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연휴 지나 국회 정보위서 진상규명 결의안 발의하기로
국민의힘 ‘난감’ 공식 입장 안 내…“선거에 활용” 우려도
더불어민주당이 이명박(MB)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의 불법 사찰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국회 정보위원회 차원에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특별결의안을 추진한다. MB 정부의 국정원에서 18대 국회의원 전원의 신상정보를 수집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민주당은 당시 집권여당이었던 국민의힘을 향해 책임론을 제기했다. 국민의힘은 난감해하면서도 4월 선거를 위해 과거 사건을 들춘다고 의심하고 있다. 국정원 자료가 공개된다면 이는 4월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 정보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김병기 의원은 10일 당 의원들에게 ‘국가정보기관의 사찰성 정보 공개 촉구 및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결의안’ 공동발의를 제안했다. 결의안의 주요 내용은 국정원의 선제적인 사찰정보 공개 및 자료 폐기, 국정원의 불법 정보 수집에 대한 국회 차원의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 노력 등이다. 김 의원은 기자와 통화하면서 “해당 문건이 명백한 불법 자료인 만큼 국정원이 자발적으로 당사자들에게 제공하라는 취지에서 특별결의안을 발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8일 SBS는 국정원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MB 정부 당시 국정원이 수집한 18대 여야 국회의원 299명의 개인 신상정보가 현재까지도 문건 형태로 보관돼 있다고 보도했다. 이 과정에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개입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민주당은 국정원의 정치인 사찰 문건을 공개해 어느 선에서 지시 및 보고가 이뤄졌는지 등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허영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특별결의안이) 필요하다고 보고 강력 대응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당 차원에서 진상규명 의지를 드러낸 만큼 다수 의원들이 특별결의안에 서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야당을 향한 공세도 이어지고 있다. 전날 신영대 민주당 대변인은 “이명박 정부 국정원은 독재자 히틀러의 사찰기구 ‘게슈타포’를 연상시킨다”며 “국민의힘은 전신인 한나라당 정부의 불법 사찰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 협조로 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난감한 표정이다. 공식 논평을 내지 않고 있지만 당내에서는 “지난 정권의 과오를 드러내 선거에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당장 부산시장 선거에 출마한 김영춘 민주당 예비후보는 박형준 국민의힘 예비후보를 향해 ‘책임론’을 제기했다. 박 예비후보는 국정원 사찰 의혹이 불거진 시기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냈다. 김 예비후보는 지난 9일 “(국정원 사찰을) 이명박 전 대통령 핵심 측근이었던 박 예비후보가 모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예비후보는 “선거에 이용할 목적으로 꺼내든 근거 없는 정치공세”라고 맞섰다.
국회 정보위는 오는 16일 전체회의에서 이 문제를 논의한다. 국정원은 국회 의결이 있다면 공개할 방법이 있지만 스스로 공개할 권한은 없다는 입장이다. 국정원법에 따르면 정보위원 3분의 2 이상의 요구가 있으면 국정원장에게서 특정 사안을 보고받을 수 있다. 민주당은 그러나 이 방안에는 유보적이다. 국회 정보위 관계자는 “제3자인 정보위가 모든 개인정보를 들여다보는 것은 조심스럽다”며 “정보 목록이라도 제출을 요구하는 등 대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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