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유족이 낼 상속세 12조 이상... 유산의 절반 넘어
이건희 회장, 2012 CES 2012 참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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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일가가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유산 가운데 1조원을 감염병 예방과 소아암·희귀질환 어린이 환자를 위해 사회환원하기로 했다. 정선의 ‘인왕제색도’ 등 국보 14건과 박수근·김환기와 모네·호안미로 등 국내외 작가 미술품을 포함해 총 2만3000여점도 미술관·박물관에 기증하기로 했다.
이 회장이 남긴 유산은 계열사 지분 19조원을 포함해 약 26조원으로 확정됐다. 이재용 부회장 등 유족들이 부담해야 할 상속세는 12조원 이상으로 추산됐다. 부인 홍라희 여사와 이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유족들은 “생전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상생 노력’을 거듭 강조한 이건희 회장의 뜻에 따라 다양한 사회환원 사업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7000억원 감염병 대응에 기부... 감염병전문 병원 만든다
삼성은 28일 유족을 대신해 이 같은 이 회장 유산에 대한 사회화원과 상속 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유족들은 2008년 ‘비자금 특검 수사’ 당시 이 회장이 차명 재산을 실명 전환하며 사회환원하겠다고 약속한 1조원의 구체적 용처를 밝혔다. 유족들은 감염병과 소아암·희귀질환 어린이 환자를 위해 사용하기로 했다.
우선 유족들은 코로나를 비롯해 인류 최대 위협이 된 감염병에 대응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을 위해 7000억원을 기부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5000억원은 한국 최초의 감염병 전문병원인 ‘중앙감염병 전문병원’ 건립에 사용될 예정이다. 삼성 측은 “중앙감염병전문병원은 일반·중환자·고도 음압병상, 음압수술실, 생물안전 검사실 등 첨단 설비까지 갖춘 150병상 규모의 세계적인 수준의 병원으로 건립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2000억원은 질병관리청 산하 국립감염병연구소의 최첨단 연구소 건축 및 필요 설비 구축, 감염병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을 위한 제반 연구 지원 등 감염병 대응을 위한 인프라 확충에 사용될 예정이다. 기부금은 국립중앙의료원에 출연된 후, 관련 기관들이 협의해 감염병전문병원과 연구소의 건립 및 운영 등에 활용한다.
◇소아암·희귀질환 환아 위해 3000억원
유족들은 소아암·희귀질환 어린이 지원에도 3000억원을 기부한다. 유족들은 “소아암·희귀질환에 걸려 고통을 겪으면서도 비싼 치료비 때문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어린이 환자들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10년간 소아암, 희귀질환 어린이들 가운데 가정형편이 어려운 환아를 대상으로 유전자 검사·치료, 항암 치료, 희귀질환 신약 치료 등을 위한 비용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 백혈병·림프종 등 13종류의 소아암 환아 지원에 1500억원, 크론병 등 14종류의 희귀질환 환아들을 위해 600억원을 지원한다. 삼성 측은 “10년 동안 소아암 환아 1만 2000여명, 희귀질환 환아 5000여명 등 총 1만 7000여명이 도움을 받게 될 전망”이라고 했다.
이외에도 증상 치료를 위한 지원에 그치지 않고 소아암, 희귀질환 임상연구 및 치료제 연구를 위한 인프라 구축 등에도 9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유족들은 서울대어린이병원을 주관기관으로 하는 위원회를 구성해 소아암, 희귀질환 어린이 환자 지원 사업을 운영하기로 했다.
◇상속세 12조원... 잡스 때의 3.5배
유족들이 이번에 부담해야 할 상속세는 12조원 이상으로 추산됐다. 이건희 회장이 남긴 전체 유산의 절반이 넘는 12조원 이상을 상속세로 납부해야 한다. 이 회장이 남긴 유산은 전자·생명 등 계열사 보유 지분 18조9633억원에 부동산·미술품 등이다. 최고세율 50%에 최대주주 할증 20%를 더해 12조원 이상을 부담해야 한다.
12조원은 지난해 우리 정부의 상속세 세입 규모의 3~4배 수준에 달하는 금액으로,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역대 최고 수준이다. 2011년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 사망 당시 유족들이 부담한 3조4000억원의 3.4배에 달한다. 유족들은 연부연납 제도를 통해 올해 4월부터 5년간 6차례에 걸쳐 상속세를 분납할 계획이다. 유족들은 상속세를 마련하기 어려워 금융권 대출까지 받는다.
[이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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