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열린 코로나 백신 보급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UPI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1회계연도 정부 예산안에 27일 밤(현지 시각)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닷새 동안 9000억 달러(약 993조원) 규모의 코로나 추가 경기 부양안이 포함된 이 예산안에 거듭 불만을 표시하며 거부권 행사를 시사했었다. 하루 전날에도 트위터에 “나는 위대한 국민이 쥐꼬리만 한 600달러가 아니라 2000달러를 받기를 원한다”고 쓰며 이 법안에 서명할 수 없다고 주장했었다. 그러나 예산 공백으로 연방정부 업무가 중단되는 ‘셧다운’ 시한이 28일 자정으로 다가오는 가운데 민주·공화 양당의 비판이 자신에게 집중되자 갑자기 태도를 바꾼 것이다.
미 의회 상·하원은 몇 달에 걸친 공방 끝에 지난 21일 코로나 추가 경기 부양안과 1조4000억 달러(약 1543조원) 규모의 2021회계연도 정부 예산안을 처리했었다. 이 법안 협상에 참여했던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22일 “미 상·하원이 압도적인 초당적 지지로 코로나 대응·구제를 위한 추가 세출 예산안을 통과시킨 것에 기쁘다.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에 감사하고 싶다”는 성명을 냈었다. 하지만 이 성명이 나온지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이 법안이 재난지원금을 1인당 600달러(약 66만원) 밖에 지원하지 않는 것은 “수치(disgrace)”라고 주장하는 영상을 공개했었다. 1인당 2000달러(약 220만원)은 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지난 23일부터 플로리다주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크리스마스 휴가를 보내는 동안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듯한 발언을 이어갔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일원이자 ‘충성파’에 속하는 므누신 장관이 협상을 할 때는 왜 아무 말하지 않았다가 뒤늦게 ‘몽니’를 부리냐는 비판이 일었다. 재난지원금의 상향 지급을 반대하는 것이 다름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이 속한 공화당이란 점도 거부권 행사의 타당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었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 실업자 1400만명에게 지급되던 실업수당이 지난 26일 종료되고, 연방정부 셧다운 시한마저 다가오면서 미 정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예산안에 서명하기 몇 시간 전에 CNN에 출연한 공화당 소속 애덤 킨징어 하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그저 선거에 졌기 때문에 기분이 좋지 않고 혼란을 조성하며 권력을 보여주려는 것이 아니라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이해가 안 간다. 이것(예산안 처리)은 그냥 해야 하는 일”이라고 했다. 공화당 내의 반(反)트럼프 대표주자 중 한 명인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는 “법안에 서명하라. 그러고 나서 대통령이 더 (재난지원금을) 밀어 붙이고 싶다면 그 일도 또 하자”고 했다.
이런 압박 속에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저녁 갑자기 트위터에 “코로나 부양 법안에 대한 좋은 소식이다. 곧 전하겠다!”는 글을 썼다. 그리고 잠시 후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 법안에 서명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별도의 성명을 통해 “대통령으로서 나는 의회에 낭비되는 지출을 줄이고 그 돈을 미국 성인 1인당 2000달러, 아동 1인당 600달러로 지급하기를 원한다고 알렸다”면서 “많은 (조항의) 삭제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또 “월요일(28일) 하원은 재난지원금을 1인당 600달러에서 2000달러로 올리는 표결을 할 것”이라며 “상·하원은 11월 3일 대선에서 일어난 매우 중대한 투표 사기에 강한 초점을 두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미 트럼프 대통령이 예산안에 서명한 만큼, 의회가 이런 요구를 따라야 할 의무는 없다고 의회전문매체 ‘더 힐'은 전했다. 또 재난지원금을 2000달러로 상향하는 것은 당초부터 민주당이 원했던 일이기 때문에 민주당이 다수당인 하원에서는 표결이 이뤄지겠지만, 공화당이 다수당인 상원을 통과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고 분석했다. 다만 의회, 특히 하원 내의 ‘트럼프 충성파'들이 본회의 등에서 ‘선거 사기'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워싱턴=김진명 특파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