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게임 개발 자유 찾아 넥슨 떠나
"국내 게임사, 돈 되는 게임에만 집중"
"확률 공개 등 자정 노력도 안 믿어"
엔씨소프트의 모바일게임 ‘리니지2M’ 실행 화면. /엔씨소프트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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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아이템 확률 공개는 보여주기식 조치에 불과합니다. 확률 공개가 게임회사 매출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습니다. 아이템 결제 한도를 월 단위로 제한하고, 술 담배와 같이 별도의 소비세를 매겨야 합니다."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 스웨덴 게임 개발사 ‘아발란체 스튜디오’에서 근무하는 ‘개발자 K’는 이렇게 말했다. 2017년 게임 개발의 자유를 찾아 넥슨에서 스웨덴으로 떠난 그는 현재 ‘스웨덴 게임 개발자 K’라는 이름으로 유튜브와 팟캐스트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는 게임 개발과 관련된 다양한 경험과 스웨덴 게임산업을 주로 소개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국내 게임산업의 민낯을 파헤치는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개발자 K는 15일 조선비즈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확률형 아이템 비즈니스 모델(BM)은 카지노와 99% 일치한다"며 "게임회사들은 확률형 아이템을 제대로 운영할 수 있는 자제력을 잃었다"고 강조했다. 문제 해결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 "게임회사 결정권자들 돈 좇는 사업가일 뿐"
2005년부터 게임 개발자로 활동하고 있는 개발자 K는 국내 최대 게임회사인 넥슨을 거쳐 현재 스웨덴 스톡홀름에 있는 아발란체 스튜디오에서 일하고 있다. 아발란체 스튜디오는 1998년 설립된 글로벌 게임 개발사로, 수준 높은 라이선스 기반 게임을 유통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개발자 K가 넥슨을 떠나 스웨덴으로 향한 건 작품이라 부를 수 있는 명작 게임을 만들고 싶어서다. 그는 "국내 게임산업은 돈이 되는 상업 게임과 확률형 아이템에만 집중하고 있다"며 "작품성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고 여러 차례 항의했지만 결정권자들은 돈을 좇는 사업가에 가까웠다. 상업 게임만 제작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에 스웨덴으로 향하게 됐다"고 했다.
넥슨의 모바일게임 ‘메이플스토리M’ 실행 화면. /넥슨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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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게임회사들이 게임에 막대한 돈을 쓰는 일명 ‘하드코어 유저’에만 의존하고 있고, 아이템도 돈으로 얻을 수 있는 ‘강화 아이템’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개발자 K는 "한국 대형 게임회사들이 돈을 버는 수익 구조가 카지노와 99% 일치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카지노는 현금을 ‘칩’으로 교환해 슬롯머신에 ‘베팅’하는데, 게임회사들이 현금을 ‘게임머니’로 바꿔 확률형 아이템을 살 수 있게 만드는 게 똑같다는 것이다.
그는 "차이가 있다면 카지노와 달리 게임회사들이 환전소를 직접 운영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이마저도 대부분의 이용자가 별도의 환전소(아이템매니아,아이템베이 등)를 이용하기 때문에 전체 구조는 다를 게 없다"고 했다.
◇ "확률 공개, 도움 안 돼…결제 한도 설정하고 세금 매겨야"
개발자 K는 아이템 확률 공개를 의무하는 게임산업진흥법 전부개정안에 대해서는 "확률 공개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했다. 아이템의 확률을 공개해도 게임회사들의 매출이 줄어들 가능성은 작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게임회사들의 자발적인 확률 공개에 따른 자정 노력도 믿지 않는다"며 "게임회사의 전략에 넘어가면 안 된다"고 했다. 그는 확률형 아이템 논란을 해결하기 위해선 ▲일정한 결제 한도를 설정하거나 ▲게임회사에 술·도박에 부과하는 소비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발자 K는 "확률형 아이템을 현금으로 판매하는 모든 게임에 1000만원 이하의 월 결제 한도를 설정해야 한다"며 "결제 한도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의 이용자 보호 장치는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확률형 아이템을 현금으로 판매하는 모든 게임에 별도의 소비세를 부과해야 한다. 사실상 ‘도박’으로 제재해야 한다"며 "전 세계에서 현금과 확률을 이용한 비즈니스 가운데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는 건 확률형 아이템 말고 없다. 이런 사실을 가장 악랄하고 악질적으로 활용하는 곳이 국내 게임회사들이다"라고 했다.
윤진우 기자(jiinwo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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