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적절한 시기에 이명박·박근혜 사면 건의하겠다"
與, 논란 일자 "이명박·박근혜 사면, 당사자 반성 중요…당원 뜻 존중"
野 "사면 두고 장난치면 안 돼", "처신 잘하라" 비판 봇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국회 의원회관 자신의 사무실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이명박ㆍ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과 관련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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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 사면론을 둘러싼 여당 내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야당은 3일 "사면을 두고 장난치면 안 된다"며 맹비난했다. 앞서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 필요성을 언급했던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민 통합을 이뤄내야 한다는 충정을 말씀드린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같은 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무죄를 주장하고 정치적으로 재판을 받는 사람에게 반성하라는 말이 무슨 말인가. 말이 안 되는 것"이라며 "사면을 두고 장난을 치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사면론을 제기한 이 대표를 향해 "이것 하나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면 당 대표 자격이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구두 논평을 통해 "전직 대통령들의 사면 문제를 깃털처럼 가볍게 여기는 민주당 모습이 과연 정상인가"라며 "사면에 관련된 해프닝은 책임 있는 여당의 모습이 아니다. 민주당의 구심점은 과연 어디인지 의심케 한다"고 성토했다.
같은 당 장제원 의원도 이 대표의 책임을 물었다. 장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이낙연 집권당 대표의 깃털처럼 가벼운 말과 행동이 민망할 지경"이라며 "전직 대통령의 사면론을 꺼내놓은 지 48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말을 주워 담으니, 우롱당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집권당 대표가 전직 대통령 사면 문제를 청와대와 교감 없이 한번 던져 본 것이라면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행동을 한 것이고, 청와대와 교감을 가지고 던졌는데도 당내 이견을 조율하지 못했다면, 이 대표는 물론이고 문재인 대통령 또한 레임덕에 빠졌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그는 이 대표를 향해 "집권당 대표답게 처신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친박'(친박근혜)계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사면론'에 대한 민주당의 입장을 "비겁하고 잔인한 처사"라고 혹평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포기인지, 유보인지 알 듯 모를듯한 입장을 여당이 내놓았다"며 "엉뚱하게 '반성' 조건을 내걸며 감옥에서 고초를 겪고 있는 두 분에게 공을 떠넘긴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들었다 놨다, 뭐 하는 행태인가. 가혹한 처벌로도 모자라나"라며 "사면은 전직 대통령이 아니라 현직 대통령이 하는 것. 정치 보복의 주체인 문재인 정권이 풀어야 할 결자해지의 문제"라고 했다.
이어 "결국은 문 대통령의 몫이고 숙제다. 늦으면 늦을수록 정치적인 부담만 가중될 뿐"이라며 "문 대통령은 더 늦기 전에 결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국회 의원회관 자신의 사무실에서 이명박ㆍ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과 관련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사무실을 떠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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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야권 대선 주자들은 사면론에 긍정적 반응을 쏟아냈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찬성했던 유승민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은 "이 대표의 전직 대통령 사면 제안에 적극 동의하며 환영한다"며 "전직 대통령 두 분의 사면은 국민통합을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도 "분열을 조장하는 국정 운영에서 벗어나 새해부터는 통합에 힘을 싣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1일 연합뉴스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적절한 시기에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 반발이 일자 민주당은 이 대표 주재로 지난 3일 최고위원 간담회를 소집해 '사면 문제는 국민 공감대와 당사자의 반성이 중요하며 앞으로 국민과 당원의 뜻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오늘 최고위에서) 이 대표의 (사면론) 발언은 국민 통합을 위한 충정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해했다”며 “앞으로 국민과 당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고위원회는 촛불정신을 받들어 개혁과 통합을 함께 추진한다는 데 공감했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도 최고위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사면론을 꺼낸 데 대해 "코로나 위기라는 국난을 극복하고 경제를 회복하는 것이 당면한 급선무다. 이를 해결하는 데 국민의 모아진 힘이 필요하다고 믿는다"며 "정치 또한 반목과 대결의 진영정치를 뛰어넘어 국민 통합을 이루는 정치로 발전해가야 한다. 그러한 저의 충정을 말씀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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