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중앙방송에서는 하루에도 여러 차례 당 대회 관련 뉴스를 전하고, 그 뉴스를 접한 북한 주민들의 반향을 방송하고 있다. 예를 들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조선노동당 총비서로 추대된 뉴스를 접한 북한 주민들은 '최대의 영광'이고, '인민의 환희'라는 소제목으로 대대적인 선전 방송을 하고 있다. 그러나 TV에 방영되는 인터뷰는 대부분 고위 관리직에 있는 사람들, 평양 시민들이 참여하기 때문에 일반 주민들을 대표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어 보인다.
최근 북한 일반 주민들은 국가의 주요 행사를 적극적으로 반기는 기색은 아니다. 대놓고 이야기 하진 못하지만 가족들끼리, 또는 친한 사람들끼리 "대회한다고 민생활이 향상되는 것도 아니고…" "이득이 없이 회의나 한다" 등의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일반 주민들에게는 쌀값이 내려간다든지, 외국에서 많은 물품을 수입하는 것과 같은 가시적인 효과가 중요하다는 이야기이다.
또한, 노동자들은 당 대회와 같은 주요 행사가 있으면 공장에서 일한 대가도 주지 않으면서 여러 전투들로 괴롭힌다고 생각하고, 학생들은 80일 전투에 맞게 '80문제풀이'와 같은 추가적인 공부를 시키는 것으로 부담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2019년까지 북한에 있었던 A씨는 당 제7차 대회(2016년), 해마다 11월에 진행되는 중앙 어머니 대회, 경공업대회 등 다수의 주요행사를 기억하고 있었다. 평양과 같이 행사가 진행되는 곳에서는 어떤 변화를 빠르게 느낄지 모르지만, 지방에서 행사의 분위기를 느끼긴 힘들다. 각 지역을 대표하는 참여자들이 있지만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은 수이기 때문에 주변에서 참여자들을 볼 수 있는 기회는 적다고 하였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국가적 중요 행사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부러워하는 단 한 가지는 참여자들이 받아오는 '선물'이다. 행사마다 선물의 양과 종류는 다르지만 대체로 TV, 이불, 그릇세트, 화장품세트 등이라고 한다. A씨가 다니던 공장의 지배인이 경공업대회에 참가했는데 대회가 끝나고 받은 선물은 담요, 태양열 배터리, TV 등이었다.
이렇게 받은 선물은 다시 시장을 통해 유통되기도 한다. 또 다른 북한 출신 지인은 가족 중 한 명이 평양에서 중요한 국가행사에 참가한 경험이 있는데 3~4개월 동안 행사 준비 때문에 평양에 체류하면서 많은 고생을 했다고 한다. 행사가 끝나고 그들은 여러 가지 선물을 받았는데 그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 250달러 상당의 봄향기 화장품 세트다.
이 행사는 대부분의 참여자들이 여맹이라고 부르는 기혼여성의 가정주부들이었다. 그들이 3~4개월 동안 행사 준비로 경제활동을 할 수 없으니 가족들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좋은 화장품을 선물받았지만 할 수 없이 시장에 팔아 가족에게 필요한 물품을 구입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번 당 대회가 끝나면 또 어떤 '전투'들로 북한 주민들을 힘들게 할지, 당 대회 참가자들의 선물은 무엇이며, 그것이 어떻게 시장으로 흘러들어 유통될지 궁금해지는 시점이기도 하다.
[이성희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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