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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차기 대선 경쟁

'거위의 꿈' 노래 깔고 '대선주자' 목소리...정세균이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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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정세균 국무총리가 10일 세종 총리공관에서 열린 취임 300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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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뾰족하지 않은' '온화한' 화법의 대명사였던 정세균 국무총리가 변하고 있다. 정 총리는 기자들 앞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해 각각 "점잖아져라" "자숙하라"고 일침을 놨다.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조기폐쇄 결정 전반을 수사 중인 검찰을 향해서는 "적극행정에 찬물을 끼얹는다"고 비판했다. 정치권에서는 '자기 색깔'을 내는 정 총리의 모습을 "대선주자로서 몸을 푸는 것"으로 보고 있다.

몸값 올라간 丁… 공식적으론 '대망론' 부인하지만


정 총리는 10일 세종시 총리공관에서 출입기자단 간담회를 가졌다. 취임 300일(8일)을 계기로 열린 것이었으나, 초점은 '그간의 소회'보다는 '미래의 선택'에 맞춰져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판의 변수였던 김경수 경남지사가 6일 '드루킹 사건'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아 차기 대선 출마가 불투명해지면서,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의 양강 구도 를 흔들 '제3의 인물'로 정 총리가 뜨고 있기 때문이다.

정 총리는 '대권 도전'과는 부러 거리를 뒀다. 정 총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민생 경제라는 두 개의 위기가 한꺼번에 온 상황에서 총리직을 수행하고 있다"며 "그 일을 감당하는 게 우선"이라고 선을 그었다. "직분에 충실하겠다"고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간담회를 사실상의 '대선 출정식'으로 보는 시각이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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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국무총리가 10일 세종 총리공관에서 열린 취임 300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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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ㆍ윤 싸움 그만"… 존재감 키우기 나섰다


정 총리는 현안에 대해 분명하게 목소리를 냈다. 좋게 말하면 '좋게좋게', 나쁘게 말하면 '애매하게' 입장을 밝히던 그간의 모습과 사뭇 달랐다.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에 정 총리는 "윤 총장은 가족과 측근이 수사를 받는 중이지 않은가. 자숙하셨으면 한다. 추 장관은 점잖고 냉정하면서, 절제된 언어를 사용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중재'보다는 '질책'이었다. 검찰을 향해서는 '문재인 정부 에너지 전환 정책의 성과를 위해 공직자들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무시하고, 무리한 수사를 하고 있다'는 취지로 비판했다.

정 총리가 목소리를 내는 일은 더 잦아질 것이다. 정 총리는 6선 국회의원, 국회의장, 총리, 산업자원부 장관을 거친 것은 물론, 당내 독자 세력도 있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을 모두 보필했다는 '탄탄한 정치적 스펙'을 갖췄다. 그에 비해 대중적 인지도가 낮은 것이 그의 약점으로 꼽히는 만큼, 존재감 강화 행보에 나설 것이란 얘기다. 여권 관계자는 "정 총리가 최근 '이것도 좋다, 저것도 좋다'는 식의 발언은 지양하고, 또렷한 메시지를 내려고 한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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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국무총리가 11일 부산시 진구 개금골목시장을 방문해 상인들과 인사하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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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바이든을…" 대선 도전 우회 선언


정 총리는 차기 대선 출마 가능성을 완전히 닫진 않았다. 조 바이든이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것을 두고 "시대 정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한 게 대표적이다. 정 총리는 미국이 바이든 당선인을 선택한 이유를 '그가 통합, 포용, 치유, 실용, 포용, 품격의 가치를 지녔기 때문'이라고 정리했다.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도 매우 크다”고 했다. 정 총리가 언급한 단어들은 정치권이 정 총리를 묘사할 때 쓰곤 하는 표현들이다.

정 총리는 바이든 당선인의 안정감, 경륜도 강조했다. 70세인 정 총리가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 때 맞닥뜨릴 장애물 중 하나인 '세대 교체론'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정 총리는 개각 규모와 시점도 비교적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정 총리는 "개각은 작게, 두 차례 나눠서 할 것이다. 연말·연초보다는 빠를 수 있다"고 말했다. 국무위원 임면권은 대통령이 갖고 있기 때문에, 공개적인 자리에서 총리가 개각을 말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따라서 문 대통령과의 교감 하에서 나온 발언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이는 내각에서의 본인 입지를 드러내는 발언이다. 내년 상반기에 대선 출마를 위해 총리직을 물러날 것이라는 설에 힘을 싣는 것이기도 하다.

기자간담회장을 채운 배경음악도 묘했다. 아바(ABBA)의 '아이해브어드림(I Have A Dream)', 윤상의 '한 걸음 더', 윤종신의 '오르막길', 인순이의 '거위의 꿈' 등이 흘러나왔다. '앞으로 나아가겠다' '도전하겠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겠다'는 내용이 담긴 곡들이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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