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있는 세력들에 치외법권 제공”
김진욱도 “수사·기소분리 보완해야”
청와대 “국회 존중해야” 우회 질책
與, 대응자제 속 이달 법안 발의 고수
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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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2일 여권이 추진 중인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를 ‘법치파괴’라며 공개 비판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는 공식 대응을 자제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중수청법안의 ‘3월 중 발의· 6월 중 처리’ 원칙을 견지했다. 윤 총장과 공개 충돌이 부담스러운 것이지 중수청 설치는 일단 계획대로 진행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청와대도 “절차대로 의견을 개진하라”며 윤 총장을 우회 질책하는 데 그쳤다. 따라서 향후 여권의 중수청법안 처리가 본격화하고 윤 총장과 검찰의 반발이 더욱 강경해질 경우, ‘윤 총장과 검찰’ 대 ‘청와대와 여권’이 정면으로 충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윤 총장은 전날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여권의 중수청 입법 움직임에 대해 “힘 있는 세력들에게 치외법권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70여년 형사사법시스템을 파괴하는 졸속 입법”이라고 규정했다. 또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법치를 말살하는 것이며 헌법 정신 파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직을 걸어 막을수 있는 일 이라면 100번이라도 걸겠다”고 했다. 대검찰청은 별도 입장문을 통해 “윤 총장 인터뷰는 검찰의 직접 수사권 전면 폐지를 전제로 수사청 입법 움직임에 대해 우려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라며 “평소 헌법정신과 법치주의에 대한 소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수사청과 관련한 일선 검찰청 의견 취합이 완료되면 적절한 방법으로 추가 입장을 내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검찰 내에서는 윤 총장의 이번 발언을 계기로 그동안 수면 아래에서 들끓던 검사들의 불만이 공개적 반발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날 “검찰 구성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겠다”고 밝혔다. 이어 윤 총장과 만남 가능성에 대해서 “언제나 열려 있고 만날 생각이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이날 공개적인 대응 발언 없이 공격적인 대응을 자제했다. 실제로 이날 오전 열린 민주당 원내대책회의 공개발언에서 ‘윤석열’이란 이름은 언급되지 않았다. 신영대 대변인은 이날 회의 뒤 기자들의 관련 질문에 “임기를 4개월 남겨 둔 검찰총장의 말씀”이라며 의미를 축소했다. 그러면서도 중수청 설치는 결국 여당의 의지에 달려 있다는 점을 분명히 강조했다. 특히 “국회의 역할은 충실히 진행할 것”이라며 “수사권과 기소권의 완전한 분리, 그리고 공정한 검찰을 만드는 과정을 충실한 입법 과제로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박 장관이 언급한 의견 수렴과 같은 맥락이다.
청와대 역시 윤 총장의 인터뷰에 다소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지만 직접 비판은 하지 않았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검찰은 국회를 존중해서 정해진 절차에 따라 차분히 의견을 개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면서도 “국회가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 의견을 두루 종합해서 입법권을 행사할 것”이라고도 했다. 국회에 공을 넘긴 것이다. 민주당이 공개 반박을 자제하는 배경에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 총장 간 갈등이 국정운영에 부담이 됐다는 사안 전례에 대한 경험 탓으로 보인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검찰 대응에 하나하나 반응할 필요가 없다”면서 시행 유예기간 등 법안의 일부 세부 내용과 내부 의견 수렴 등에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이지만 ‘3월 중 발의 6월 처리’라는 큰 틀은 그대로 갈 것이라는 입장을 드러냈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주최 포럼에서 '민주공화국과 법의 지배'를 주제로 기조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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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공수처장)은 윤 총장이 중수청 설립 등 수사·기소 분리방안에 대해 강하게 반대 입장을 낸 데 대해 “공소 유지가 어려울 수 있다는 문제점이 나타날 수 있다”며 일부 공감을 표했다. 김 처장은 이어 “만약 공소 유지가 안 되면 무죄가 선고될 것이고 그러면 반부패 수사 역량이 의심받는 것은 물론 국민의 신뢰도 얻기 힘들 것”이라며 “그런 면에서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혜진·김선영·이도형 기자 jangh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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