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금태섭 전 의원이 이른바 ‘조국 흑서(黑書)’를 제작했던 진중권 전 동양대교수, 서민 단국대 교수 등 ‘흑서파’와 연대해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금 전 의원 탈당에 대해 “의미가 없다”고 평가절하했었다. 그러나 금 전 의원과 진 전 교수 등이 반(反)민주당 성향의 중도·진보층을 결집시키고 국민의힘과 선거연대를 할 경우 서울시장 선거 구도가 요동칠 수 있다.

금 전 의원은 22일 본지 통화에서 “서울시장 출마나 진중권 교수와의 연대 등에 대해 지금은 구체적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 전 의원은 그동안 진 전 교수 등과 개인적으로 수차례 접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 세력화’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것은 아니지만, 소통이 가능할 정도로 접촉면을 넓혀왔다는 것이다.

금 전 의원이 탈당하자 진 전 교수는 “아직 이런 얘기는 너무 이르지만, 그가 (서울시장 선거에) 나온다면 내 한 표는 그에게”라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서민 교수도 금 의원 탈당 직전인 지난 19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에서 후보가 나간다면 박용진 의원이나 금태섭 전 의원 같은 인물이 제격”이라고 했다. 그래서 금 전 의원이 ‘조국 흑서파’와 손잡고 서울시장 선거 ‘제3 후보’로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러스트=이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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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전 의원이 진 전 교수, 김경율 회계사 등과 손잡을 경우 문재인 정부에 실망한 중도진보 성향의 유권자들의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다. 다만 과거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처럼 독자적으로 정치 세력화하기에는 힘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국민의힘과 ‘제3 후보’로 야권이 분열하면 여당에 유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민주당이 우려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국민의힘과 안철수 대표, 금 전 의원과 ‘조국 흑서파’가 반(反)문재인을 명분으로 후보 단일화를 추진해 민주당 후보와 ‘1대1 구도’로 맞서는 것이다. 중도·진보·보수를 포괄하는 야권 세력이 ‘반문(反文) 빅텐트’로 헤쳐 모이게 되는 것이다.

민주당은 2011년 서울시장 선거 때 박영선 후보를 선출했지만, 시민단체 지지를 받던 무소속 박원순 후보와의 단일화를 통해 박 후보를 야권 단일 후보로 만들었다. 이런 상황이 내년 서울시장 선거 때 야권에서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경율 전 참여연대 공동집행위원장과 진중권 전 동양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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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재선 의원은 “금 전 의원이나 진 전 교수가 국민의힘에 대해 비판적 입장이기 때문에 당장 손을 잡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그러나 서울시장 선거가 박빙 구도로 갈 경우 야권이 ‘반문 연대’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10% 이상으로 추정되는 무당파가 이를 계기로 야권 후보 지지로 가면 서울시장 선거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 여권의 분석이다.

국민의힘은 금 전 의원과 조국 흑서파의 연대, 야권 후보 단일화 가능성에 말을 아끼고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본지 통화에서 “우리 당에도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겠다는 분이 많기 때문에 일단 강력한 서울시장 후보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권영세·박진·윤희숙 의원, 나경원·김성태·김선동·지상욱 전 의원 등이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우리당 후보를 만들고 연말이나 내년 초까지 여론 동향을 지켜보겠다”며 “선거를 앞두고 야권 후보 단일화가 필요하다면 충분히 검토해 볼 수 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곧 금 전 의원과 만나 탈당 이유와 향후 정치적 계획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것으로 알려졌다.

[정우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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