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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이슈 텔레그램 n번방 사건

‘박사방’은 살아있다…법 밖의 플랫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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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 방지법’ 내달 시행 앞두고 제도 보완 목소리

[경향신문]

성착취물 유포한 텀벡스, 수사 이후도 계정 옮겨가며 여전히 거래
홍보수단 이용되는 트위터·텔레그램 등 플랫폼들도 통제 어려워
‘삭제의무 위반 처벌’ 역외규정 실효성 의문…“정부 감시 강화를”

텔레그램에서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박사방’ 조주빈이 중형을 선고받았지만 디지털성범죄는 다른 플랫폼에서 계속 발생하고 있다.

오는 12월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을 강화한 ‘n번방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및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제도를 촘촘하게 보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조주빈 일당이 제작·유포한 성착취물은 관련 수사가 개시된 이후에도 해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텀벡스 등에서 거래됐다. 텀벡스는 딥페이크 피해도 속출한 곳이다. 딥페이크는 타인의 신체·얼굴과 성영상물을 정교하게 합성해 퍼뜨리는 새로운 유형의 성범죄다. 관련 피해가 많아지자 경찰청은 내달 1일부터 3개월간 딥페이크를 집중 단속하기로 했다.

트위터는 텀벡스의 성착취물 판매 계정을 홍보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범죄자들은 트위터용 짧은 성착취 스트리밍 영상을 ‘노예물’ 등과 같은 설명과 함께 게시한 뒤 풀영상을 구매하게끔 유인한다. 트위터는 지난달 아동 성착취물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밝히면서 문제 계정은 영구 삭제 조치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현경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활동가는 “(수사 등으로) 문제가 되면 플랫폼이 와해됐다가 다른 곳으로 범행이 옮겨가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고 했다.

‘벗방’으로 불리는 온라인 개인방송도 성범죄의 온상이 됐다. ‘벗방’은 온라인 개인방송 플랫폼에서 신체를 노출하고 진행하는 형태의 방송을 말한다. 최근에도 미성년자 등이 일부 사업자와 불공정 계약을 맺거나 감금 협박을 받고 성인방송을 강요당한 피해가 발생했다.

내달 10일부터 시행되는 ‘n번방 방지법’은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에게 디지털성범죄물 삭제 등 유통 방지 및 기술적·관리적 조치를 할 의무를 부과했다.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 징역, 1억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박사방 일당 등이 해외 플랫폼을 통해 규제 없이 성착취물을 유통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플랫폼 사업자들에게도 법적 책임과 관리 의무를 지운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법만으로는 디지털성범죄를 방지하기 어렵다고 본다.

법은 텔레그램 등 해외 기반 플랫폼 서비스 업체를 국내법에 근거해 처벌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역외규정을 뒀지만 집행 실효성은 높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텔레그램은 본사 서버 위치를 주기적으로 옮겨 해외 국가와의 국제공조 수사가 어렵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기업들이 정부 정책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수 있게끔 현행법상 ‘기술적 관리’란 표현을 ‘선제적 조치’ 등으로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부의 감시가 강화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가연 변호사는 “모든 플랫폼 사업자가 모니터링을 통해 성착취물을 걸러낸다는 것은 기술적으로 어렵고 이용자들의 개인정보 침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정부가 모니터링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소속 디지털성범죄지원단은 성적 허위 영상물 등을 모니터링하고 사업자 자율규제를 유도하고 있다. 방심위는 온라인 개인방송의 음란물·명예훼손·공포심 유발 정보·청소년 유해물을 감독할 권한이 있지만 제대로 된 감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온라인 방송 모니터링 인력은 30여명으로 알려졌는데 하루 평균 수천개 방송이 동시 방송되는 것과 비교해 인력이 부족하다.

현경 활동가는 “모니터링 인원을 제대로 된 검증 없이 갑자기 늘리기만 하면 오히려 성착취물이 유포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모니터링 과정에서 발생되는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과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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