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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트럼프 탄핵 정국

‘이참에 트럼프 제거?’…공화당 지도부, 트럼프 탄핵 기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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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코널, 탄핵하면 당에서 트럼프 제거 쉬워진다 판단”

리즈 체니 등 공화 하원의원들, 잇따라 탄핵 찬성 밝혀

트럼프 퇴임 뒤 탄핵되면, 2024년 재출마 불가능해져


한겨레

미국 공화당 서열 3위인 리즈 체니 하원의원이 지난 2019년 10월31일 워싱턴 연방 의사당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탄핵 절차와 관련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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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반대하던 공화당 내에서 변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지도부 내에서 탄핵 찬성표를 던지겠다는 의원이 나오고, 탄핵을 당에서 트럼프를 제거하는 기회로 삼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공화당 서열 3위인 리즈 체니 하원의원은 12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탄핵 찬성을 공개적으로 밝힌 첫 공화당 의원이다.

체니 의원은 성명에서 “2021년 1월6일 폭력적인 군중들이 우리의 민주주의 과정을 막고 대통령 선거인단 투표 개표를 중단시키려고 미국 의사당을 공격했다”며 “미국 대통령이 이 군중들을 불러냈고, 이 군중들을 조직했고, 그 공격의 불꽃에 불을 붙였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책임을 물었다. 그는 “미국 대통령의 직책과 그 헌법 선서에 대한 이보다 큰 배신은 없었다”며 “나는 대통령을 탄핵하는데 투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체니는 공화당 하원의원 회의의 의장으로 당내 서열 3위이다. 특히 그는 딕 체니 전 부통령의 딸로서, 공화당 내에서 영향력이 크다.

체니에 이어 공화당의 존 캣코, 아담 킨징거 하원의원도 트럼프 탄핵을 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은 현재, 공화당 하원의원 20여명이 탄핵 찬성에 합류할 것이라고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화당의 실질적 지도자인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의 의중 변화도 감지된다. 당내 소식통들의 전언을 인용한 외신 보도를 보면, 매코널은 트럼프를 탄핵하면 트럼프와 트럼프주의를 공화당에서 제거하기 쉬워지리라 믿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이날 보도했다. 매코널이 측근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될 만한 위법을 저질렀고, 민주당이 그의 탄핵을 추진하는데 만족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 역시 소식통들을 인용해, 매코널이 탄핵 찬성 쪽으로 기울었다며 그 가능성이 “50 대 50 이상”이라고 전했다. <시엔엔>(CNN)은 두 사람의 관계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매코널은 현재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격노하고 있다”고 전했다. 매코널이 의사당 난입 사태 이후 트럼프가 한 일을 놓고 트럼프를 “증오”하고 있다는 것이다.

매코널은 측근들과의 개인적인 대화에서 ‘이제는 이미 약화된 레임덕에서 벗어나야 할 때’라고 믿고 있음을 명확히 밝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 때문에 조지아주 상원의원 결선투표에서 패배해 공화당이 상원 다수당 지위를 상실했다며, 조지아주 선거 패배 책임을 트럼프에게 묻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 트럼프와 매코널은 지난 12월 중순 이후 서로 말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매코널이 트럼프에게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를 인정하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뉴욕 타임스>는 당 관리들을 인용해,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가 당내 의원들에게 ‘트럼프에게 사임하라고 요구해야 할 지’를 묻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카시 원내대표 개인적으로는 탄핵에 반대하지만, 그와 당 지도부가 소속 의원들에게 “탄핵에 반대하라”고 공식적으로 개입할 지는 결정하지 않았다고 관리들은 전했다.

매카시 대표는 특히, 하원에서 탄핵이 아닌 트럼프 비난 결의안을 채택할 수 있는지를 놓고 민주당의 하원 지도부와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

공화당 지도부의 이런 움직임은 트럼프에 대한 첫 번째 탄핵 시도 때와는 극명하게 대비된다. 당시 매코널 등 공화당 지도부는 탄핵에 대해 명백한 반대를 표명했고, 당내에서는 밋 롬니 상원의원을 제외하고는 탄핵에 찬성한 의원은 없었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는 지난 11일 매코널에게 전화를 해, 상원이 바이든 신임 행정부의 각료 인준을 진행하면서 탄핵안도 다루는 것이 가능한지를 물었다고 <뉴욕 타임스>는 보도했다. 이에 매코널은 가능한지를 즉각 답변하겠다고 말해, 트럼프 탄핵안 자체를 기피하지는 않았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공화당 지도부의 이런 움직임은 민주당이 다수인 하원에서 탄핵안이 통과되어 상원으로 넘어오면, 시간을 두고 대처할 수 있다는 신호로 보인다. 민주당 역시 일단 하원에서만 탄핵안을 통과시킨 뒤, 상원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퇴임하고 난 뒤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바이든 차기 대통령의 취임 초기에 탄핵 논란이 지속되면, 국정운영의 초점이 흐려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트럼프가 퇴임한 이후에 탄핵안을 가결시킬 경우, 상징적인 의미가 있을뿐 아니라 그의 재선 출마도 막을 수 있는 실질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공화당 입장에서도 퇴임한 트럼프의 정치적 영향력을 차단하는 길이기도 하다.

한편, 미 하원은 12일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수정헌법 25조를 발동해 트럼프 대통령의 직무를 정지시킬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찬성 223표, 반대 205표로 채택했다. 펜스는 이 표결 전에 이미 반대 입장을 공식 발표했기 때문에, 하원은 예고한 대로 13일 트럼프 탄핵소추안 표결에 나설 예정이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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