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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몰랐던 북한 시즌2-11] 누구에게나 어린 시절 향수를 자극하는 상징적인 만화영화가 있을 것이다. 한국은 소위 '뽀통령'이라 불리는 '뽀로로'부터 유튜브 70억뷰를 기록하여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상어가족' 등 그 시대를 대표하는 애니메이션들이 있다. 북한의 대표적인 애니메이션은 '다람이와 고슴도치' '소년장수' '령리한 너구리'이다. 북한에서는 애니메이션을 아동영화라고 부른다. 위의 세 작품은 북한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작품들인데, 오늘은 북한 아동영화와 관련된 이야기를 소개하려고 한다.
위의 세 작품은 1970년대 후반부터 TV를 통해 방영하기 시작하였으며 현재 '다람이와 고슴도치'는 32회까지, '소년장수'는 100회까지, '령리한 너구리'는 63회까지 제작되었다. '다람이와 고슴도치'는 외부 세력으로부터 꽃동산을 지켜가는 내용을 담고 있다. '소년장수'는 고구려를 지키는 꼬마 장군들의 이야기, '령리한 너구리'는 수학과 과학을 이용하여 실생활의 문제를 해결하는 지식교양 애니메이션이다.
작품에 나오는 귀여운 캐릭터들, 아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 구성, 누구나 따라 부를 수 있는 배경음악으로 아이들 눈과 귀를 사로잡고 있는 이 세 작품은 처음 방송한 197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 북한의 국민 아동영화로 꼽히고 있다.
아동영화는 보통 17시 30분부터 18시 10분까지 지정된 '아동방송시간'에 방영한다. '아동방송시간'에는 어린이 사상교양과 관련된 프로그램, 아동영화 등 아이들을 위한 방송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런 이유로 '아동방송시간'은 북한의 모든 아이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시간이기도 하다. 아이들은 밖에서 뛰어놀다가도 오후 5시만 되면 들뜬 마음으로 TV 앞에 모여 앉아 아동영화시간을 기다린다.
그러나 북한은 가정에서 24시간 전기를 공급받지 못하기 때문에 TV를 볼 수 있는 시간이 정해지지 않았다. 오후 5시 30분이 되어 아동방송이 시작돼도 전기가 없으면 볼 수 없다. 기대에 차 있던 아이들은 실망하며 다음날 아동방송 시간을 또 간절히 기다린다. 어쩌다 아동방송 시간에 전기가 들어오면 모든 집에서 "불이왔다!"라는 환성이 터져 나온다. 그러다 중간에 정전되면 배전소(전기 공급하는 곳) 사람들을 비난하기도 한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CD플레이어가 유행하기 전이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TV 프로그램에 의존했다. 필자도 10대 이전까지 '다람이와 고슴도치' '소년장수' '령리한 너구리'를 TV로만 봤다. 2000년대에 들어와 많은 집들에 CD플레이어가 생기고 가정용 배터리가 유행하면서 원하는 아동영화를 자유롭게 볼 수 있게 되었다. 필자도 집에 '다람이와 고슴도치' 1회부터 25회까지 CD로 가지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그 당시에 세계 명작 동화들도 합법적으로 볼 수 있었는데 예를 들면 '잠자는 숲의 미녀' '사자 왕' '숲속의 로빈후드' 같은 작품들이다. 이런 세계 명작 동화는 TV에서 방영하는 것이 아니라 CD로 유통되었기 때문에 대중적인 인기를 얻지는 못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여전히 '다람이와 고슴도치' '소년장수' '령리한 너구리'는 북한 어린이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며칠 전 우연히 북한 방송프로그램 편성표를 보다 최근 북한에서 아동방송시간에 '소년장수'를 방영하고 있는 것을 보고 조금은 놀랐다. 1980년대에 만들어지기 시작한 아동영화를 1990년대 태어난 필자도 보고 자랐으며 2020년을 살아가는 어린이들도 본다는 이야기다. 시대가 흐름에도 같은 기억을 공유하는 것은 서로의 공감대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 사회가 그만큼 정체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으로 복잡한 감정을 숨길 수 없다.
[이성희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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