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시장 상황에 2030 투자자 재차 유입
코로나19, 변동성 큰 자산에 대한 투자↑ 계기
‘곱버스·파생상품’ 등 고위험 고수익 선호
투자위해 공부…‘영 스마트 개미’ 가능할까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비트코인의 상승과 하락에는 이유가 없어요. 24시간 호가창만 바라보다 일상을 잃어버리기 좋아요.” vs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게임을 하듯 쉬운 투자에 스며들게 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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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에 성공해 사회초년생이 된 한성진(30·가명) 씨는 ‘투자 고민’에 밤잠을 못 이루고 있다. 투자 없이 월급으로만 집을 사고 결혼을 할 수 없는 세상이라는 판단에서다. 한 씨는 “주식투자를 해야 할까 싶다가도 암호화폐에 투자하고 싶어진다. 1억을 돌파할 수도 있다던데…”라며 말을 줄였다.
암호화폐 비트코인(BTC)을 바라보는 청년층의 시각은 극명하게 갈렸지만, 비트코인을 바라보는 상황도, 인식도 변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2010년대 지난한 상승세를 거쳐 2017년 ‘투기 수단’으로 불리며 가파르게 상승했다가 ‘규제’ 철퇴를 맞고 하락했다. 최고점을 터치한 이후 더이상의 상승장이 없을 줄 알았던 암호화폐 시장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 해 들어 미국을 중심으로 비트코인을 ‘대체 자산’으로 취급하기 시작하며 변했다. 올해 들어 3만달러, 4만달러를 기록했다가 하락했으나 포트폴리오 투자의 일환으로 여기는 젊은 층이 늘고 있다.
실제로 한 암호화폐 거래소의 연령대별 가입자 분포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대가 20.1%, 30대가 39.8$, 40대가 24.1%를 차지했다. 청년층으로 나뉘는 2030의 비율이 60%였다. 도대체 왜 이들은 암호화폐 투자를 시작했을까. 〈헤븐〉 헤럴드오븐 : 헤럴드 젊은 기자들이 굽는 따끈따끈한 2030 이슈비트코인 ‘주식보다 쉬운 투자 수단…1차 목적=돈’
취재원들의 답변을 카카오톡 대화 형식으로 재구성한 이미지. [디자인=김용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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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븐]팀에서 비트코인 투자를 해봤거나 관심을 두고 있는 청년 10명을 만나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비트코인에 관심을 갖게 된 청춘들의 공통점은 단순했다. 결국 ‘리스크를 알지만, 내 돈으로 투자해 돈을 벌어보자’는 것이다.
눈떠보니하락이더라(28)씨는 “우연한 기회로 거래소에서 인턴을 하게 돼 그 월급을 투자해 봤다”며 “당시 월급도 크지 않았고 밥값이나 커피값 정도만 벌어보자는게 목적이었다”고 했다. 이들 중 지금도 암호화폐에 투자중인 영차영차(31)씨는 “매달 받는 월급 중 일부를 투자금으로 활용했고 앞으로 투자를 늘릴 의향도 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변동성이 큰 자산에 대한 투자를 불렀다.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저축·투자를 늘렸다고 응답한 이들이 국민 5명 중 1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2030 청년층 중에 코로나19 이후 ‘투자’를 시작했다는 응답은 30%에 달했다. 설문에 따르면 투자자 중 58.8%가 ‘미국 주식·암호화폐·파생상품’에 투자했다고 응답했다.“24시간 투자로 일상 잃어” vs “큰 돈 벌 마지막 기회”
취재원들의 답변을 카카오톡 대화 형식으로 재구성한 이미지. [디자인=김용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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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인터뷰에 응한 10명 중 암호화폐 투자를 이어나가고 있다는 이는 2명뿐이었다. 이들은 ‘리스크 없이는 목돈도 없다’고 설명했고, 투자를 그만둔 이들은 공통적으로 ‘리스크’를 언급했다. 소위 ‘대박’을 낸 투자자는 극소수에 불과하고, 일상을 영위하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천슬라(33)씨는 “주식시장은 공부한 만큼 결과가 나오는 편이지만, 암호화폐는 정말 이유 없이 상승하고 하락한다. 한 마디로 광풍이 느껴진다”고 했다. 삼전이미래다(30)씨는 “한 번 크게 하락을 경험한 이후 투자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며 “암호화폐 투자를 하다 보면 24시간 그 생각만 하게 된다. 장이 닫히지 않고 상한선과 하한선도 없다. 아무 일도 할 수 없게 만든다”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예나 지금이나 큰돈을 벌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보는 이도 있었다. KRW채굴(29)씨는 “비트코인 투자는 코로나19로 유동성 장세가 지속되면서 좋은 투자처이자 목돈을 만질 기회”라며 “적은돈으로 큰돈을 벌 수 있는 시장은 현재 비트코인 시장 뿐”이라고 답했다. 단타러(30)씨 역시 “큰물에서 놀고 싶었다. 주식시장도 미국 시장만 하고 있다”고 했다.
이같은 경우는 데이터로 증명되고 있다. [헤븐]팀에서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의 거래대금을 분석한 결과, 2017년 144조원 가량까지 치솟았던 거래대금은 현재는 1조1500억원 수준으로 100분의 1 아래 수준으로 급락했다. 현재도 암호화폐 거래를 지속하는 이들 대부분은 해외 거래소로 넘어간 경우가 많다고 전해진다.
암호화폐 거래소 글로벌 TOP10 [헤럴드경제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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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고 위험 고 수익 선호…비트코인 광풍 계속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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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2030의 투자는 성공할까. 인터뷰에 응한 10명 모두 미래를 위해선 리스크를 감수한 투자가 필수적이고, 현재 투자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치솟는 집값과 물가에 ‘생존’을 위해서 마지막 희망으로 비트코인이건 주식이건 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존버(31)씨는 “비트코인이 폭락한 이후, 선물 상품이나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에 투자하게 됐다”며 “생존을 위해서 적은 돈으로 큰돈을 만질 수 있는 상품을 찾게 된다”고 했다. 2차전지(30)씨 역시 “비트코인 투자를 그만둔 이후에도 당시 돈을 금방 벌었던 기억 때문인지 파생상품을 찾게 된다”며 “리스크 없는 투자가 없다지만,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대부분 리스크를 안고 가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고 너털웃음을 보였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자사 계좌를 개설한 고객들의 연령대별 수익률을 분석해 본 결과, 20대 남성의 수익률이 3.81%(11월 말 기준)로 가장 낮게 나오기도 했다.
비트코인에 대한 전문가들의 우려 역시 여전하다. 글로벌 투자은행과 빅테크 기업 등 공룡투자자가 뛰어든 대체 투자 상품이라는 의견과 거품·허상이라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선다.
한 암호화폐업계 관계자는 “상품에 대한 신중한 이해가 전제된다면, 투자 리스크를 충분히 감수할 만한 상품”이라며 “디지털 자산은 전통 금융자산과 거꾸로 움직일 수도 있다. 위험회피에 활용하는 용도의 대체 투자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비관론도 여전하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비트코인은 통화가 아니며, 안정적인 가치저장 수단도 아니어서 결국 거품이 꺼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비트코인 모형과 달러. [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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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히 ‘가즈아’를 외치던 때와 달라…투자위해 ‘열공’아직 그 누구도 정의내리지 못했으나 암호화폐 역시 ‘자산 증식 수단’의 한 종류임에는 분명하다. 금융투자업계마저 암호화폐의 상승·하락을 대대적으로 분석하고 있는 상황에서 청년들의 투자법도 예전과는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주식공부하듯이 코인을 투자하거나 코인을 투자한 경험을 바탕으로 주식투자에 나선다는 것이다.
불개미(27)씨는 “전문적인 트레이더만큼은 아니겠지만, 책이나 유튜브 영상·외신을 통해 투자를 하고 있다”고 했다. 월요일은개장날(32)씨는 “소위 ‘가즈아’를 막연하게 외치던 과거와는 달리 개미들도 어리고 똑똑한, ‘영 스마트 개미’가 됐다. 정보를 빠르게 모으고 투자하는 사람만이 살아남는다”고 설명했다.
Heaven@heraldcorp.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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