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이 지난 2월 23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수사-기소 완전 분리를 위한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입법 공청회'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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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에 반발해 사퇴 의사를 밝힌 가운데 중수청 추진이 신중한 논의도 없이 추진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실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검찰개혁을 위해 두 차례 발족한 법무·검찰개혁위원회에서 완전한 수사, 기소 분리 문제가 논의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특히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주는 내용 등을 담은 검경 수사권 조정이 2018년 1월 윤곽이 제시된 이후 올해 1월부터 실시되는 등 오랜 논의 끝에 결정된 것과 비교하면 중수청 설치는 사회적 공론화를 생략한 졸속 입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문 정부 출범 이후 지난 2017년 8월 발족한 제1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 2019년 9월 제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의 개혁안을 분석한 결과 현재 여권이 주장하고 있는 완전한 수사, 기소 분리는 한 번도 논의된 적이 없었다.
위원회 개혁안에 따르면 제1기 위원회는 지난 2018년 2월 검경 수사권 조정안 관련 논의를 진행했다. 이 때 위원회는 검사와 경찰의 협력 관계, 경찰의 수사종결권 부여에 따라 검찰 수사권이 축소될 필요가 있다면서도 부패범죄, 경제·금융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에 대한 검찰의 1차적 수사권을 인정했다. 또 경찰공무원이 관련돼 경찰이 수사하기 곤란한 사건, 경찰이 송치한 사건도 검찰이 수사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제2기 위원회 역시 검찰 수사권은 필요하다고 봤다. 2019년 10월 1차 회의 때 검찰의 직접 수사 축소, 형사 및 공판부 강화 방안이 논의됐을 뿐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은 논의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지난 2019년 11월8일 ‘공정사회를 향한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검찰에 “부패에 엄정히 대응하면서도 수사와 기소 과정에서 인권과 민주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는 완성도 높은 시스템을 정착시켜 주기 바란다”며 검찰 수사권을 인정했다.
특히 검경 수사권 조정안의 논의 과정과 비교하면 중수청 추진 입법 속도는 너무 빠르다는 지적이다.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주는 내용의 검경 수사권 조정안은 2018년 1월 청와대가 권력기관 개혁 방안을 발표하면서 본격 논의가 시작됐다. 이후 5개월 뒤 경찰에 1차 수사권을 주는 수사권 조정 합의안이 발표됐고, 국회에서 수사권 조정과 관련한 논의가 사법개혁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이후 2019년 4월 여야 4당이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을 패스트트랙 법안으로 지정하는 데 합의한 뒤 지난해 1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과 장경태(왼쪽부터), 김승원, 민형배 의원이 지난 2월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중대범죄수사청법 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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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중수청 입법과 관련한 논의는 지난해 12월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소청법’ ‘검찰청법 폐지법안’을 만들고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중수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을 대표발의하면서 급진전됐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검찰개혁특위가 중수청 법안을 3월에 발의해, 6월에 입법 완료를 하겠다는 일정을 고수하면서 국회 논의는 실종된 상태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비교해 파급력이 더 큰 ‘수사와 기소의 완전 분리’가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올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윤석열 검찰총장 역시 이런 점을 문제 삼아 여권의 중수청 입법 움직임에 대해 “70여년 형사사법시스템을 파괴하는 졸속 입법”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수사와 기소 분리만 내세우면 검찰개혁의 최종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처럼 (여권이) 얘기하고 있는데, 너무 설익은 정책을 강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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