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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환경부 탓 세월호·가습기살균제 진상규명 중단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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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환경부가 ‘가습기살균제 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 활동 근거인 시행령 개정 과정에서 사참위의 조사 권한을 부정하는 개정안을 고집하면서 진상규명 활동 자체가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사회적참사특별법 시행령 개정안 처리가 늦어지면 운영비나 조사비 등 필수경비는 물론 사참위 직원들의 임금까지 체불될 상황이기 때문이다. 피해자들 사이에서는 “환경부 등 정부 부처의 전·현직 공무원과 기업인들이 사참위의 조사 대상이거나 청문회 증인으로 나와야 하는 상황에서 환경부가 사참위를 무력화하려고 억지를 쓰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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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과 관련 단체 회원들이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옥시레킷벤키저 본사 앞에서 환경부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국회의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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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사참위는 특별법 시행령 개정 지연으로 인해 예비비 추가 확보가 불가능해지면서 운영비와 봉급 수당 등의 지급이 어려운 상태로 확인됐다. 조사 수당, 수행 경비, 회의 참석 수당 등은 이달부터 지급이 제한되고 있으며 운영비는 다음달부터 지급이 중단된다. 업무카드 사용은 다음달 11일부터 지급이 제한되며 사참위 직원들의 임금은 다음달분부터 지급되지 않는다.

사참위는 시행령 개정이 완료되면 예비비를 확보해 운영비와 수당, 임금 등을 소급 지급할 예정이지만 시행령 개정이 언제 완료될 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사참위는 원래 30여명의 직원을 신규 채용했어야 하지만, 관련 채용 절차 역시 진행되지 않고 있다. 대통령이 임명해야할 상임위원 자리도 두 자리가 아직 공석이다. 이로 인해 지난해말 내년 6월 10일까지로 연장된 사참위의 조사 기간이 허비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사참위의 정상적인 활동이 어려워진 것은 환경부와의 시행령 관련 의견 차이로 시행령 개정이 늦어지면서 예산 편성이 이뤄지지 않고 사업비가 소진된 탓이다. 환경부는 현재 가습기살균제 참사와 관련해 사참위가 아무런 조사도 실시할 수 없다는 내용의 시행령 개정안을 들고 나온 상태이다. 환경부는 사참위가 청문회나 조사 결과를 갖고 진행되는 고발, 감사원 감사 요구 등도 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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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가 22일 서울 중구 사참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승인을 받지 않은 가습기살균제 6종이 지난 2월까지 시중에 유통됐다고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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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사참위는 물론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나 관련 시민단체들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들과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이하 가습기넷)는 지난 23일 성명을 통해 “환경부는 사참위의 고유 권한인 조사방식과 그 결과에 따른 후속조치와 관련된 ‘고발 및 수사요청, 과태료 부과, 감사원 감사요구 권한조차 없애야 한다’고 강변하고 있다”며 “사참위의 조사대상이기도 한 환경부가 보이는 모습에서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방해하며 피해자들에 국가폭력까지 일삼던 박근혜 정부 부처들이 스쳐간다”고 지적했다. 피해자들은 “환경부는 피해자들을 기만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면서 사참위 활동을 방해하는 행위를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환경부 한정애 장관에 면담을 공식 요구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도 보도자료를 통해 “환경부는 개정된 사회적참사특별법에 남아있는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피해지원과 안전사회 업무마저도 사참위가 수행하지 못하게하는 공문을 만들어 이를 수용하라고 특조위를 윽박지르고 있다”며 “정부가 사참위의 가습기 살균제 관련 기능을 무력화하려는 움직임은 박근혜 정부가 해수부를 통해 세월호 특조위를 무력화시킨 상황을 연상케 한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이어 “사참위가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대한 환경부 등 정부 부처의 책임을 묻는 조사를 진행하자 정부 관료들이 이에 저항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정의당 배진교 의원은 지난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사참위법 개정은 특조위의 업무를 ‘대통령령’으로 위임하면서, 법에 정확히 명시된 대로 ‘피해자 구제 및 제도개선, 종합보고서 작성 등’을 제대로 하자는 것”이라며 “당연히 이를 위한 조사활동도 계속돼야 하며 환경부의 주장처럼 ‘모든 조사권’을 박탈하는 시행령 개정은 모법 개정의 취지를 왜곡하는 것이며,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하는 월권행위”라고 비판했다.

환경부의 이 같은 행태 탓에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세월호 피해자들에게 한 약속도 속히 지켜지기 어렵게 됐다. 세월호 참사 7주기였던 지난 16일 문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세월호의 기억으로 가슴 아픈 4월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를 통해 성역 없는 진상규명이 이뤄지도록 끝까지 챙기겠습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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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세월호 7주기 메시지.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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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참위는 지난 1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환경부가 ‘가습기살균제 사건 관련 안전대책 마련 및 피해자 지원에 대한 고발 및 수사요청, 과태료부과, 감사원 감사요구, 청문회 개최 권한도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의견을 특조위에 보냈다”고 설명했다. 사참위는 이에 대해 “고발 및 수사요청, 감사요구’ 등은 조사 활동이 아닌 결과의 처리방법에 해당하는 것으로, 법 개정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내용”이라며 “범죄나 비리 혐의인지 시 고발 또는 감사요구를 하는 것은 일반적인 의무인 점을 감안할 때, 환경부는‘불법이나 비리를 보더라도 조용히 있으라’고 요구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사참위는 또 “사참위의 가습기 살균제 사건 피해자 구제 및 제도 개선을 위한 조사권한을 인정하지 않음과 동시에, 후속조치인 고발 및 수사요청, 감사요구, 청문회 개최 등도 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것은 법이 부여한 위원회의 독립성을 무시하고 활동자체를 무력화하는 일”이라며 환경부를 비판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사참위법 시행령에 대해 환경부는 법 개정취지에 부합하도록 진상규명 조사가 제외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법제처와 국무조정실에서 조정이 거의 마무리 단계"라고 설명했다. 그는 "법제처, 국조실 모두 환경부 의견과 같이 진상규명 조사가 제외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이를 사참위가 수용하지 않고 입법을 지연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 16일을 기준으로 정부에 가습기살균제 피해를 신고한 이는 모두 7419명이며 이 가운데 사망자는 1653명이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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