이니셔티브’는 한국에서 태양광·풍력의 발전단가가 3~4년 안에 가스 발전단가를, 2027년에는 석탄 발전단가를 따라잡을 것으로 분석했다. 원자력 발전단가는 분석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원자력 발전도 이용률이 떨어지면 경제성도 낮아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이런 예상은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전력 수요가 감소한 지난 5월 부처님 오신 날 연휴 이틀과 지난 추석 연휴 5일 동안 신고리 3·4호기의 출력률을 20%씩 낮췄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나온 것처럼 출력률이 낮아질수록 발전단가는 높아진다. 전영환 홍익대 교수 연구팀이 최근 ‘제8차 전력수급 기본계획’ 설비용량을 토대로 2030년 발전원별 발전 계획을 모델링한 결과, 2030년 봄 전력수요 최소 시기에는 가동 중인 원전의 절반 이상을 멈춰 세워야 할 것으로 나왔다. 이럴 경우 석탄 발전처럼 원자력 발전도 좌초자산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좌초자산이란 처음에는 경제성이 있었지만 시장 환경의 변화로 되레 가치가 떨어져 부채 등으로 바뀌는 자산을 말한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40%에 이르는 독일을 비롯해 주요 국가들의 에너지 전환율은 20%에 이르고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5%에 머물고 있다. 기후위기에 대한 우리 정부의 소극적 대응책에 국제사회는 계속 경고를 보내고 있다. 이런 마당에 탈원전 공방은 공허하고 시대착오적일 뿐이다. 원자력 발전의 경제성에 대한 맹신에서 벗어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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