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P연합뉴스 |
미국에서 대통령 선거 이후 폭력 사태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면서 미군과 주 방위군의 역할이 주목을 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 중 누가 이겨도 두 사람을 지지하는 극단 세력이 폭력 사태를 조장할 수 있고, 경찰만으로 치안 유지를 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특히 선거 이후에 개표 지연과 소송, 부정 투표 시비, 대선 불복 등의 사태가 발생하면 산발적인 소요가 전국 주요 도시로 확산할 수 있다. 이때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출신 주지사들이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는 인종 차별 시위 당시처럼 군 병력 동원 문제를 놓고 충돌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WP) 등 미국 주요 언론은 선거일이 임박하면서 내전 수준의 소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직 대규모 폭동을 준비하는 조직적인 움직임은 없지만, 국지적인 소요는 일어날 수 있다고 WP가 전했다. 미국에서 총기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고, 우파 극단주의자 포럼에서 ‘내전’에 관한 대화가 많이 늘어나고 있다고 WP가 지적했다.
미국 텍사스주의 한 고속도로에서는 30일 총기로 무장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민주당 유세 버스를 포위한 채 위협을 가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영상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를 태운 6∼7대의 차량은 순식간에 고속도로에서 민주당 유세 버스를 에워싸고 버스를 멈춰 세우려 했다. 민주당은 “트럼프 지지자들이 욕설과 협박을 하면서 차량을 들이받았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이번 사건으로 오스틴 인근의 도시에서 열기로 했던 유세 행사를 취소했다.
위스콘신, 켄터키, 콜로라도, 텍사스주 등은 앞다퉈 주 방위군 소집령을 내렸고, 일리노이, 펜실베이니아, 테네시주 등도 곧 소집령을 내릴 것이라고 시사 매체 뉴스위크가 보도했다. 일부 주는 주 방위군을 소집해 투·개표장 치안 유지뿐 아니라 개표 업무를 맡길 계획이라고 뉴스위크가 전했다.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인해 투·개표에 과거보다 시간이 더 걸리고, 선거 지원 자원 봉사자가 줄어들어 주 방위군이 동원되고 있다. 주 방위군은 평소에는 민간인 신분이나 소집령이 떨어지면 군복을 입고 작전을 수행한다.
펜타곤은 대선 이후에 현역 군인 동원령이 떨어질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외신이 전했다. 마크 밀리 합참의장은 최근 미 공영 라디오 방송 NPR과 인터뷰에서 군의 엄정중립을 강조하면서 대선 불복 사태 등이 발생하면 군이 아닌 법원과 의회가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밀리 의장은 “이번 대선에서 군이 할 일은 제로”라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결과에 불복하고, 주요 도시에서 소요 사태가 발생하면 주지사가 관할하는 주 방위군 대신에 현역 군인 동원령을 내릴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1807년에 제정된 ‘폭동법’에 따라 군 지도부의 반대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현역 군인을 투입할 수 있다고 외신이 전했다. 현역 미군 병력은 138만 명가량이고, 예비군이 84만여명에 이른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고군통수권자로서 내란, 내전 등을 막는데 현역 군 병력을 동원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전국 주요 도시를 강타한 흑인 인권 차별 항의 시위 당시에 주 방위군 투입 문제로 민주당 출신 주지사 및 시장들과 충돌했다. 올해 6월 2일까지 23개 주에서 걸쳐 시위 진압을 위해 1만 7000여 명의 주 방위군이 투입됐었다. 주지사들이 이번 대선에서 투표 방해 또는 위협 행위 등을 차단하려고 군복을 입은 주 방위군을 투입하면 그 적법성을 놓고 즉각 소송전이 벌어질 것이라고 데비이드 쉐퍼 미국 외교협회(CFR) 선임 연구원이 말했다. 그렇지만, 올해 예비 선거 과정에서 주 방위군이 평복 차림으로 경호와 질서 유지 활동을 한 것은 합법적이어서 법적 시비가 제기되지 않았다고 쉐퍼 연구원이 강조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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