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 백악관에서 인종차별 해소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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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후 연일 ‘트럼프 지우기’에 나서고 있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국 내 뿌리 깊은 인종 불평등 해소를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만연한 아시아계 주민에 대한 혐오를 규탄하며 근절을 약속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4건의 인종차별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연방정부가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고 외국인혐오증에 대응하도록 하거나, 아시아계 미국인과 태평양 공동체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인종차별 행위는 이미 법으로 금지돼 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라고 부르는 등 확산 책임을 중국에 돌리면서, 지난해 미국에서는 아시아인에 대한 인종차별과 혐오가 기승을 부렸다. 결국 이번 행정명령은 트럼프의 유산을 또 하나 없애는 상징적 조치인 셈이다.
행정명령에는 법무부가 민간 교도소 사용을 억제하는 내용도 담겼다. 수감자 중 유색인종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가운데, 사설 교정시설이 안전하지 않은 환경에 재소자들을 수용하면서 이익을 얻고 있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사설 교정시설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한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규제를 폐지했고, 강경한 이민정책을 시행하며 이민자의 구금이 크게 늘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행정명령 서명 후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혐오가 코로나19 확산 와중에 매우 증가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용납할 수 없는 일이고 이건 미국이 아니다. 법무부에 아시아계 미국인들과의 동반 관계를 강화하라고 요청했다”고 강조했다.
또 지난해 백인 경관에 의해 목이 졸려 사망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건 두고는 “인종적 평등에 대한 이 나라의 태도에 있어 변곡점이 된 사건이자 수백만 미국인과 세계인의 눈을 뜨게 한 사건”이라며 “평등 증진은 모두의 일”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이후 매일 다른 주제의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하루 전인 25일에는 바이(buy) 아메리카, 이날은 인종간 평등에 서명했고, 27일 기후변화, 28일 건강보험, 29일 이민 관련 행정명령이 예정돼 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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