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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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14일 김학의 전 법무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을 수사중인 수원지검 수사팀을 향해 “이해 상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불법출금 사건의 재배당 배경을 무시한 얘기”라며 “이해충돌은 오히려 김학의 전 차관이 제기할 사안”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박 장관은 이날 법무부 과천청사로 출근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대법원이 김 전 차관의 뇌물 혐의를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판결을 거론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수사팀은 김 전 차관의 성접대·뇌물 사건에서 그를 피의자로 수사했고, 이번 출국금지 사건에서는 피해자로 수사를 했다”며 “그것을 법조인들은 대체로 이해 상충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안양지청이 사건 뭉개자 공정성 위해 ‘김학의 구속검사’에 재배당
그는 앞서 이날 출근 전 자신의 페이스북에도 “피의자로 수사, 피해자로 수사, 이것을 이해충돌이라 하는가”란 글을 올렸다. 이는 불법출금 사건을 수사중인 수원지검 형사 3부 이정섭 부장검사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2019년 김학의 전 차관 성접대·뇌물 수사를 위해 꾸려진 검찰 수사단에서 활동했고, 올해 초 ‘김학의 불법출금’ 사건을 재배당받아 수사중이다.
법조계에선 박 장관이 이 사건의 재배당 배경을 무시했다는 비판과 함께 “이해충돌 문제는 구속한 사람한테 ‘불법출금’ 수사받은 김학의가 이의제기할 사안인 것 같다”는 지적이 나왔다. 공익신고인의 신고로 촉발된 이 사건은 처음에 수원지검 안양지청에 배당됐다. 하지만 당시 안양지청(지청장 이근수. 현 대검 공판송무부장)는 한 달 넘게 이 사건에 대해 어떤 조사도 진행하지 않았다. 그러자 지난 1월 대검찰청은 이 사건을 이정섭 부장검사가 소속된 수원지검에 재배당했다. 당시 대검은 “김 전 차관 불법출금 의혹을 보다 충실히 수사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법조계 , ‘이해충돌' 지적하려면 김학의가 하는 게 맞아
한 검찰관계자는 “검찰이 그간 김학의 전 차관을 봐줬다는 외부 비판이 워낙 강했기 때문에, 그의 범죄혐의를 수사했던 이정섭 부장검사라면 공정성 논란에서 자유로울 것으로 보고 재배당한 것”이라고 했다. 김 전 차관을 구속한 이 부장검사라면 그에게 유리하게 불법출금 수사를 할 우려가 적기 때문이다. 이 부장검사는 김 전 차관 뇌물사건의 주임검사로 공소장에 서명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이해충돌 주장은 오히려 김학의 전 차관이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김학의 수사단’은 병원비를 내지 않고 공짜진료를 받았다는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그가 다녔던 전국의 병원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한 차장검사는 “김 전 차관 입장에서는 전방위적 수사를 벌여 자신을 구속한 이 부장검사가 자신이 피해자인 ‘불법출금’ 사건은 제대로 수사하지 않는다고 우려할 수 있다”며 “당사자인 김 전 차관도 하지 않는 ‘이해상충’ 문제제기를 박 장관이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박 장관의 발언이 ‘이해충돌’ 법적 정의와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부장검사는 “이해충돌 관련 조항은 직무 공정성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를 염두에 둔 것”이라며 “검사가 어떤 사건을 맡음으로 해서 처벌 여부나 구속 여부가 달라지는 경우에 문제될 수 있지만 이 사건은 전혀 아니다”고 했다.
◇박범계 ‘이해충돌' 지적, 이광철 무혐의 처분 염두에 뒀나
검찰 안팎에서는 이날 박 장관의 발언 배경에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의 기소 문제가 있다고 보는 시선이 많다. 이 사건 재배당이 이뤄진 후인 지난 2월 검찰 인사에서도 박 장관은 이 부장검사를 유임시켰다. 중요 사건 수사팀에 대한 인사이동이 없어야 한다는 윤석열 당시 총장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그랬던 박 장관이 배당 5개월이 넘어 ‘배당 이해충돌’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이는 이 비서관에 대한 무혐의 처분을 염두에 둔 무언의 압박으로 받아들이는 견해가 많다. 현재 수원지검은 불법출금에 관여한 이광철 비서관 기소 결재를 대검에 올렸지만 한 달 넘게 답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 비서관은 불법출금 당일 이미 기소된 이규원 검사와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 외국인 정책본부장을 조율해 출금 과정을 지휘했으며 이 같은 사실은 두 사람의 공소장에도 드러나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이 부장검사 대신 말 잘듣는 부장검사를 넣어 이 비서관 무혐의 처분을 이끌어 내려는 것 같다”며 “수사 초반부터 관여한 이 부장검사를 배제하면 이 비서관 기소는 물론, 이성윤 서울고검장, 이규원 검사, 차규근 본부장 등 관련자들의 공소유지도 위태로울 것”이라고 했다.
[양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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