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4 (토)

이슈 트럼프 탄핵 정국

트럼프, 2차 탄핵 심판은 피했지만… 민·형사 수사 ‘태풍’ 예고 [특파원+]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美 상원, 트럼프 ‘내란선동’ 탄핵안 부결… 무죄 평결

지난 1월 의회 폭동 관련 소송 수사 본격화 전망

세계일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 상원이 1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표결에서 유죄 57표, 무죄 43표로 탄핵안을 부결시켰다. 탄핵 유죄 선고를 하려면 전체 상원의원 3분의 2 이상인 67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이번 표결에서는 민주당 상원의원 50명 전원과 함께 공화당 상원의원 7명이 탄핵안에 찬성했다. 공화당의 리처드 버, 빌 캐시디, 수전 콜린스, 리사 머코스키, 밋 롬니, 밴 세스, 팻 투미 의원이 찬성표를 던졌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탄핵 심판을 통해 퇴임 후에도 변함없이 공화당에 대한 강력한 장악력을 과시했다. 공화당 상원의원 43명이 여전히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트럼프 측은 탄핵 심판 과정에서 드러난 공화당의 ‘배신자’를 오는 2022년 중간 선거를 앞두고 실시되는 공화당 예비 선거 등에서 보복할 것이라고 위협해왔다. 공화당 일인자인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지난 1월 6일 발생한 의회 난입 사건과 관련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언행을 강도 높게 성토하면서도 그에 대한 탄핵안에는 반대표를 던졌다.

상원은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의 내란 선동 혐의를 입증할 증인 신문 절차를 생략했다. 상원에서 증인 채택안이 가결되기도 했으나 증인 신문이 이뤄지면 탄핵 심판이 몇 주 또는 몇 개월 계속될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한 민주당과 공화당이 증인들의 증언을 듣지 않고, 탄핵안을 표결하기로 합의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탄핵 심판을 의회에 일임하면서도 탄핵 심판의 장기화로 초반 국정 드라이브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우려해왔다. 공화당도 탄핵 심판 장기화에 따른 당내 분열과 이미지 실추 등을 고려해 조기 표결에 적극적으로 찬성했다.

공화당은 트럼프 탄핵 문제를 놓고 분열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트럼프 지지파가 다수를 형성했고, 반대파는 소수에 그쳤다. 그렇지만, 공화당 상원의원 7명이 탄핵안에 찬성한 것은 미국 역사 상 가장 숫자가 많은 이탈 기록이고, 공화당은 향후 트럼프 전 대통령과 연대 문제를 놓고 지속해서 내홍을 겪을 것으로 정치 전문가들이 예상했다. 친 트럼프 진영은 중간 선거를 앞두고 연방 상· 하 의원 후보를 뽑는 당내 경선에서 반 트럼프 인사를 겨냥해 대대적인 보복에 나설 것이라고 뉴욕 타임스(NYT)가 이날 보도했다.

미 하원은 지난달 13일 탄핵소추안을 찬성 232, 반대 197표로 가결했다. 이때 공화당 하원 의원 중에서 10명의 이탈자가 나왔다. 공화당 주류인 친 트럼프 진영은 트럼프 탄핵안에 찬성한 의원들을 당에서 몰아내려 할 것이고, 이 과정에서 극심한 당 내분 사태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세계일보

지난 1월 6일(현지시간) ‘세계 민주주의의 심장부’로 통하는 미국 수도 워싱턴DC 의회 의사당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난입했다. 시위대 일부가 의사당 담벼락을 오르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상원의 2차 탄핵 심판에서 무죄 평결을 받았지만, 그에 대한 민·형사상의 소송과 수사가 본격화할 것이라고 워싱턴 포스트(WP), 뉴욕 타임스 등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 의회 난입 사건 가담 혐의로 200여 명이 기소됐고, 이들은 수사 과정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시를 따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의회 폭동에 따른 처벌 수위를 낮추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당시 현직에 있던 트럼프의 지시를 따랐다고 하는 것이라고 NYT가 전했다. 미 법무부 등 사법 당국은 향후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의회 난입 사건 주동자들과 어떻게 공모했는지 밝혀낼 것이라고 NYT가 보도했다.

미 조지아주는 트럼프가 대선 후에 조지아주 브래드 래펜스퍼거 국무장관과의 통화에서 주 선거 결과를 뒤집도록 압박한 사안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월 2일 공화당 소속인 래펜스퍼거 장관과 한 시간 동안 통화를 하면서 선거 결과를 뒤집도록 압력을 가했고, 그 통화 녹취록이 공개됐었다. 당시 통화는 선거 부정 모의 및 교사, 고의적인 선거 업무 방해 등 적어도 3가지 주 선거법 위반이 될 수 있고, 유죄가 확정되면 벌금이나 구금에 처한다.

미 연방 검찰의 뉴욕 남부 지검, 워싱턴 DC와 뉴저지주 지검 등의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도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WP가 보도했다. 트럼프 일가의 탈세, 선거 자금 유용, 허위 재산 신고 등이 수사 선상에 올라 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