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시도할 경우 트럼프 잔여임기보다 오래 걸릴 듯
“13일 남았지만 언제라도 ‘호러 쇼’ 될 수 있어”
교통장관·전 비서실장 등 트럼프 주변 줄사퇴도
미국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의 의사당 난입 사건 이튿날인 7일(현지시각) 의사당에서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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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이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수정헌법 제25조 발동을 통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축출에 즉각 나서지 않으면 트럼프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7일(현지시각) 밝혔다. 또한 백악관과 행정부에서 줄사퇴가 이어지는 등 6일 트럼프 지지자들의 의사당 난입 사태 이후 ‘트럼프 엑소더스’가 벌어지고 있다.
민주당 소속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이날 의사당에서 기자들에게 “어제 미국 대통령은 미국에 대한 무장 반란을 선동했다”며 “미국 민주주의의 전당인 미 의사당을 신나서 신성모독하고 의회를 겨냥해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우리나라 역사에 영원히 오점으로 남을 참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런 행위를 “대통령이 부추겼다”고 말했다.
펠로시 의장은 펜스 부통령이 이날까지 수정헌법 25조 발동에 대한 답변을 하지 않으면 하원에서 트럼프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펠로시 의장과 같은 당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이 문제를 논의하려 이날 펜스 부통령에게 연락을 시도했으나 전화를 받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펜스 부통령은 트럼프 축출을 위한 수정헌법 25조 발동에 반대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보도했다. 펜스 부통령이 이런 입장을 언제 의회에 전달할지는 불확실하다고 신문은 전했다. 펜스 부통령의 이런 입장은 일부 내각이 지지하고 있으며, 이들은 트럼프 축출이 현재의 혼란을 더욱 부추길 것으로 우려한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수정헌법 25조는 대통령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할 경우 부통령과 내각 과반의 찬성으로 대통령의 직을 박탈하고 부통령이 직무를 대행하도록 하고 있다. 대통령이 이를 거부할 경우 상원과 하원에서 각각 3분의 2의 찬성으로 대통령을 직무 정지시킬 수 있다.
펠로시 의장이 말한대로 수정헌법 25조 발동이 안 돼서 하원에서 2019년에 이어 두 번째 트럼프 탄핵에 들어갈 경우, 트럼프의 잔여임기(1월20일 종료)인 13일 안에 마무리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탄핵까지 언급하며 펜스 부통령에게 수정헌법 25조 즉시 발동을 압박한 것은 ‘남은 13일도 너무 길다’며 하루라도 빨리 트럼프를 직무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압박이다. 펠로시 의장은 “13일 밖에 남지 않았지만 그 중 어느 날도 미국에 ‘호러 쇼’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하원 의원들은 탄핵 소추안을 준비하고 있다.
공화당 안에서도 수정헌법 25조 주장이 나오고 있다. 공화당의 애덤 킨징어 하원의원은 이날 트위터에 올린 동영상에서 “슬프게도, 어제 대통령은 국민과 의회를 보호해야 할 의무를 포기했을 뿐만 아니라 우리가 봤던 반란을 부채질하고 불붙였다”며 “악몽을 끝내기 위해 수정헌법 25조를 발동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도 “대통령이 물러나거나 직에서 제거되면 미국이 더 나아질 것이라는 데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동조했다. 앞서 <시엔엔>(CNN)은 트럼프 내각 일부 구성원들이 수정헌법 25조 발동에 대한 사전 논의를 하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수정헌법 25조를 통한 트럼프 축출이 실현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이 조항을 당장 적용하는 것에 반대 뜻을 밝혔다. 상·하원 모두 민주당이 과반을 점하고 있긴 하지만 3분의 2까지 동의를 얻을 수 있을지도 아직 불확실하다.
행정부와 백악관에서의 사퇴도 잇따르고 있다. 7일 내각에서는 처음으로 일레인 차오 교통장관이 물러났다. 그는 전날의 의사당 점령 사태에 대해 “대단히 충격적이고 전적으로 막을 수 있었던 사건”이라며 “그저 밀쳐둘 수 없는 방식으로 나를 매우 괴롭힌다”고 밝혔다. 차오 장관은 공화당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의 아내다.
이날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낸 믹 멀베이니 북아일랜드 특사도 방송에 출연해 “더 있을 수가 없다”며 사임 결정을 공개했다. 매슈 포틴저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과 백악관 대변인을 지낸 스테퍼니 그리셤 영부인 비서실장, 라이언 털리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유럽·러시아 담당 선임국장등도 물러났다. 공화당 의원들은 트럼프 주변의 핵심 참모들에게 사임하지 말고 자리를 지켜줄 것을 설득하고 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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