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이재용 경영승계, 남은 과제는-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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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분리 이슈는 일단락된 겁니다."
삼성전자 핵심임원은 2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총수 일가의 지분상속안을 복기하면서 이렇게 전했다. 이 부회장을 중심으로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그룹 지배구조가 공식화하고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도 지배구조의 축인 삼성생명·삼성전자 지분을 분할 상속받으면서 삼성그룹의 계열분리 가능성이 당분간 수면 아래로 내려가게 됐다는 얘기다.
이 임원은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이 총수 일가의 일원으로 이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을 뒷받침하면서 삼성의 울타리에서 각자 경영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며 "홍라희 여사가 적극적으로 조율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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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남매 삼성생명 분할상속 '10:7:3'의 숨은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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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이 각각 호텔신라와 삼성물산 패션부문 등 일부 계열사를 물려받아 독립할 것이라는 계열분리 시나리오는 지난 4월30일 고(故) 이건희 회장의 지분상속 방안이 발표되기 전까지 재계 안팎에서 끊이지 않았던 관측이다. 현대차그룹이나 SK·LG그룹과 달리 딸들의 경영 참여나 지분 상속에 허용적인 삼성 총수 일가의 전통을 감안할 때 이런 가능성은 지분상속과 맞물릴 수밖에 없는 사안이었다.
재계 안팎에서 당초 이 회장의 유족들이 이 부회장에게 그룹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지분을 몰아줄 것이라는 예상이 유력하게 거론됐던 것도 이런 배경에서였다. 이 부회장은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지만 이번 지분 상속 전까지 삼성전자 보유 지분은 이 회장(4.18%)과 홍 여사(0.91%)보다 적은 0.7%에 그쳤다. 유족들이 이 부회장에게 삼성전자 지분을 양보하는 대신 계열분리를 염두에 둔 다른 계열사 지분을 가져가지 않겠냐는 전망이 적잖았다.
이 부회장을 포함한 3남매가 세간의 예상을 깨고 삼성전자 지분을 법정 상속비율대로 상속받고 삼성생명 지분을 '3:2:1'의 비율로 분할 상속하면서 이런 관측은 빗나가게 됐다. 이 부회장이 기존에 보유했던 삼성생명 지분 12만주(0.06%)까지 합해 3남매의 삼성생명 지분율은 '10:7:3'으로 정리됐다.
삼성생명 지분은 삼성물산과 함께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에서 그룹 전체 매출과 시가총액의 80%를 차지하는 삼성전자를 지배하기 위한 핵심 지분으로 분류된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삼성전자 보유지분 5.01%)과 삼성생명(삼성전자 보유지분 8.51%)을 통해 간접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삼성전자 지분 13.52%와 직접 보유하게 된 지분 1.63%(0.93% 상속)를 합해 15%가 넘는 삼성전자 지분을 움직일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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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분리 시기상조…홍 여사 역할론 대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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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들이 이런 상속방안을 확정하는 데는 이 회장의 부인 홍라희 여사의 조율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홍 여사는 삼성생명 지분 상속을 포기하고 장남인 이 부회장에게 지분을 몰아주면서 이 부회장에게 힘을 실어줬다. 다만 두 딸인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의 지분을 합하면 이 부회장의 지분과 비슷하게 조율해 이 부회장 스스로 지속적으로 경영능력을 보여야 한다는 메시지를 강조했고 이 부회장도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부진 사장은 이번 상속으로 삼성생명의 개인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삼성복지재단 이사장과 리움미술관 운영위원으로 활동 중인 이서현 이사장은 삼성생명 지분을 일부 양보하는 대신 미술품 등에서 더 많은 지분을 확보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애초에 현 시점에서 계열분리는 고려대상이 아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호텔, 면세점, 패션 산업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호텔신라는 지난해 영업손실 1853억원을 기록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역시 지난해 영업손실 360억원을 기록했다.
홍 여사가 이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4.18%) 가운데 3분의 1을 상속받으면서 향후 이 부회장 등 3남매가 다시 한번 상속세를 내야 하는 부담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의 개인 최대주주(2.3%)로 올라선 것을 두고 홍 여사의 '역할론'을 예상하는 시각도 나온다. 홍 여사가 앞으로 경영권 방어나 계열분리 등 굵직한 현안이 불거질 때마다 이 부회장을 지원하는 '캐스팅 보트'로 나설 것이라는 얘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 총수 일가 입장에서 삼성전자가 그룹의 핵심이면서 절대적인 배당소득의 원천인 만큼 딸들의 재산권 보장을 위해 지분을 똑같이 나눠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홍 여사가 당장의 상속세 부담을 덜어주면서 경영권 안정을 지원하는 조력자 역할을 맡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심재현 기자 ur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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