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0 (월)

이슈 2020 미국 대선

"미국이 더 위험해졌다"… 中, 대선 '후폭풍' 경계령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美 극심한 분열... 캐나다 이민 검색 7배 증가
"대선 함정에 빠져선 안돼", 中 압박 더할수도
최우선 관심 '경제' 확인... 접점찾기 난항 예상
한국일보

'벌거벗은 카우보이'로 알려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자 로버트 버크(중앙)가 4일 뉴욕 맨해튼에서 '모든 표를 집계하라'고 주장하는 반(反)트럼프 집회 현장을 찾아 시위대 사이를 지나가고 있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 대선이 분열 양상으로 치닫는 듯하자 중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외견상 미국 사회의 맹점과 중국 체제의 우월성을 대비시키며 조롱하는 듯하지만, 미국이 내부 불만과 갈등을 밖으로 쏟아낼 경우 지난 4년보다 더한 수세에 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캐나다 이민' 검색 미국인들 7배 늘어

한국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부 경합주에 대해 개표 중단 소송을 제기한 가운데 4일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경찰이 모든 표를 개표하라고 촉구하며 행진하는 시위대를 지켜보고 있다. 시카고=AP 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국 매체들은 미국 내 혼란상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 미 언론보도를 인용, 선거일인 3일(현지시간) 구글에서 미국인들의 '캐나다 이주 방법' 검색 건수가 전날 대비 7배나 급증했다고 전했다. 또 변호사에게 전화로 이민을 문의하는 경우가 지난 6개월간 25% 넘게 늘었고, 미 유권자의 56%가 선거 후 폭동 발생을 우려했다는 수치도 제시했다. 환구시보는 5일 "불안과 긴장, 공포로 인해 많은 미국인들이 현실을 도피하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중국은 미국 여론조사에도 딴지를 걸었다. 주류 언론과 기득권층이 엘리트주의에 젖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 표심, 이른바 '샤이 트럼프'를 과소평가했다는 것이다. 중국이 줄곧 지적해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부실 대응보다 경제 문제에 미 유권자들이 훨씬 큰 관심을 갖는 것도 중국은 예상 못한 부분이다. 리하이둥(李海東) 중국 외교학원 교수는 "트럼프가 여론조사 기관보다 미국인의 마음을 읽는 데 더 능했다"며 "미국 내 포퓰리스트 그룹의 요구가 거세져 정치와 외교에 큰 영향을 미치는 건 결코 긍정적인 신호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대선의 함정 경계해야... 美 30%는 극우"

한국일보

4일 미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경찰이 시위하던 남성을 체포하고 있다. 포틀랜드=AP 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처럼 중국은 둘로 나뉘어 격렬한 공격을 퍼붓는 미국을 상대해야 하는 처지다. 미국이 거칠게 나올수록 상대방인 중국은 달가울 리 없다. 중국 텅쉰왕은 "미국인의 30%는 극우"라며 "바이든이 대선에서 승리하더라도 트럼프에 대한 향수를 딛고 진영 간 균열을 치유하는 건 상당 기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중국 내에서는 "대선의 함정에 빠지지 말라"는 경고음이 잇따르고 있다. 누가 승리하느냐에 따라 미중관계가 변할 것이라고 착각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톈스첸(田士臣) 중국 싱크탱크 궈관 부총재는 "중국과의 경쟁관계는 미국의 초당적 합의 결과"라며 "현재 양국은 냉전도 열전도 아닌 미국 강요에 따른 전면 대결 상태"라고 주장했다. 미 CNN방송은 "유럽연합(EU)조차 미국에 좌우되지 않는 세계를 구상하고 있다"면서 "바이든이 당선되더라도 미국을 4년 전으로 되돌릴 가능성은 없다"고 단언했다.

中, 경제력으로 돌파… 불확실성 여전

한국일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4일 화상으로 제3회 상하이 국제수입박람회 개막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상하이=AFP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 대선이 끝나면 일정 기간 중국과 유화적인 제스처가 오가곤 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4년 전 당선 직후부터 중국을 몰아세우진 않았다. 4일 개막한 상하이 국제수입박람회에 미국 업체 200여개가 참가해 중국은 한껏 고무돼 있다. 러위청(樂玉成)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미국의 새로 선출된 대통령, 새로운 정부와 중국이 마주 보고 가고 양국 관계가 정상 궤도로 발전해 나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다만 첫 단추를 꿸 미국과의 접점이 당장은 마땅치 않아 보인다. 경기회복에 대한 미 유권자의 열망이 확인됐지만 무역·기술전쟁으로 잇따라 격돌해왔기 때문이다. 미국의 새 정부 출범 전 두 달간 트럼프 대통령이 어떻게 중국을 대할지도 미지수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양국 간 무역관계가 더 악화되고 예측불허의 상태로 흐를 수도 있다"면서 "미 대선 이후 신뢰 구축이 급선무"라고 조언했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