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이달 4일 사퇴 의사를 밝힌 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떠나기 앞서 검찰 직원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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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정치 행보를 우려하는 검찰 내부 목소리가 나왔다. 현직 검사가 실명으로 윤 전 총장의 정치 입문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표명한 건 처음이다.
박철완 대구지검 안동지청장은 31일 검찰 내부 전산망 이프로스에 게시한 글에서 “전직 총장의 정치 활동은 법질서 수호를 위한 기관인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에 대한 국민적 염원과 모순돼 보인다”고 썼다. 그는 윤 전 총장에게 “검찰의 수장이었던 분으로서 남은 인생의 중요한 선택에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을 늘리는 방향이 무엇인가’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주실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윤 전 총장은 사실상 검찰의 기소권을 박탈하는 여권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입법 움직임에 반발, 이달 4일 사퇴하면서 검찰 바깥에서도 중수청 설치 등을 반대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야인으로 돌아간 그는 일부 언론과의 통화 등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 비판, 서울시장 선거 등 검찰 현안과 무관한 분야와 관련해 발언하면서 사실상 정계에 발을 내디딘 것이라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실제 차기 대선 후보를 묻는 여론 조사에서 꾸준히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고, 여야 할 것 없이 윤 전 총장을 의식한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박 지청장은 “검사 윤석열이 검사직 수행을 통해 축적한 상징자본을 활용하기 위해 갈수록 눈이 빨갛게 되는 듯하다”면서 “사람은 누구도 완벽할 수 없다는 생각에 두려운 감정이 올라온다”고 썼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을 위해 싸우겠다던 윤 전 총장의 취지와 달리 정치적으로 휘둘릴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한 것으로 읽힌다.
박 지청장은 윤 전 총장의 사직글에 남겼던 자신의 댓글을 인용하며 글을 맺었다. 그는 당시 “정치활동 등 사적인 이익을 위해 조직과 권한을 활용했다는 프레임을 통렬히 깨부수어 주셨으면 한다”고 썼다. ‘정치적 목적을 갖고 수사를 지휘한다’는 취지의 여권 주장에 반해 윤 전 총장을 지지했던 박 지청장이었지만, 윤 전 총장이 사퇴 후 검찰 현안과는 무관한 정치권 이슈에 대한 발언을 이어가자 ‘정치인 윤석열’에 대한 우려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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