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재정법 제38조 제2항 제10호
‘균형 발전’ 혹은 ‘긴급 경제·사회 상황’
예타 면제 113개 중 60개에 적용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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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문재인 정부 들어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면제받은 사업 2개 중 1개는 면제 사유가 ‘지역 균형 발전’ 혹은 ‘긴급한 경제·사회 상황 대응’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여야 정치권에서는 이를 놓고 문 정부가 국가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적극행정’에 나섰다는 평과 다소 주관적인 기준으로 예타 면제를 남발했다는 평이 나오는 등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9일 헤럴드경제가 기획재정부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등을 통해 입수한 ‘예타 면제 현황’에 따르면 2017년 8월부터 2020년 12월 기준 문 정부 들어 모두 113개 사업의 예타가 면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53.0%(60개 사업)에 대한 예타 면제 사유는 국가재정법 제38조 제2항 제10호였다. 이는 ‘지역 균형 발전, 긴급한 경제·사회적 상황 대응을 위해 국가 정책적으로 추진이 필요한 사업은 예타를 면제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 국가재정법 제38조 제2항 제10호를 근거로 2017년 8월 일자리 안정자금(2조9707억원)과 아동수당(13조3611억원), 2018년 4월 기술혁신형 창업기업 지원(1조4464억원), 같은해 8월 청년구직활동 지원금(1조3252억원), 2020년 4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긴급 재난지원금(9조6630억원) 등의 예타를 면제했다.
아울러 같은 이유로 2019년 1월에는 남부내륙철도(4조6562억원), 충북선 철도 고속화(1조4518억원), 대구산업선 철도(1조1072억원), 울산 외곽순환도로(9865억원) 등 대규모 개발 사업들에 대한 예타도 일괄 생략시켰다. 2020년 6월에는 노후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그린 리모델링’(1조7454억원) 사업의 예타도 면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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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에선 법이 보장하는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으면서 국민적 차원의 관심사업, 각 지역의 숙원사업 등을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는 호평이 나온다. 반면 야권에선 문 정부가 국가재정법 제38조 제2항 제10호를 입맛대로 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가재정법을 보면 예타 면제 조건은 모두 10개에 이른다. 이 가운데 가장 주관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항목을 남용했다는 것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의 사업 추진력이나 추진 의지는 볼 수 있는 부분”이라며 “하지만 현 정부의 예타 면제 상황을 보면, 지역 발전의 뜻보다도 여론 동향에 따라 그간 추진하고 싶던 사업들에 대해 (예타 면제를 한)부분도 감지된다”고 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 내수가 어렵다는 점은 알지만, 앞으로라도 더욱 신중히 예타에 접근해야 한다”며 “특히 대형 국책사업들의 인기영합주의(포퓰리즘)화를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지난 1999년 김대중 정부에서 첫 도입한 예타는 국가 재정이 투입되는 대형 사업에 대해 미리 타당성을 따지는 제도다. 국가재정법에 따라 총사업비 500억원 이상, 국가 재정 지원 규모가 300억원 이상일 때는 예타를 받아야 하는 게 원칙이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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