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4 (금)

이슈 전두환과 노태우

5·18 헬기사격 있었다…전두환, 사자명예훼손 유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1심서 징역 8월·집행유예 2년 선고

고 조비오 신부 증언 진실로 판단

국과수 탄흔감정서 근거로 제시

재판부 “자신 되돌아보고 사과하길”

중앙일보

‘5·18 헬기 사격’을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이 30일 오후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재판을 마친 전 전 대통령이 부인 이순자씨의 손을 잡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광주 5·18민주화운동 때 계엄군이 광주시민을 향해 헬기 사격을 했다”고 주장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판했다가 유죄 판결을 받았다. 광주지법 형사8단독 김정훈 부장판사는 30일 회고록을 통해 조 신부를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비난한 혐의(사자명예훼손)로 기소된 전 전 대통령에 대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1980년 5월 21일과 5월 27일 광주 도심에서 각각 500MD(공격형) 헬기와 UH-1H(수송용) 헬기를 통한 사격이 있었음이 충분히 소명된다”며 “피고인의 지위, 5·18 기간 피고인의 행위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도) 미필적이나마 헬기 사격이 있었음을 인식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날 판결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전일빌딩 탄흔 감정서’ 등이 주요 근거로 제시됐다. 국과수는 2017년에 5·18 현장인 광주 동구 금남로 전일빌딩 10층에 생긴 수백발의 탄흔과 관련해 “헬기에서 하향 사격한 결과”라는 공식 보고서를 냈다. 이듬해에는 국방부 5·18특별조사위원회가 “당시 헬기 사격이 있었다”는 내용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군인들과 목격자들의 진술도 중요 증거로 받아들여졌다. 재판부는 조 신부를 제외한 헬기 사격 직접 목격 증인 16명(사망 2명 포함) 중 8명의 진술에 대해 “충분히 믿을 수 있고 객관적 정황도 뒷받침됐다”고 평가했다. 재판부는 “500MD 헬기 부조종사가 검찰에서 ‘광주공원에 위협 사격을 가하라는 내용의 무전 교신을 들었는데 명령권자가 누구냐고 묻자 무전 교신이 끊어졌다’고 진술했다”며 “20㎜와 7.62㎜ 탄약이 소비됐다는 진술도 있는데, 사격 외에는 탄약이 소비될 방법이 없다”고 부연 설명했다.

재판부는 “조 신부는 헬기 사격에 관한 군 문서의 존재 여부를 전부 알지 못한 상태였는데도 사망할 때까지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목격하지 않은 것을 마치 본 것처럼 일관되게 진술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고인처럼 역사를 왜곡하고도 잘못을 뉘우치지 않는 자세는 우리를 고통스럽게 한다. 피고인은 재판 내내 한 차례도 성찰하거나 사과하지 않았고, 자신의 정당성을 확보하고자 피해자를 비난하는 회고록을 출간해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전 전 대통령은 이날 재판에서도 시작 후 10여 분 만에 꾸벅꾸벅 조는 모습을 보였다. 광주지법 정문에서 엄벌을 촉구하던 5월 단체 회원들은 이 소식을 전해 듣고 “전두환이 또 광주시민을 우롱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판결 선고를 계기로 자신을 되돌아보고 진심으로 사과하길 바란다”며 선고 공판을 마쳤다.

이날 광주지법 앞에는 1심 선고 공판 시작되기 전부터 5·18 단체와 광주시민들이 대거 몰려 “전두환을 구속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5월 단체와 시민들은 지난해 3월과 지난 4월 전 전 대통령이 광주 재판에 출석했을 때도 “5·18 학살 책임을 지고 사죄하라”며 항의했었다.

전 전 대통령은 1997년 내란 및 내란목적살인죄로 무기징역 확정 판결을 받았지만 이후 특별사면으로 풀려났다. 그는 “당시 정보기관 수장에 불과해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광주광역시=진창일·김준희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