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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이건희 삼성 회장 별세

삼성 일가, 상속세 내려고 수천억 신용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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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W] 주식 담보 대출 받으려고 했지만 증권사들

‘빚투’에 대출한도 소진돼 금융사에 빌리기로

조선일보

지난 2010년 당시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가전전시회(CES 2010)를 찾은 삼성 이건희 회장 가족들. 왼쪽부터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 전무,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 이 전 회장, 부인 홍라희 삼성미술관장, 차녀 이서현 제일모직 전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삼성 오너 일가(一家)가 이건희 회장 별세에 따른 상속세를 내기 위해 금융회사로부터 수천억원 규모 신용대출을 받는 것으로 18일 알려졌다. 당초 주식 담보 대출을 받으려 했지만 국내 증권사 중 이 부회장 일가가 필요한 수천억원을 대출할 여력이 있는 곳이 없었다고 한다. 최근 개미 투자자들의 주식 ‘빚투(빚을 내서 투자)’가 급증하며 증권사마다 대출 한도(자기자본의 100% 이내)가 거의 소진된 탓이다. 이 부회장 쪽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 남매와 홍라희 여사 측이 증권사에 주식 담보 대출을 타진했지만 기대에 못 미치는 금액을 회신받고 신용대출을 신청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주식 배당(작년 약 2100억원)’ 등 확실한 수입원이 있어 수천억원 수준의 신용대출이 가능하다.

고 이건희 회장은 주식과 미술품·부동산 등 22조원대 유산을 남겨, 상속세만 13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를 6년간 나눠 내는 제도를 활용해도, 삼성 일가가 올해 내야 할 상속세만 2조원이 넘는다. 하지만 지분 매각은 경영권 때문에 어렵고 미술품 물납도 안 되는 상황이다. 이들의 상속세 신고 기한은 오는 4월 30일이다.

미술품으로 낼 수도 없고… 삼성 ‘상속세 딜레마’

삼성 이건희 회장 별세에 따른 상속세 신고 기한(오는 4월 30일)이 다가오면서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 오너 일가가 재원 마련을 위한 고민에 빠졌다. 삼성 측이 한국화랑협회 미술품감정위원회 등 3개 기관에 의뢰한 이 회장 소유의 미술품 약 1만2000여 점에 대한 가격 감정 작업은 거의 마무리됐다고 한다. 하지만 13조원 이상으로 추산되는 상속세 재원을 마련할 방법이 없어 신용대출까지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오너의 지분율이 높지 않아 삼성전자·물산·생명 같은 핵심 계열사의 지분을 매각하거나 물납(세금을 주식으로 내는 것)하는 게 쉽지 않다”며 “경영권을 지키면서 상속세도 마련해야 하는 난제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13조원 상속세 어떻게

삼성 측은 22조원 이상으로 추산되는 이 회장의 상속 재산을 유족들이 어떻게 배분할지에 대해 밝히지 않고 있다. 법적 상속 지분은 아내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이 9분의 3, 이 부회장 등 세 자녀가 각각 9분의 2씩이다. 상속세 최고 세율(50%)에 대기업 최대 주주 할증(총 60%)까지 붙으면 삼성 일가가 부담해야 할 상속세는 13조원 이상이다. 일정한 이자를 부담하고 상속세를 6년간 나누어 내는 ‘연부연납(年賦延納)’을 활용해도 매년 2조원 이상을 내야 한다.

조선일보

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상속 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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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적인 재원은 계열사 지분에서 나오는 배당이다. 작년 삼성전자로부터 이 부회장은 약 1250억원, 홍라희 전 관장은 약 1600억원의 배당을 받았다. 이건희 회장의 배당 몫은 약 7400억원이었다. 이부진·이서현 자매는 삼성전자 지분이 없다. 이 배당금을 활용하더라도 매년 2조원 이상의 상속세를 감당할 수 없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4년째 무보수로 일하는 만큼, 배당 이외 별도 수익은 거의 없다.

이 부회장 등이 회사 지분을 매각하기도 쉽지 않다. 현재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0.7%, 삼성물산 17.3% 등의 지분을 갖고 있다. 상속 받게 되는 이건희 회장 지분은 삼성전자 4.2%, 삼성생명 20.8% 등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전 ‘엘리엇 사태’에서 보듯 외국계 투기 자본 등의 공격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그룹의 핵심인 전자·생명·물산의 지분을 처분하는 것은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미술품 기증 요구도 부담

삼성 일가가 2~3조원으로 추산되는 미술품을 파는 것도 재원 마련의 방안으로 거론된다. 모네의 ‘수련’ 등을 해외 미술 시장에 내놓으면, 1000억원 이상에 팔릴 수 있다는 게 미술계의 전망이다. 하지만 최근 미술계를 중심으로 이건희 회장이 소장한 미술품을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기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모네의 ‘수련’ 등 유명 그림이 국외로 반출되는 것을 막자는 취지다. 그러나 무상 기증을 하면, 삼성 일가로선 상속세 마련이 더욱 막막해 진다.

일부에선 ‘미술품 물납’을 통해 미술품의 국외 반출을 막으면서 상속세 문제도 해결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미술품으로 상속세를 대신하는 것이다. 실제 이광재 의원은 지난해 11월 ‘미술품 물납’이 가능하도록 하는 상속세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아직 국회에서 논의되지 않고 있다. “미술품 물납은 삼성을 위한 특혜”라며 반대 목소리도 나온다. 전경련 관계자는 “프랑스와 일본 등에선 미술품 물납을 허용하고 있다”며 “미술품을 지키는 차원에서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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