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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은행권, 악조건 속 커버드본드 발행 1조원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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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민 기자]
이코노믹리뷰

자료=금융감독원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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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리뷰=박창민 기자] 올해 은행권 원화 커버드본드(이중상환청구권부채권)가 초저금리 시대라는 악조건 환경에서도 발행 규모 1조원을 넘겼다.

상반기보다 하반기 발행 규모가 5배 이상 컸다. 올 하반기 신예대율 시점이 가까워진데 다 연초 제출한 신고한도를 최대한 맞추기 위해 상반기 미뤘던 발혱계획을 이행한 영향이다.

연간 1조2300억원 발행…우리은행 규모 최대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들어 은행들이 발행한 커버드본드 규모는 1조2300억원이다.

총 발행 규모가 가장 컸던 은행은 우리은행(5000억원)이다. SC제일은행(4100억원), 수협은행(3200억원)이 뒤를 이었다.

올해 커버드본드 포문을 연 은행은 우리은행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5월 2000억원을 발행했다. 발행금리는 1.44%로 은행채 5년물 민평금리보다 2bp가량 낮았다.

이는 올 상반기 유일하게 이뤄진 커버드본드 발행 건이다. 지난해 상반기 발행 규모인 1조4000억원과 비교해 7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든 것이다.

올 상반기 한국은행이 두 차례 단행한 기준금리 인하와 코로나19 사태로 커진 채권시장 변동성은 은행들이 커버드본드 발행을 망설이게 만든 주된 이유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 3월 기준금리를 1.25%에서 0.75%로 인하하고 5월 다시 0.75%에서 0.5%로 다시 인하했다. 통상 커버드본드 금리는 국고채와 은행채 금리의 중간 수준에서 결정된다.

기준 금리 인하는 채권시장에서 커버드본드의 투자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발행사인 은행들도 입장에서도 은행채와 비교해 실익이 떨어진다. 저금리 상황에서 커버드본드 발행이 초기시스템 구축비·사후 관리비 등 부대비용(20~30bp 추정)이 추가로 들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재확산에 대한 우려로 은행채의 신용스프레드, 절대금리 수준에 따른 투자수요 등이 큰 폭의 변화를 나타낼 수 있다는 점도 커버드본드 시장에 제동을 건 요소다. 실제로 수협은행은 지난 3~4월 예정된 원화 커버드본드 발행은 하반기로 늦춘 바 있다.

금융당국이 코로나19 사태로 신예대율 규제 적용 시기를 늦춘 점도 은행들이 채권시장을 관망할 시간적 여유를 줬다. 당초 금융당국은 올해부터 예대율을 산정할 때 가계대출의 가중치를 15%포인트 높이고 기업대출 가중치는 15%포인트 내리기로 했다. 가계대출을 줄이고 기업대출을 늘리라는 취지였다. 그러나 지난 2월부터 코로나19 피해가 커지자 이를 내년 6월 말까지 유예하기로 했다.

하반기부터 시장 '온기'…"내년 발행 규모 증가 가능성" 관측도

하반기 들어 수협은행과 우리은행이 번갈아 원화 커버드본드 발행에 나서며 시장에도 다시 온기가 돌았다.

수협은행은 지난 7월 1100억원을 발행하며, 하반기 발행의 첫 스타트를 끊었다. 8월에는 수협은행과 우리은행이 각 1000억원, 3000억원 규모의 커버드본드를 발행했다. 9월에는 수협은행(1000억원)이 올해 세 번째로 발행에 나섰다. 이후 10월과 11월엔 SC제일은행이 각 2500억원, 1600억원을 발행했다.

현재까지 올 하반기 발행 규모는 1조300억원이다. 작년 하반기 2조3200억원과 비교해 절반 수준에 불과하나, 상반기 7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던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회복세를 보인 것이다.

하반기 들어 은행들이 잇달아 커버드본드 시장을 찾은 이유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금융지원으로 대출 이 급증한 상황에서 신예대율 적용 시점이 가까워지면서 선제적인 대응 차원이다.

김민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부 은행은 예대율 규제를 준수하는 데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최근 커버드본드 발행이 늘어난 점이 이를 방증한다. 은행들은 예대율 규제 준수가 목적인 경우 커버드본드나 CD 또는 예담ABCP를 발행하는 경향을 보여 왔다"고 진단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올 상반기 발행을 늦춘 탓에 연초 금융감독원에 신고한 연간 발행계획을 준수하려던 점도 하반기 발행이 몰린 이유 중 하나다.

금융당국은 커버드본드 신고물량의 최소 80% 이상을 기한 내 조달하도록 지도하고 있다. 올해 발행에 나선 우리은행과 수협은행, SC제은행 모두 신고물량의 80% 이상을 채운 상태다. 우리은행은 당초 계획대로 5000억원을 모두 발행했다. SC제일은행은 신고물량 5000억원의 82%인 4100억을 채웠으며, 수협은행은 신고물량 4000억원의 80%인 3200억원 발행을 마쳤다.

한편, 신예대율 적용 유예 마감시한이 가까워지고 있는 만큼 내년 커버드본드 발행이 올해보다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전혜현 KB증권 연구원은 '2021년 크레딧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예대율 완화 종료 이전에 커버드본드 증가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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