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주체 중복' 상황... 교통 정리 불가피
박계옥 국민권익위원회 상임위원이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출금) 의혹’ 사건이 또다시 수사 주체를 둘러싼 논란의 한복판에 서게 됐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현직 검사 연루 부분’을 수원지검으로부터 넘겨받았다가 다시 검찰로 재이첩한 상태에서,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가 지난 1월 접수된 이 사건 관련 부패ㆍ공익신고에 대해 29일 ‘공수처 수사 의뢰’를 결정한 탓이다. 사실상 동일한 사안의 ‘수사기관 중복’ 상황이 발생한 만큼, 이에 대한 교통 정리가 불가피해졌다는 얘기다.
난감한 공수처...수사주체 중복 상황 해결해야
30일 권익위는 김 전 차관 긴급출금 관련 신고 사건 수사의뢰 결정 사실을 공개하면서 “(검찰이 수사 중인 사안과) 이번 사안이 똑같은지 판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 수원지검의 수사 초점은 △2019년 김 전 차관 출금 조치의 위법성(이규원 검사 등) △당시 대검 반부패ㆍ강력부의 수사 확대 중단 외압(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등에 맞춰진 반면, 권익위의 수사의뢰는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 등을 지목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는 뜻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건 본류는 결국 ‘김 전 차관 불법출금 의혹’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같은 사안으로 봐야 한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공수처는 난감한 표정이다. ‘검사 기소권 관할’을 두고 검찰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긴 하지만, 어쨌든 이달 12일 수원지검 재이첩과 함께 수사 주체 문제는 일단락됐는데 다시 또 동일 사건을 넘겨받았기 때문이다. ‘수사 주체 중복’을 해결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된 셈이다.
공수처가 꺼내 들 수 있는 카드는 크게 두 가지다. 권익위 수사의뢰 사건을 검찰로 이첩하거나, 수원지검에 다시 사건을 넘겨 달라고(재재이첩) 요구해 직접 수사에 나서는 것이다. 그러나 모두 돌파해야 할 장벽이 만만치 않다는 게 문제다.
우선 검찰 이첩의 경우, 현행법과의 충돌 소지가 있다. 권익위는 이날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법 시행령 60조에 따라 수사의뢰를 받은 기관은 원칙적으로 다른 기관에 사건을 이첩할 수 없다”며 “다른 기관에 이첩하려면 공수처 수사가 왜 적절치 않은지 권익위와 협의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수사기관인 공수처 스스로 ‘수사 불가론’을 펼쳐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재재이첩 요구’도 쉽지 않다. 이미 ‘공수처 수사 인력 부재로 수사공백이 발생하면 공정성 논란이 빚어질 수 있다’며 수원지검에 사건을 재이첩한 터라, 명분으로든 현실적 이유에서든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김진욱 공수처장이 핵심 피의자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면담을 가진 사실이 드러나 한바탕 논란을 빚기도 해, 직접 수사 땐 ‘불공정 수사 우려’ 목소리가 커질 수도 있다.
공수처 직접수사 가능성..."수사 진척 어려워" 지적도
공수처는 일단 이날 “권익위 신고 및 검토 내용을 확인 후 판단할 예정”이라는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 다만 법조계에선 ‘재재이첩 요구 후 직접 수사’를 택할 가능성이 좀 더 크다는 분석이 조심스레 고개를 들고 있다. 공수처는 지난 17일 서울중앙지검에서 ‘이규원 검사의 김학의 별장 성접대 의혹 진상보고서 조작 및 유출 의혹’이라는 또 다른 관련 사건을 이첩받아 여전히 쥐고 있는 상태다. 권익위 수사의뢰를 계기로, 김 전 차관 관련 사건을 모두 공수처가 수사하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처장도 “(이규원 검사 사건 재이첩 여부는) 천천히 결정할 것”이라고 밝히며 직접 수사 가능성을 열어뒀다.
하지만 이럴 경우, 수사 주체가 또 바뀌어 혼선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공수처가 재재이첩을 요구하면, 수사 주체도 ‘검찰→공수처→검찰→공수처’로 세 번이나 바뀌는 꼴”이라며 “검찰과 공수처를 오가며 수사 속도가 이미 떨어졌는데, 다시 수사 기관이 변경되면 수사 진전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