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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이슈 윤석열 검찰총장

[김광일의 입] ‘위험한 짐승’ 윤석열, 그는 억울한 게 아니라 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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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보셨습니까. 어제 국정감사장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답변, 답변 내용, 답변하는 태도와 모습, 어떻게 보셨습니까. 거칠고, 세련미 없고, 건방진, 그런 모습을 보셨습니까. 아니면 솔직한 사내의 모습, 다듬어지진 않았지만, 미리 준비한 원고는 없어 보였지만, 마음속에 담아 둔 얘기를 거침없이 쏟아내는 모습을 보셨습니까. 아주 많은 말들이 쏟아졌지만, 그중 엑기스에 해당하는 핵심 부분만 몇 곳 짚어서 말씀 드린다.

첫째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 문제다. 우리나라 2000명 넘는 검사들이 제일 듣기 싫어하는 말이 “정권의 충견”이라는 말이다. 최근에는 “애완견”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주인이 시키는 사람만 물어뜯는 개, 그것이 “충견”이다. 오로지 주인에게 아부하는 것으로 밥벌이를 하면 그것이 바로 애완견이다. 그래서 검사들은 충견과 애완견 소리를 제일 싫어한다. 이러한 검사들을 대변해서 윤석열 총장이 한마디로 일갈했다. “검찰총장은 법리적으로 법무장관의 부하가 아니다”고 한 부분이다.

윤석열 총장은 법리적인 근거를 댔다. “장관은 기본적으로 정치인이고, 정무직 공무원이다.” “검찰총장이 장관의 부하라면 수사와 (형사) 소추라고 하는 게 정치인의 지휘로 하게 된다. 이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 사법의 독립과는 거리가 먼 얘기다.” 여러분은 어떻게 보십니까. 윤 총장이 뭔가 오해하고 있는 것입니까. 아니면 한 신문의 사설 제목처럼 ‘구구절절 옳은 얘기’입니까. 윤 총장의 말은 한마디로 ‘추 장관, 당신은 정치인, 그리고 나는 검사일 뿐이요. 내가 하는 수사에 간섭하지 마시오.’ 이런 뜻이다. 그러나 추미애 장관은 그동안 윤 총장에게 “내 명을 거역했다”느니 “말 안 듣는 총장”이라느니 하는 말을 해왔고, 이날도 비슷하게 ‘너는 내 부하’라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또 이 문제와 관련 민주당 김종민 의원이 “검찰총장이 국어에 실패한 것”이라며 “(장관과 총장은) 지휘 감독 관계”라고 했고, 김용민 의원은 “부하가 아니라는 것은 공무원으로서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지금 누가 누구한테 국어실력을 따지고 있는 것인지는 어이가 없긴 하지만 윤석열 총장은 이렇게 말했다. “저희가 초임 검사 때부터 배워온 것이다. 검사가 경찰을 지휘한다고 경찰이 검사 부하냐.”

둘째는 1조6000억의 피해를 입힌 ‘라임 자산운용 사태’는 현재 살아있는 권력의 핵심 인사들이 연루돼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데, 그것에 대해서도 윤석열 총장은 입장을 밝혔다. 최근 추 장관은 라임 사건 수사에서 윤 총장의 지휘권을 박탈했다. 이것에 대해 윤 총장은 이렇게 말했다. “장관이 특정 사건에 대해 총장을 배제할 권한이 있느냐.” “그것이 위법하고, 근거와 목적이 보여지는 면에서 부당하다.” 이것은 윤 총장이 추 장관을 향해 ‘당신은 위법한 행동을 하고 있는 중이고, 당신은 정치적 목적을 갖고 부당한 조치를 했소’, 라고 꾸짖고 있는 것이다. 윤 총장은 이어서 라임의 몸통 김봉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사기꾼이라고는 말을 안 하겠지만 중범죄를 저질러 장기형을 받고 수감 중인 사람들의 얘기, 중형의 선고가 예상되는 사람들의 얘기 하나를 가지고 검찰총장의 지휘권을 박탈하고 검찰을 공박하는 것은 비상식적이다.” 이것은 무슨 뜻인가. ‘추 장관, 당신과 사기꾼이 한 몸통이라니, 정말 어이가 없고 비참한 심정이오’ 이런 뜻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말한 것처럼 “사기꾼과 법무장관이 ‘원팀’인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는 탄식을 하고 있는 것이다.

셋째는 거취 문제다. 여당 쪽 인사들은 윤 총장에게 차라리 물러나라는 말을 거침없이 내뱉었다. 윤 총장은 이렇게 답변했다. “거취 문제는 임면권자의 말씀이 없다.” “임기라는 건 국민과 한 약속이기 때문에 압력이 있더라도 제가 할 소임은 다할 생각이다.” 이것은 무슨 뜻인가. ‘내 발로 스스로 걸어 나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자르고 싶다면 법률이 정한 바에 따라 나를 탄핵하라. 법률에 정해진 2년이라는 나의 임기는 대통령이나 추 장관이나 집권 세력과의 약속이 아니다. 그것은 국민과의 약속이다. 나는 못 나간다.’ 이런 뜻이다. 한마디로 ‘국민만 보고 가겠다, 차라리 나를 탄핵하라’, 이런 뜻이다.

그런데 윤 총장이 한마디 덧붙였다. “임면권자인 대통령께서 총선 이후 민주당에서 사퇴하라는 얘기가 나왔을 때도 적절한 메시지를 통해 ‘흔들리지 말고 임기를 지키면서 소임을 다하라’고 말씀을 전해주셨다.” 여기서 문 대통령이 소임을 다하라 했다는 ‘적절한 메시지’란 무슨 뜻일까. 짐작컨대 윤 총장이 청와대 쪽에, 민정이나 정무 쪽에, 임면권자의 의중을 물어봤을 가능성은 있고, 그것에 대한 답변을 들었을 수는 있다. 그러나 대통령이 물러나라고 한다고 해서 그대로 따를 것인가 하는 문제는 차후의 판단이 또 필요했을 것이다.

다음 추미애 장관 아들 수사 건에 대해서도 발언이 나왔다. 윤 총장은 “법무장관이 관련된 사건이라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면서 대신 조남관 대검 차장이 답변하게 했다. 조남관 차장은 이렇게 말했다. “(대검의 보완 수사 지시가) 있었다.” “(그러나 동부지검측은) 보완 조사를 해봐야 (무혐의) 결과가 달라지지 않는다고 했다.” 다시 말하면, 대검의 보완 수사 지시를 동부지검이 거부했고, 최종적으로 무혐의 처리됐다는 것이다. 동부지검장인 김관정 검사장은 대표적인 추미애 라인 검사로 꼽힌다.

윤 총장은 자신이 야권을 철저히 수사 지휘하지 않았다고 한 법무부 발표에 대해 “중상모략”이라고 논평한 적이 있는데, 이것에 대해 “그 표현은 제가 쓸 수 있는 가장 점잖은 단어”라고 했다. 그렇다면 점잖지 않은 노골적인 표현으로 바꾸면 어떻게 됐다는 뜻일까. 가령 ‘이런 나쁜 놈들, 아무리 장관과 정권에게 아부하고 아양을 떨어도 그렇지 이렇게 얼토당토않은 말을 꾸며낼 수 있단 말이냐, 이런 천하에 나쁜 놈들 같으니!’ 이런 정도가 아니었을까.

조국 전 법무장관 사태에 대해서도 윤 총장은 발언을 했다. 당시 윤 총장은 조국 장관 임명에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 총장은 이렇게 말했다. “(대통령에게) 독대를 요청한 사실이 없다.” “박상기 장관이 압수수색 당일 날 보자고 해서 청와대 가까운 데서 뵀는데 ‘어떻게 하면 선처가 될 수 있겠느냐’고 해서 사퇴한다면 저희가 일처리하는 데 재량과 룸이 생기지 않겠느냐, 의견을 드린 것뿐이다.” 이것은 무슨 뜻인가. ‘조국 장관 임명에 반대했지만 대통령에게 만나 달라는 요청을 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박상기 장관이 선처를 부탁했다. 그래서 조국 씨가 사퇴하면 참작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지 않겠느냐는 취지로 답변했다’, 는 뜻이다. 앞으로 논란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윤 총장은 이런 말도 덧붙였다. “조국 전 장관을 수사해야 하는지에 대해 저도 인간인 만큼 개인적으로 굉장히 번민했다.” 총장이 장관을 수사한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는 뜻이다.

흔히 검찰에 대한 ‘인사 학살’이라는 말을 나올 만큼 무자비하게 진행된 추미애 장관의 검찰 인사에 대해 이런 질문이 나왔다.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하면 좌천 아니냐.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러자 윤 총장은 “다 아는 이야기 아니겠느냐”고 했다. 어떤 검사든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하면 어디론가 흔적도 없이 쫓겨난다는 것은 어린아이까지 포함한 온 국민이 다 아는 얘기가 아니겠느냐, 이런 뜻이다. 윤 총장은 이와 관련 자신의 심중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렇게 말했다. “정치와 사법이라는 게 크게 바뀌는 게 없구나. 내가 왜 편하게 살지 이렇게 살아왔는지에 대한 그런 생각도 많이 든다.” 살아 있는 권력에 맞서고 있는 검사로서, 국민과 헌법만 바라보고 수사하려는 한 검사로서 깊은 회한이 묻어나오는 발언이다.

여러분은 윤석열 총장의 발언 내용과 모습을 어떻게 들으셨습니까. 거친 숨소리와 어, 어, 어, 하는 대목이 귀에 거슬리셨습니까. 아니면 오히려 솔직한 사내의 모습을 보셨습니까. 오늘 한 신문은 ‘윤석열의 야성이 돌아왔다’는 제목을 뽑았다. 어떤 독자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해 달라는 아우성과 비명소리를 듣는 듯 했다고 했다. 서울남부지검의 박순철 지검장은 어제 사표를 던지면서 “정치가 검찰을 덮어버렸다”고 했다. 왕조시대에 비유하자면 목숨을 걸고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를 비판한 것이다.

반복해서 기회 있을 때마다 드리는 말씀이지만 검찰 개혁, 사법 독립, 이것은 핵심 요체는 무엇인가. 그것은 한마디로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게 되는 것이다. 검사가 그 어떤 정치권 눈치도 보지 않고 엄정한 수사를 할 수 있게 되는 것, 그것이 검찰 개혁이다. 무엇이 정치적 중립인가. 그것은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할 수 있으면 정치적 중립이라고 본다. 대통령과 대통령 주변, 집권 여당을 수사할 수 있으면 정치적 중립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윤석열 총장의 답변은 이런 외침이었다. 민주당 김종민 의원이 윤 총장에게 “억울하면 옷 벗고 정치에 들어와 싸우라”고 발언을 했는데, 윤 총장은 지금 억울한 것이 아니라 분한 것이다. 선배들이 어떻게 만들어온 나라인데, 어떻게 만들어온 대한민국이고, 어떻게 지켜온 헌법 정신인데, 그것을 일부 집권 세력과 그 추종자들이 ‘충견’으로 만들려고 하는 것이 분한 것이다. 억울한 게 아니라 분한 것이다./

[김광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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