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소녀상 설치를 추진한 시민단체 코리아협의회 등이 만든 ‘소녀상 철거 반대’ 웹자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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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철거 위기에 놓였던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이 독일 수도 베를린에서 영원히 머물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베를린시 미테구의회가 소녀상 영구 설치 결의안을 의결하면서 관련 논의에 탄력이 붙은 것이다. 소녀상은 일단 내년 9월까지 자리를 지킬 것으로 전망된다.
베를린 미테구의회는 1일(현지시간) 전체회의를 열고 구의원 29명 중 24명 찬성으로 평화의 소녀상 영구 설치 결의안을 의결했다. 녹색당 소속 프랑크 베르테르만 구의회 의장은 회의 직후 “성폭력 희생자를 추모하는 평화의 소녀상 보존을 위한 결의안이 다수결로 의결됐다”고 말했다.
녹색당과 좌파당이 이날 공동 제출한 결의안은 소녀상 철거 명령을 철회하고, 애초 내년 8월14일까지였던 설치기한을 내년 9월 말까지 6주 연장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소녀상을 미테구에 영원히 설치하는 방안을 구의회 참여하에 마련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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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베를린 시민들과 교민들이 지난 10월 미테구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구청의 철거명령에 항의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베를린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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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당 틸로 우르히스 구의원은 의안 설명에서 “평화의 소녀상은 2차 세계대전 중 한국 여성에 대한 일본군의 성폭력이라는 구체적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평화의 소녀상은 구조적이고 근본적으로 막아야 하는 전시 성폭력의 상징”이라며 “소녀상의 영구 설치를 위한 논의 과정에서 이런 구조적 문제가 부각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베를린 연립정부 참여정당인 사회민주당과 녹색당, 좌파당 의원들 다수가 찬성표를 던졌다. 기독민주당과 자유민주당 의원은 반대표를 던졌다. 소녀상 설치를 주관한 현지 시민단체인 ‘코리아협의회’ 한정화 대표는 “영구 설치를 위한 논의가 시작된다는 것은 베를린에 소녀상을 영원히 존속시키기 위한 큰 발걸음을 내디딘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미테구의회 앞에는 한국인과 독일인 30여 명이 모여 소녀상 영구 설치를 위한 촛불집회를 열었다. 참가자들은 아리랑을 부르며, 소녀상이 영원히 머물러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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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의안의 법적 구속력은 없다. 다만 슈테판 폰 다셀 미테구청장이 결의안을 추진한 녹색당 소속인만큼 결의안이 권고한 내년 9월까지 철거를 밀어붙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유진 코리아협의회 활동가는 이날 경향신문 통화에서 “다셀 구청장이 코리아협의회와 만나 비공개로 철거 명령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구청·구의회·시민단체 3자가 참여하는 협의 테이블이 곧 마련될 것 같다”고 했다. 이에 따라 영구 설치를 위한 추가 논의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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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미테구청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전쟁 피해 여성의 인권 문제라는 점을 인정해 지난해 7월 소녀상 설치를 허가했고, 지난 9월 미테구 거리에 소녀상이 설치됐다. 1년간 설치하고 재심사를 거쳐 기한을 연장하는 조건이었다. 그러나 미테구청은 일본 측 항의가 이어지자 지난 10월7일 기존 결정을 뒤집고 소녀상 철거 명령을 내렸다. 이에 베를린 시민사회가 반발하고 코리아협의회가 행정법원에 철거 명령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제출하자, 미테구는 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철거 명령을 보류한다며 한발 물러섰다. 이후 미테구의회는 지난달 7일 철거명령 철회 결의안을 채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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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일본 관방장관은 2일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동상의 조속한 철거를 요구하겠다”고 말했다고 지지통신이 보도했다. 일본 언론들은 미테구의회가 소녀상을 영구 설치하는 쪽으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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