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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헌정사 첫 판사 탄핵소추

[뉴스AS] 법관 탄핵, 무죄판결 받았으니 못한다? 위헌적 주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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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AS]

‘사법농단’ 판사에 대한 첫 탄핵 시도

야권 “무죄판결·사법부 독립 훼손” 반대

헌재는 박근혜 재판 넘겨지기도 전에 파면

유무죄 판단과 탄핵 재판은 관련 없어


한겨레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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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판결을 받았는데 탄핵이라는 것은 부당하지 않습니까?” ‘사법농단’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신광렬 부장판사는 지난 19일 2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뒤 이렇게 반문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사법농단에 연루된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 탄핵소추안을 1일 발의하기로 한 것을 겨냥한 반응이었다. 임 부장판사 탄핵 소추는 헌정사상 세 번째 법관 탄핵소추이면서 국정농단 의혹 판사에 대한 첫 탄핵 소추다. 신광렬 부장판사뿐 아니라 야권에서는 이를 두고 “무죄 추정의 원칙에 반한다”, “판사 길들이기”라고 반발하고 있다.

‘무죄’면 탄핵소추는 불가능한가


‘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으니 탄핵소추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말은 탄핵 제도 취지를 왜곡하는 주장이다. 탄핵은 일반적인 사법절차로는 징계하기가 어려운 대통령, 법관 등 고위공무원에 대해 이들이 직무상 중대한 비위를 범한 경우 헌법재판소가 파면이라는 ‘징계절차’를 확정하는 제도다. 형사재판에서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경우에만 탄핵소추의 대상이 되는 건 아니고, 헌법 제65조 제1항에 명시된 것처럼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과 법률 위배 행위’에 해당하면 된다.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파면했을 때에도 유죄판결 유무는 판단의 근거가 되지 않았다. 2016년 12월9일 국회의 박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2017년 3월10일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은 박 전 대통령의 유죄판결은커녕, 재판에 넘겨지기도 전에 이뤄졌다. 당시 박 전 대통령 쪽은 “국회의 탄핵소추가 검찰 공소장, 신문기사를 증거로 이뤄졌다”며 반박했으나, 헌재는 “탄핵소추 사유는 그 대상 사실을 다른 사실과 명백하게 구분할 수 있을 정도의 구체적 사정이 기재되면 충분하다”며 이러한 주장을 기각했다. 지금은 법관들의 무죄판결을 들어 탄핵에 반대하고 있는 국민의힘(당시 한나라당)도 2003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를 주도하면서 법원의 판결이 아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법 위반 판단을 주요 근거로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바 있다.

법관 탄핵은 사법부 독립성 훼손인가


야당에서는 ‘법관 탄핵이 사법부의 독립성을 훼손한다’는 주장도 내놓는다. 물론 국회가 법관 탄핵을 남용할 경우 사법부 독립이 침해될 수 있다. 하지만 판결문과 대법원 자체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이번 사안은 국회가 탄핵소추권을 남용했다고 보기 어렵다.

임 부장판사에게 1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재판부는 임 부장판사의 행위를 “반헌법적”이라고 명시했다. 이 사건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송인권)는 지난해 2월 임 부장판사의 재판개입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에 대해 ‘재판개입은 형사수석부장판사의 직무권한 내 행위가 아니기 때문에 직권남용이 성립될 수 없다’는 취지로 무죄판결을 내리면서도, “재판 관여 행위로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라고 판단했다. 현행법상 직권남용죄는 직권을 남용해 다른 사람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할 때 성립되는 범죄여서, 애초 ‘재판에 개입할 권한이 없는’ 임 부장판사에게 직권남용죄를 적용할 수 없다는 취지이지, 재판개입 행위 자체는 헌법상 탄핵의 사유인 ‘헌법 위배 행위’라고 본 것이다.

임 부장판사는 2018년 대법원 자체조사에서도 “사법행정권의 정당한 범위를 벗어나 사법행정을 담당하는 법관으로서의 직무상 의무를 위반했다”며 징계 처분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견책이라는 제일 낮은 수준의 처분이 내려져 논란이 됐지만, 사법부 안에서도 임 부장판사의 직무상 의무 위반에 대해서는 인정한 셈이다. 전국 법원 대표들로 구성된 전국법관대표회의도 2018년 11월 ‘국회가 사법농단 판사들의 탄핵소추를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임기만료 전 탄핵 가능할까


다만 임 부장판사가 곧 퇴직하는 만큼 탄핵소추가 되더라도 실제 탄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임 부장판사는 법관 연임을 신청하지 않아 오는 2월28일 임기만료로 법원을 떠난다. 국회에서 속전속결로 탄핵소추안 발의·가결하더라도 헌재가 임 부장판사 퇴직 전까지 판단을 내놓기에는 시간이 빠듯하다. 임 부장판사가 퇴직해버리면 판사의 파면 여부를 판단하는 게 의미가 없어 헌재가 각하(소송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받아들이지 않는 것) 결정을 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탄핵소추안을 받은 헌재가 사안의 중대성과 상징성을 고려해 집중 심리를 벌여 결론을 내는 게 전혀 불가능한 일정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과거 대통령 탄핵소추안처럼 사안이 복잡하지 않고 단순한 데다, 검찰 수사와 법원 재판을 거치며 사실 관계에 대한 조사도 대부분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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