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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30 (일)

이슈 윤석열 검찰총장

‘적폐청산의 칼’로 발탁됐던 尹, 정권 수사하다 검찰 떠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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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탁에서 사퇴까지…윤석열 누구인가

윤석열 검찰총장은 박근혜 정부 탄핵을 발판으로 권력을 잡은 문재인 정권의 ‘검찰 황태자’로 화려하게 등장했다.

박근혜 정권에서 국정원 댓글 수사 외압을 폭로하며 2013년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국정감사 어록을 남긴 윤 총장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기 전까지 여주지청장, 대구고검, 대전고검 검사로 좌천 발령되며 지방을 전전하고 있었다.

윤 총장이 박 정권 말기인 2016년 12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특별수사팀장을 맡게 되면서 윤 총장과 곧 들어서게 될 문재인 정권의 인연은 예견됐다는 법조계 평가가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헌정 사상 최초로 전직 대통령의 탄핵이라는 초유의 대통령 궐위 상태에서 정권을 잡고 2017년 5월 9일 당선된 지 10일만인 5월 19일 파격적으로 윤석열 대전고검 검사를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했다. 이를 위해 통상 고검장 급이 맡아왔던 서울중앙지검장 직책을 검사장 급으로 한 단계 낮춘 뒤 윤석열 대전고검 검사를 바로 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전직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은 2018년 대법원에서 무죄가 나온 ‘돈봉투 만찬’ 사건을 문제 삼아 사실상 옷을 벗겼다는 비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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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7월 25일 청와대 본관에서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 임명장 수여식을 마치고 환담장으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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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공약 중 하나인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가 한창이던 2018년 1월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검찰이 잘하는 특수 수사에 한해 검찰의 직접 수사를 인정하자”고까지 했다. 이후 칼자루를 넘겨 받은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과 한동훈 서울중앙지검 3차장 검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롯해 이명박 전 대통령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전 정권의 국정원장들을 상대로 한 대대적인 ‘적폐청산’ 수사에 나섰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당시 검찰은 문무일 총장 체제였지만 실세는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라는 말이 파다했다. 윤 총장이 청와대와 직접 교감하고 있다는 분석이 정설이었다. 문 정권은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2년간 연임시켰다.

이후 2019년 7월 전임 문무일 총장보다 사법연수원 5기수 후배인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다시 한번 파격적으로 검찰총장에 기용했다. 하지만 ‘적폐청산’ 수사 이후 검찰 칼날이 현 정권을 향하면서 문 정권과 윤 총장의 악연이 시작됐다. 윤 총장은 평소 ‘검찰주의자’라는 면모답게 “정파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죄를 지으면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소신을 강하게 피력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9년 9월 청와대 민정수석을 끝내고 ‘검찰 개혁을 완수한다’는 임무를 받고 법무장관에 기용된 조국 전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가 발단이었다. 일가 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로 조 전 장관이 한 달 만에 낙마하고 윤 총장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으로 수사를 뻗어나갔다. 정치권에서는 “윤 총장이 정권의 역린(逆鱗)을 건드렸다”는 말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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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민정수석(오른쪽)과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이 2019년 7월 25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윤 총장의 임명장 수여식 전 열린 차담회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조선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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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 조 전 장관 후임으로 임명된 추미애 전 법무장관은 올 1월 퇴임하기까지 1년 내내 노골적인 ‘윤석열 찍어내기’에 임기 대부분을 썼다. 윤 총장 역시 정권 연루 의혹이 제기된 라임자산운용과 옵티머스 펀드 사건, 월성 원전 경제성 조작 의혹 사건 등 여권과 대립각을 세울만한 수사에서 물러서지 않으며 갈등의 골은 점점 깊어져 갔다. 급기야 작년 10월 국회의 대검 국정감사에서 윤 총장은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며 추 전 장관을 향해 돌직구를 날렸다.

작년 초 ‘채널A 사건’ 등을 앞세워 윤 총장을 몰아내려 했던 추 전 장관 등 여권은 상황이 여의치 않자 결국 작년 11월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 배제 및 징계 청구를 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추 전 장관과 친정권 검사들이 위법하고 무리하게 징계를 밀어붙인 끝에 서울행정법원은 윤 총장이 제기한 직무 배제 및 징계 집행 정지 신청을 작년 12월 모두 받아들였고,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국민들께 혼란을 초래해 인사권자로서 사과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징계 과정에서 전국 99%의 검사들은 추 전 장관의 징계 조치에 반대하는 검란(檢亂)을 일으켰다. 검찰 내부에서는 “정권의 무리한 ‘윤석열 찍어내기’ 행태로 ‘윤석열 사단’에 반감을 가지고 있던 일부 검사들조차 윤 총장을 중심으로 단합하게 만든 역설적 결과”라는 평가가 나왔다. 추 전 장관은 이듬해 1월 사실상 경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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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조선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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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대검 지하주차장을 통해 출퇴근 하던 윤 총장은 작년 12월 1일 서울행정법원이 추 전 장관이 명령한 직무 배제 집행을 정지하라는 결정을 내리자마자 오후 5시 대검 1층 현관으로 출근하며 “헌법정신과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당시 대선 후보 지지율 조사에서 1위를 하던 윤 총장의 정계 진출 가능성이 거론됐다.

작년 추 전 장관 시절 한 해 4차례의 검찰 인사를 통해 윤 총장을 고립시켰던 정권의 인사 기조는 올 1월 박범계 법무장관 취임 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민주당은 오히려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설치로 검찰에 남은 대형참사, 방위산업 등 6대 범죄에 대한 직접 수사권마저 중대범죄수사청에 모두 넘기고 검찰은 기소만 담당하는 기구로 만들겠다는 법안을 ‘3월 발의, 6월 국회 통과’ 시키겠다며 윤 총장을 압박했다.

자신에 대한 무리한 징계 과정에서도 사의를 표명하지 않았던 윤 총장은 민주당의 수사청 설치 법안에 대해 “검찰을 아예 해체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를 막기 위해 총장직을 던져야겠다는 의사를 지난 달부터 주변에 내비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일 공개된 자신의 검사 생활 첫 언론 인터뷰에서는 “수사청을 막을 수 있다면 100번이라도 직(職)을 걸겠다”고 천명했다.

윤 총장은 지난 3일 대구 고·지검 직원들과의 간담회 일정을 끝으로 4일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했다. 오는 7월 24일 만료되는 2년의 검찰총장 임기를 넉달여 남긴 시점이다. 오는 4월 7일 서울·부산 시장 재보궐 선거를 한달여 앞둔 시기이고, 내년 3월 9일 대선을 1년여 앞둔 시점이다. “우리 윤 총장”이라며 그를 연거푸 파격 기용했던 문재인 대통령과 윤 총장의 관계도 악연(惡緣)으로 막을 내렸다는 평가다.

[박국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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