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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이슈 혼돈의 가상화폐

비트코인, "팬데믹이 낳은 화폐 혁명의 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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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랠리는 2017년 12월....1만9665달러에 도달

지금은 법정화폐에 대한 불신 때문에 2차랠리 중

금융역사가 퍼거슨 "전염병은 돈의 혁명을 낳아"

일부에선 낙관론 수준을 넘어 도취감 증상도 보여

7만4000달러를 넘어설 수도 있다는 예측도 제시돼

'가격 상승이 돈이 되는 조건은 아니다'는 비판도

중앙일보

″코로나 사태가 낳은 돈의 혁명에서 승자는 비트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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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비트코인이 3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금융 역사가 니얼 퍼거슨은 “팬데믹이 낳은 통화 혁명 승자가 비트코인”이라고 했다.

로이터와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30일(현지시간)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한때 8.4% 올라1만9668달러(약 2178만원)에 이르렀다. 2017년 12월 기록한 역대 최고가 1만9665달러(1차 랠리)보다 3달러 높은 수준이다.

다만,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 미끄러져 한국시간 1일 오전 7시엔 1만9300달러대에서 오르내렸다. 어쨌든 2008년 금융위기를 계기로 등장한 비트코인 역사에서 2차 랠리'가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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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가격 흐름.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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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권 금융회사 참여가 가격 부채질



비트코인의 최근 랠리는 11월21일 미국 온라인 결제업체 페이팔이 자사 플랫폼에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매매할 수 있게 할 계획이라고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피델리티인베스트먼트가 비트코인 펀드를 출시한 사실도 급등을 부채질했다.

비트코인은 전통적인 자산과 성격이 다르다. 제도권 금융회사나 펀드 등이 거래를 중개하거나 투자한다는 소식이 비트코인 가격 급등의 재료가 되곤 했다.

이런 단기적인 촉매는 과거에도 종종 있었다. 오히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주요 중앙은행들이 공격적으로 한 머니 프린팅(돈 풀기)이 비트코인 랠리의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 3월 이후 4차 양적 완화(QE4)를 단행했다. 장부외 펀드를 조성해 기업어음 등까지 사들였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BOJ) 등도 비슷한 돈풀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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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과 비트코인 상승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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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화폐에 대한 불신이 핵심 요인



특히 인도네시아 중앙은행 등은 사실상 화폐화(monetization) 작업도 하고 있다. 정부가 발행한 채권을 유통시장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 사들이고 있다.

화폐화는 1980년 이후 신자유주의 경제이론에서는 금기나 마찬가지다. 중앙은행이 유통시장을 거치지 않고 국채를 사주면, 정부가 금융시장 참여자(채권자)의 견제를 받지 않고 재정을 지출할 수 있다. 재정 건전성이 더욱 빠르게 나빠져 끝내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신자유주의 이론가들의 주장이다.

QE4와 화폐화 등으로 달러나 유로 등 법정 화폐가 돈의 여러 기능 가운데 ‘가치 저장’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증폭됐다.

법정화폐에 대한 우려는 몇몇 암호화폐 비판가들의 말을 바꿔놓았다. ‘닥터 둠’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경제학)는 최근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이 가치저장 기능 가운데 일부는 잘할 수 있을 듯하다”고 말했다.

마크 테퍼 스트래터직웰스파트너스의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투자자들은 대부분 비트코인을 투기로 여겼으나 세계 최대 온라인 결제 기업인 페이팔이 암호화폐 거래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생각을 바꿨다”고 했다.



전염병은 화폐 혁명으로 이어지기도



금융 역사가인 니얼 퍼거슨은 한 걸음 더 나갔다. 그는 이날 블룸버그인텔리전스(BI)에 쓴 칼럼에서 “인류 역사에서 전염병 사태를 계기로 돈이 혁명적으로 바뀌었다”며 “코로나 팬데믹이 낳은 돈의 혁명에서 비트코인이 승자가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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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역사가 니얼 퍼거슨



사기와 감시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보안성이 강한 암호화폐를 더 많이 사용하게 될 수 있다는 게 퍼거슨의 전망이다.



"가격 상승이 돈이 되는 요건은 아냐"



가격 급등과 오피니언 리더들의 정당화는 자산 가격 급등 시기에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그 바람에 비트코인에 대한 낙관론은 일정 선을 넘어 도취감(euphoria)으로 바뀌고 있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몇몇 전문가들은 비트코인 가격이 최소 3만4000달러(약 3774만원)에서 7만4000달러(약 8214만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을 하였다.

‘가치저장’이 돈이 하는 일의 전부는 아니다. 교환의 매개, 회계 단위, 세금 징수 등 아주 다양한 구실을 하는 게 돈이다. 이런 사실을 근거로 영국 화폐 역사가인 제프리 잉험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최근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이 자산으로서 시장의 인정을 받기는 어렵지 않을 듯하다"며 "다만, 어떤 물거이나 자산의 가격 상승이 돈으로 사회적 인정을 받는 것과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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