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직무 배제 결정으로 출근하지 못했던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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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은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가 의결한 정직 2개월의 처분을 받아들이지 않고 소송전으로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향후에도 법정다툼이 이어지면서 징계의 정당성과 절차를 둘러싼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윤 총장은 16일 법률대리인인 이완규 변호사를 통해 “임기제 검찰총장을 내쫓기 위해 위법한 절차와 실체없는 사유를 내세운 불법 부당한 조치”라며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독립성과 법치주의가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밝혔다. 윤 총장은 “헌법과 법률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잘못을 바로 잡을 것”이라고 했다. 윤 총장 측은 서울행정법원에 징계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집행정지 신청과 징계를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낼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의 윤 총장 징계는 당초 더 신속하게 이뤄질 계획이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4일 윤 총장을 직무에서 배제시키고 징계를 청구하면서 이달 2일 징계위를 열려고 했다. 일선 검사들이 집단반발하고 징계절차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서울행정법원이 윤 총장이 낸 직무정지명령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하는 등 법무부에 불리한 여론이 조성됐다. 징계위 회의는 두 차례 미뤄져 지난 10일 첫 심의가 열렸다.
처음 계획한 만큼의 속도전을 내진 못했지만 20여일 만에 신속하게 이뤄진 징계는 절차의 정당성에 대한 논란을 남겼다. 징계사유부터 억지로 꿰 맞춘 것이라는 목소리가 검찰 안팎에서 높았다. 감찰을 제대로 거치지 않았고, 윤 총장에게 유리한 내용을 담은 감찰 보고서를 은폐했다는 의혹도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징계가 결정됐다는 점은 소송 과정에서 법무부에게 짐이 될 전망이다.
징계위에서는 윤 총장 징계 사유의 법리 검토를 맡은 이정화 대전지검 검사가 대검의 ‘주요 재판부 분석’ 문건 작성은 “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의견을 밝혔으나 박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 지시로 최종 감찰기록에서 삭제됐다. 법무부가 외부 인사가 다수인 감찰위원회를 소집하지 않고 징계위를 열려고 했다는 정황도 뒤늦게 드러났다. 이 같은 상황이 알려지면서 법무부가 징계 결론을 정해두고 무리하게 추진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지난 1일 열린 법무부 감찰위는 윤 총장에 대한 징계청구와 수사의뢰가 부당하다는 의견을 냈다.
윤 총장 측은 징계위 구성도 불공정하며 위헌·위법이라고 주장한다. 윤 총장은 징계위원 가운데 위원장 직무대리인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징계를 청구한 이후에 신규 위촉했고, 신성식 대검 반부패수사부장은 ‘검·언 유착’ 의혹 사건에서 KBS에 관련 의혹을 제보했다는 혐의로 고소돼 공정성 문제가 있다며 기피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윤 총장은 검사징계법상 징계위원은 7명으로 구성돼야 하는데 4명의 위원이 징계를 결정한 것도 위법이라고 주장한다. 징계위원 가운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징계 청구자라 제척됐고, 증인으로도 출석한 심 국장은 1차 심의 때 자진해서 빠졌다. 외부위원 1명은 출석하지 않았다. 또다른 외부위원 1명은 징계위를 앞두고 사임했다.
윤 총장은 앞서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위원회 위원을 법무부 장관이 지명하도록 정한 검사징계법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냈다. 헌법소원은 전원재판부에 회부됐다. 헌법소원이 인용되면 징계는 무효가 된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인용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본다. 공무원 징계에 관한 사항은 행정재판 대상이지만 헌법상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용구 법무부 차관은 윤 총장의 헌법소원을 두고 이종근 대검 형사부장 등과 나눈 텔레그램 대화에서 “악수(惡手)인 것 같다”고 언급했다.
윤 총장은 행정소송을 통해 이 같은 절차적 문제를 들어 징계의 부당성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정한중 위원장 직무대리는 심의를 끝낸 뒤 취재진에게 “증거에 입각해서 혐의와 양정을 정했다. 국민께서 만족하지 못하더라도 양해 부탁드린다. 모든 절차에서 충분한 기회와 방어권을 줬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일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법관들은 ‘주요 재판부 분석’ 문건과 관련해 의견을 밝히지 않기로 결정했다. 윤 총장 징계 관련 사건이 소송으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판사들의 의견 표명이 해당 재판부에게 부담이 될 것이란 점이 가장 크게 고려됐다. 내년 7월까지인 윤 총장 임기 중 징계 무효 재판 결과가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임기가 끝난 후라도 윤 총장에 대한 징계가 부당했다는 판결이 나오면 문재인 정권에는 정치적 타격이 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 이후 윤 총장이 수사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윤 총장이 정직 2개월을 마치고 내년 2월 쯤 복귀한 뒤 스스로 물러나지 않을 경우 또 다시 사퇴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정치적 외압 논란도 거세질 수 있다. 윤 총장 징계 결정은 내려졌지만, 그것을 둘러싼 논란은 한동안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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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하·허진무·이보라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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