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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자율형 사립고와 교육계

“불리한 교육환경...자사고 길 가야하는가 의구심” 동성고, 일반고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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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에 있는 자율형사립고(자사고)인 동성고가 일반고 전환을 결정하고 내년부터 일반고로 신입생을 모집하기로 했다. 올해 일반고로 전환하는 자사고는 전국에서 동성고가 처음이다. 자사고 교장들 사이에서는 “수년에 걸친 교육 당국의 자사고 탄압 정책이 결국 학교 하나를 고사시켰다”는 반응이 나온다.

27일 동성고에 따르면 이 학교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가톨릭학원은 이날 오후 이사회를 개최하고 일반고 전환을 확정했다. 동성고는 다음주 중 서울시교육청에 자사고 지정 취소를 신청할 예정이다. 교육부가 동성고의 일반고 전환에 동의하면 내년부터 일반고로 신입생을 모집한다.

동성고 조영관 교장은 이날 이사회 직후 입장문을 내고 “모든 사립 고등학교들이 사학의 자율성을 존중받지 못하고 준(準)공립화의 길을 걷고 있는 우리나라 학교 교육 현실 속에서 가톨릭 교육철학과 이념에 맞는 좋은 교육을 해 나가고자 했지만, 지금의 여러 가지 상황이 자사고 폐지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일반고 전환 배경을 밝혔다.

조 교장은 입장문에서 “2025년 모든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전기모집에서 후기모집으로 전환, 교육과정 자율권 회수, 학생부 블라인드 처리 등 자사고로서 누리던 특수성과 장점이 사라졌다”며 “고교 무상교육 전면 실시, 학령인구의 지속적인 감소 등 교육 환경이 자사고 유지에 불리한 방향으로 진행되어가고 있다”고 했다.

이어 “자사고 운영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최근 몇 년에 걸쳐 대규모 신입생 미달 사태를 겪었고 이러한 상황이 학교의 노력을 통해 현저히 개선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강한 회의감을 갖게 되었다”며 “자사고에 불리한 교육 환경과 교육 당국의 정책, 대규모 신입생 미달 사태 등으로 본교가 자사고의 길을 가야 하는가에 대한 강한 의구심을 불러일으켰고, 학교법인과 진지한 논의 끝에 자사고에서 일반고로의 전환을 추진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2009년 자사고로 지정된 동성고는 실제 최근 수년 간 학생 모집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교육 당국의 자사고 폐지 정책 등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 입시에서도 모집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자사고는 등록금으로만 학교를 운영하기 때문에 학생 충원이 안 되면 재정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반면 자사고가 일반고로 자진 전환할 경우 5년간 총 20억원의 예산 지원을 받게 된다. 2019년부터 자사고 선발 방식이 전기모집에서 후기모집으로 바뀌면서 학생 우선 선발의 메리트가 사라진 점도 이번 일반고 자진 전환의 이유라는 분석이 나온다.

동성고 조영관 교장은 본지 통화에서 “지금의 자사고 체제에서는 여러 가지 막혀 있는 게 많아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았다”며 “일반고로 전환해 새로운 방향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한 자사고 교장은 “올해부터 시행된 고교 무상교육으로 자사고 지원이 더 시들해졌고 동성고도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다 오랜 고민 끝에 결단을 내린 것으로 안다”며 “정부가 2025년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는 ‘시한부’ 학교에 누가 오려고 하겠느냐”고 했다.

서울에서 동성고에 앞서 자사고 지위를 반납한 학교는 동양고(2012년), 용문고(2013년), 미림여고·우신고(2016년), 대성고·경문고(2019년) 등 6곳이다. 동성고의 일반고 전환으로 서울 시내 자사고는 20개교로 줄어든다.

통상 자사고가 일반고로 전환하면 재학생들은 졸업할 때까지 자사고 교육과정에 따라 수업을 받고 등록금도 현재 수준으로 내야 한다. 그러나 조영관 교장은 “일반고 전환 후 재학생들에게 등록금 전액을 장학금으로 학교법인의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지급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재학생과 학부모의 반발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박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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