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7일(현지시간) 출간 예정인 회고록에서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서 겪은 어려움 등 재임기간 동안의 소회를 밝혔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공화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인종차별 정서를 정치에 적극적으로 이용했다고 비판했다. 그와 함께 부통령으로 8년동안 일한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에 대한 신뢰와 우정의 뜻도 밝혔다.
17(현지시간) 출간예정인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세번째 회고록 <약속된 땅>. 아마존닷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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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은 17일 출간 예정인 오바마 전 대통령의 회고록 <약속의 땅(A Promised Land)>을 입수해 12일 일부 내용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오바마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백악관에서 나의 존재는 마치 자연질서가 흐트러지기라도 한 것처럼 깊은 패닉을 불러온 것 같았다”고 밝혔다.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서 임기를 시작했을 때 느꼈던 백악관과 주류 정치무대의 어색한 분위기를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내가 미국에서 태어나지 않았고, 위법한 대통령이라는 주장이 퍼지기 시작했을 때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며 “ ‘백악관의 흑인’에게 겁을 먹은 수백만명의 미국인에게 트럼프 대통령은 인종적 불안을 해소시킬 묘약을 약속했다”고 썼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11년 4월 자신이 하와이에서 출생했다는 기록을 공개했다. 일부 극우인사들은 그가 케냐에서 태어나 미국 대통령으로서 자격이 없다는 음모론을 계속 퍼뜨렸다. 미국 헌법은 대통령과 부통령이 ‘미국에서 출생한 사람’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정치적 공세에 따라 사적인 기록을 공개하는 관례를 만들고 싶지 않다며 출생서류를 공개하는 것을 거부했으나, 논란이 계속되자 결국 공개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당시 서류 공개를 준비하며 백악관의 젊은 직원들에게 ‘우리는 이보다 낫다(음모론을 제기하는 자들보다 낫다)’고 말했다”고 썼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공화당도 비판했다. 막말과 무지한 발언으로 비판을 받은 사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가 2008년 부통령 후보로 출마한 것을 예로 들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페일린을 통해 공화당 주변에 숨겨져있던 어두운 생각들, 외국인 혐오와 반 지성적 음모론, 유색인종을 향한 적개심이 중앙 무대로 나오기 시작했다”고 비판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트럼프나 존 베이너(공화당 하원의장), 미치 매코널(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은 크게 다를 게 없었다”며 “차이가 있다면 트럼프는 거리낌이 없다는 것”이라고 썼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에 대한 생각도 적었다. 바이든 당선자는 오바마 정부 시절 8년동안 부통령으로 일했다. 그는 바이든 당선자의 풍부한 경험과 공화당과의 협치를 위한 중재자로서의 역량을 높이 평가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조가 대통령으로 봉사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었고, 내가 너무 어리다고 여전히 걱정하는 사람들을 안심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었다”며 “그는 점잖고 정직하며 충직한 사람”이라고 썼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회고록을 쓴 것은 이번이 세번째다. 2006년 <아버지로부터 받은 꿈들>, 2008년 <담대한 희망>을 펴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미국 대선에서 현장유세에 나서는 등 조 바이든 후보를 지원했다.
장은교 기자 ind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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