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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화성연쇄살인사건 범인 자백

이춘재 누명 사죄한 검사…윤씨, 20년 옥살이에도 용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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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재심 9차 공판에 재심 청구인 윤성여 씨가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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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최종 책임자로서 20년이란 오랜 기간 동안 고생한 윤성여(54)씨와 그 가족에게 검찰을 대표해 머리 숙여 사죄드립니다."

19일 오후 이춘재 8차 연쇄살인 사건 재심이 열린 경기도 수원종합법원청사 501호 법정. 자리에서 일어난 검사 2명이 윤씨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윤씨가) 8차 사건의 진범이 아니라는 점이 명백하게 확인된 이상, 무죄를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 "이춘재 자백, 윤씨 무죄 선고해달라"



화성 8차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경기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의 한 가정집에서 A(당시 13세)양이 성폭행당하고 숨진 채 발견된 것이다. 윤씨는 당시 범인으로 몰려 20년을 복역한 뒤 2009년 가석방됐다. 윤씨는 내내 무죄를 주장해 왔다. 하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춘재(57)가 범행을 자백하자 윤씨는 지난해 11월 재심을 청구했다.

수원지법 형사 12부(박정제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이 날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과거 수사의 잘못된 점을 인정했다. 검찰은 "재조사한 결과 피고인의 자백은 경찰의 폭행·가혹 행위에 의한 것으로 객관적 상황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이춘재의 자백이 신빙성이 있고, (윤씨를 범인으로 지목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체모 감정 결과에) 결정적 오류가 있었다"고 무죄를 구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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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뉴스룸에서 보도한 재소자 신분카드에 부착된 이춘재.[JTBC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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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씨 "수사 잘못 인정한 형사들 용서"



피고인의 신분으로 증인석에 앉은 윤씨는 불우했던 어린 시절과 과거 범인으로 지목돼 조사를 받은 과정 등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그는 "경찰 조사의 내용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강제로 지장을 찍었고 당시 국선 변호인의 얼굴도 못 봤다"고 했다. 수형 생활 당시 영치금이 없어서 남의 빨래를 대신 해주는 등 고생담도 밝혔다.

윤씨는 "(범인으로 몰려 옥살이를 해) 억울한 생각도 했지만, 당시는 시대가 그랬던 것 같다. 운명으로 받아들인다"며 "(과거 수사 당시 잘못을 인정한 형사 등에게) 성경에도 백번이고 만번이고 모든 잘못을 용서하라고 한다. 그들을 용서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증인으로 나와 범행을 자백한 이춘재에게도 "고맙다"고 했다. 최후변론에서도 "좋은 사람으로 새롭게 인생을 시작하고 싶다. 언제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겠다"고 말했다.

윤씨에 대한 재심 재판은 공판준비기일 2차례를 합쳐 지난 2월부터 이날까지 총 12차례에 걸쳐 열렸다. 이춘재 등 21명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윤씨의 선고 공판은 다음 달 17일 열린다.

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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