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경기도 양평군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을 찾은 시민들이 양부모의 학대로 생후 16개월 만에 사망한 정인 양을 추모하고 있다./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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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이하 의사회)가 입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정인이 사건'과 관련해 살인죄가 적용돼야 한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어 경찰청장을 직무유기와 살인방조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췌장 손상은 개복술 필요한 중증 손상”
의사회는 검찰의 자문 의뢰를 받고 지난 5일 서울 남부지검에 ‘정인이 사건' 관련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 의견서는 검찰이 질의한 사항에 대해 의사회가 답변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있다.
검찰은 먼저 “척추에 골절이 없는데, 어떻게 힘이 작용해야 췌장이 절단될 수 있는 것인지” 질의했다. 이에 대해 의사회는 “힘이 앞(배)에서 뒤쪽(등허리) 방향으로 강하게 가해져 췌장 절단까지 초래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답했다.
이어 검찰은 “복부(또는 등)에 외력을 가했을 때 정도에 따라 파열 또는 절단 될 수 있는 장기의 순서가 있는지, 그 중에 췌장은 어느 정도에 해당하는지” 물었다.
의사회는 “외력에 의한 복부 장기 손상 경우, 장간막, 대장, 소장이 먼저 손상되고 췌장은 마지막에 외력이 미친다”며 “때문에 췌장이 손상되는 것은 매우 드문 것이고, 개복 수술이 필요할 정도의 중증 손상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이어 정인이의 경우처럼 췌장 전체가 절단 됐다면, “췌장 손상 중에서도 가장 심한 손상”이라고 했다.
◇”정인이 췌장 절단, 교통사고 당한 수준”
“종합해 볼 때 정인이에게 가해진 힘의 강도가 어느 정도로 볼 수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대해 의사회는 “교통사고를 당해서 배에 가해지는 충격 정도의 큰 충격이 가해졌다”고 주장했다.
의사회는 “고속으로 충돌하는 자동차 대 자동차 사고 또는 자동차 대 사람의 교통사고에서 사람의 복부에 충격이 가해진 경우, 자전거 핸들 손잡이에 의해 배가 깊숙이 눌리는 정도의 충격을 받은 경우, 일상적인 높이가 아니라 높은 높이에서 추락한 경우, 주먹이나 발로 세게 배 부위를 가격 당한 경우 췌장이 손상된다”고 했다. 이외에 축구 경기 도중 배를 발로 차이거나 황소 머리에 배를 받힌 경우에 췌장이 손상된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양모 주장, 신빙성 없어”
정인이 양모인 장모씨는 앞서 진행된 검찰 조사에서 “가슴 수술 통증으로 아이를 떨어뜨렸을 뿐 췌장이 끊어질 정도의 학대를 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의사회는 이 주장이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한다.
의사회는 “가슴 수술 통증은 3-4일이면 가라앉고, 아기를 안고 짐을 들고 하는 일상 생활은 2주만 지나면 가능하다”며 “수술을 받은지 3주가 된 시점에 아이를 들었다가 통증으로 떨어뜨렸다는 장씨의 진술은 매우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했다.
이어 “키 165cm의 성인 눈높이에서 16개월 아이(당시 체중 9kg)를 바닥에 떨어뜨리는 것으로 췌장 손상 가능성은 거의 없으며 분명히 고의에 의한 힘이 가해졌을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해야 한다”고 밝혔다.
◇ “양모, 살인 의도 있었거나 최소 사망 가능성 인지”
정인이의 복부 손상 정도를 볼 때, 양모 장씨가 “정인이가 사망할 수 있다는 것을 예견가능했는지”를 묻는 질문에 대해선 “‘살인의 고의에 의한 죄' 또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가 마땅하다”고 답했다.
정인이 부검 결과를 보면 “복부 손상 중 일부는 사망하기 수일 이상 전에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되며, 이미 손상이 있던 부위에 재차 손상이 있었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고 했다.
또 가해 당시 장씨는 “정인이에 대한 살인의 의도가 분명하게 있었거나 최소한 가해로 인해 정인이가 사망할 가능성에 대한 인지는 하였을 것”이라고 했다. 이는 20년 가까이 수많은 소아 진료를 했고, 소아의 인체 특성과 해부학적 구조를 잘 아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인 의견서 제출자의 주관적 견해와 부검소견 그리고 다수 의학 논문들의 객관적 근거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이에 의사회는 장씨에게 ‘살인의 고의에 의한 죄' 또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가 적용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 의사회, 경찰청장 살인방조죄 고발
의사회는 8일 김창룡 경찰청장을 직무유기와 살인방조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의사회는 고발장에서 “이른바 ‘정인이 사건’과 관련해 2020년 5월과 6월, 9월까지 3차례에 걸쳐 학대 의심 신고를 받고도 정식 수사로 전환하지 않고 내사 종결하거나 양부모와 분리 조치도 하지 않고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경찰을 비판했다.
이어 “만일 경찰청장이 적극적으로 수사 지휘를 진행하거나 최소한 양부모와 분리하도록 경찰을 지휘했다면 정인이의 사망이라는 최악의 사태는 방지할 수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라며 “중과실에 해당하는 직무유기와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강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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